방송통신위원회가 결국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재승인 결정을 내렸다. 야당이 추천한 김충식 방통위 부위원장과 양문석 상임위원은 재심사를 요구하며 퇴장해, 여당측 이경재 위원장과 홍성규, 김대희 상임위원만이 표결에 참석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종편 봐주기로 일관하며 졸속으로 재승인을 추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없어 보인다.
방통위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JTBC, TV조선, 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인 뉴스Y에 대한 사업 재승인을 의결했다. 재승인 심사위원회 평가결과 TV조선(684.73점), JTBC(727.01점), 채널A(684.66점), 뉴스Y(719.76점)으로 총점 1000점 중 재승인 기준 점수인 650점을 모두 넘어섰다.
하지만 방통위 사무국은 상임위원에게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편성의 적절성 △승인 당시 방송 사업자 준수사항 이행여부 등 9가지 심사항목에 따른 점수는 공개했지만 각 항목에 따른 세부 심사내역 및 심사위원별 채점표는 의결을 진행해야 하는 상임위원에게도 제출되지 않아 논란이다. 상임위원에게 기본적인 재승인 자료를 전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계적으로 승인을 허락하라고 종용하는 모양새다.
이에 방통위 사무국은 지상파 재승인 심사에도 세부점수를 공개한 적이 없고, 세부내역이 공개될 경우 심사위원회가 결론을 내린 내용을 다시 검토하는 과정에서 재승인 절차가 늦어질 확률이 높아서 세부점수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이는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의 기본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는 비판이다. 전체회의를 참관한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방통위가 채점표도 공개를 하지 않고 결정에 따르라며 야당 상임위원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면서 “이번 종편 심사는 방통위 기본 원칙을 무시한 위법적 요소가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동시에 방통위는 종편 3사 승인 조건으로 △사업계획서 성실 이행, 변경시 방통위 승인 △공정성 확보 방안 재승인 의결 이후 2개월 이내 제출 및 운영실적 매반기일부터 1개월 내 제출 △연도별 투자계획·재방 비율·외주제작프로그램 전체 35% 편성 실적 매년 1월말 제출 △방통위 사업계획 점검 시 적극 협조 등을 조건부로 제시했다. 그리고 TV조선이 새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서 보도편성비율을 47%까지 늘리겠다는 내용을 담은 부분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송 업계에서는 이번 종편 재승인 심사가 졸속에 졸속으로 진행되었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재승인 과정에서 종편에 유리한 심사위원들이 대거 포진한 상황에서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대목이 가장 극적으로 반영된 부분이 재승인 심사위원 구성이다. 방통위는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장에 채널A의 모회사인 동아일보 비상임 이사직의 오택섭 교수를 임명했다. 오 교수는 이경재 방통위 위원장과 같은 연배의 동문이며 JTBC의 모기업인 중앙일보 이사직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방통위는 상임위원회 3:2 구성 비율을 무시하고 심사위원 15명 중 무려 12명을 여당 측 인사로 채우기도 했다.
게다가 3월 17일 최초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회의 시작 30분 전에 재승인 심사결과가 상임위원에게 전달되는 ‘촌극‘도 벌어졌다. 물론 규제기관인 방통위가 공공성과 공정성을 가지기 위해 일부 의사결정의 경우 해당 정책국에서 상임위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보고한 후 전체회의에서 최종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이번 재승인 심사의 경우 상임위원들이 3월 17일 회의에서 자세한 ‘사업 계획서‘를 살펴야 함에도 불구하고 30분이라는 적은 시간만 주어져 논란이다. 이에 양문석 상임위원은 "이번에 종편이 제출한 변경된 사업계획서에 담긴 편성비율, 투자계획 등이 얼마나 되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다"며 "최소한 이런 부분에 대해 상임위원이 확인하고, 기간별로 무엇을 점검할 지 판단해야 할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민주당 유승희 의원과 노웅래 사무총장은 3월 19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종편을 엄격하고 객관적으로 심사해야할 방통위가 마치 거수기, 꼭두각시와 같이 종편 재승인을 의결했다"며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결정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 의원은 "군부독재 시절도 아닌데 방통위가 마치 공보처와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면서 "대한민국 최초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방통위가 합의제 정신을 완벽하게 무시한 결정을 내렸다"고 일갈했다.
또 노웅래 사무총장은 "우리는 투명한 심사를 할 수 있도록 싸울 것"이라며 "방통위가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정애 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방송통신위원회의 편파적이고 편향적인 종편 재승인 의결은 무효"라며 "이는 합격자를 내정해 놓고 채점한 것과 다들 바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방통위는 최소한의 납득할 만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불합리한 심사 배점, 심사 기준, 심사 위원 구성으로 사실상 종편 재승인을 내정했고, 공정한 절차도 없이 오늘 묻지마 합격증을 발행해 버렸다"며 "이로써 졸속․형식적 심사로 종편채널 봐주기․감싸기로 종편채널의 재승인을 강행처리한 박근혜정부와 종편채널과의 유착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상당하다. 이미 종편국민감시단은 3월 17일 방통위 전체회의가 열리던 오전 10시 30분 서울 광화문 채널A 사옥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졸속으로 추진되는 종편 재승인을 반대한다"며 "추후 강력한 시민사회운동을 위해 종편 퇴출 운동을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기자회견에는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를 비롯해 방송언론현업인을 대표해 강성남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최동환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 등 30여 명이 참석했으며 추후 종편 재승인이 추진되어도 격렬한 시민사회운동을 통해 종편 퇴출 운동을 지속할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3월 19일 “최소한의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이번 종편 재승인 심사 결과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 모든 과정을 이끌어온 방통위를 강력 규탄한다. 심사 과정에서 방통위 사무국이 조직적으로 가담해 종편에 유리하도록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명백하게 규명돼야 할 것이다”며 “종편들은 이제 그동안 누려온 말도 안되는 특혜들을 당장 내려놓아야 한다. 황금채널 배정, 8VSB 허용, 의무재전송, 방통발전기금 면제 등 미디어생태계를 교란시키며 파렴치하게 유지해온 온갖 특혜들은 모두 조속히 회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