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국 2주년을 맞은 종합편성채널의 재승인 심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재승인 심사 자체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편파‧막말‧왜곡 방송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다, 승인 과정의 편법 출자 논란까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특혜 회수는커녕 8VSB 등 추가 특혜까지 고려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종편의 재승인 심사가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 전 발표된 종편에 대한 방송평가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방통위가 발표한 방송평가에 따르면, 종편 4개사 심지어 5‧18 역사왜곡 보도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채널A>까지 모두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방송평가는 내년 상반기에 진행되는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총점 1000점 중 350점을 차지한다. 결과만 따져본다면 종편 4개사는 내년 재승인 심사에서 ‘조건부 재승인’이 아니라 ‘조건 없는 재승인’이 유력할 정도다. 편파‧막말‧왜곡 방송으로 사회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종편에 대한 평가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5‧18 보도로 최다 심의제재를 받은 <채널 A>가 ‘프로그램 질 평가’에서 종편 4사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종편 봐주기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며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35%나 반영되는 방송평가에서 앞뒤 재지 않고 후한 점수를 줬다는 것은 종편의 재승인을 추진하겠다는 암묵적인 의미라는 것이다.
또한 방통위는 방송평가 중 ‘방송 편성 제규정 준수 여부’ 항목에서도 종편 4사에 만점(30점)을 줬다. 방송 편성 관련 규정은 △오락 프로그램 50% 초과 금지 △매 반기 국내제작 60% 이상 △매 반기 외주제작 35% 이상 등을 편성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언론시민연대의 분석결과를 보면 <TV조선>과 <JTBC>, <채널A> 모두 관련 규정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평가에서는 종편 4사 모두 만점을 받았다.
최 의원은 “50%가 넘는 재방비율로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게 종편이다. 보도 프로그램 편성 역시 50%가 넘어 종편이 아닌 보도채널이라고 불리는데 어떻게 만점을 받을 수가 있냐”며 의문을 표했고,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 평가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이루어 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앞서 방통위는 종편의 사업계획서 이행실적에 대한 점검을 통해 종편과 보도전문채널에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여기에는 과도한 보도 프로그램 편성 비율과 재방 비율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시정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종편은 여전히 과도한 보도‧시사 프로그램 편성으로 기형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의 방송평가에는 이러한 부분이 하나도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종편이 집중 배치하고 있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경우 방송매체로써 지켜야 하는 공정성과 객관성 등 최소한의 방송 저널리즘 원칙조차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민언련 모니터팀의 분석에 따르면 종편 시사 프로그램 패널들의 대다수가 친정부적인 성향으로 프로그램 자체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친정부 성향의 패널들의 일방적인 주장과 의견만을 전달하는 편파방송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합편성이란 말 그대로 다양한 분야를 균형 있게 방송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의 종편을 되돌아보면 시사‧보도 분야를 일방적인 시선으로 심지어 역사적인 사실을 왜곡까지 하면서 방송해왔다. 종편이라는 타이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행동이다. 게다가 출범 당시 약속한 △글로벌 미디어 육성 △방송의 다양성 제고 및 시청자 선택권 확대 △일자리 2만 대 창출 △콘텐츠 시장 활성화 등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종편에 대한 정부의 장밋빛 전망이 거짓말로 확인된 것이다.
그렇다면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종편에 대한 책임의식을 느끼고,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현재 방통위는 눈과 귀를 닫은 채 종편에 8VSB라는 또 다른 특혜를 열어주려 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미디어 환경 전반을 위협하는 괴물 종편을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며 지난 4일 ‘종편 국민감시단’을 결성했다. 이들은 “종편 도입에 따른 정책 목표가 실패한 것으로 판명되었을 뿐 아니라 잇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종편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방통위는 이 같은 여론을 무시한 채 또 다시 종편의 생명줄을 연장시키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며 직접 감시 활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감시단은 “종편 재승인은 반드시 종편의 총체적 타락과 부실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시민의 힘과 지성의 연대로 뭉친 종편 국민감시단 활동을 통해 종편의 재승인 심사를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정말 마지막 기회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종편 재승인 심사를 그냥저냥 넘긴다면 미디어 생태계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빠질 것이다. 방통위가 지난 2년 간 방송시장을 교란시키고 황폐화시킨 종편을 엄정하게 평가해 정리할 수 있을지 여론의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