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남긴 것: 스포츠 팬덤을 둘러싼 플랫폼 경쟁의 재편

[기고] 월드컵이 남긴 것: 스포츠 팬덤을 둘러싼 플랫폼 경쟁의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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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2026년 8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방송기술저널=한영주 성균관대학교 메타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언론정보학 박사]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스포츠 미디어 지형의 큰 변화를 불러왔다. 역대 최다인 48개국이 참가해 39일간 104경기를 치르는 이번 월드컵은 라이브 스포츠가 지닌 막강한 대중의 결집력을 보여줬다. 한국 대표팀의 조별리그 세 경기는 네이버(Naver)의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CHZZK)’에서 최고 동시접속자 493만 8,000명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개최국 미국에서도 미국-벨기에전이 폭스(Fox), 텔레문도(Telemundo), 피콕(Peacock) 채널을 합산해 4,200만 명, 멕시코-잉글랜드전이 4,480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나아가 6월 25일까지 폭스 중계를 한 번이라도 시청한 미국인은 8,400만 명에 달했으며, 폭스 스포츠의 디지털과 소셜 콘텐츠의 누적 조회수는 70억 뷰를 돌파했다. 고도로 파편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수백만, 수천만 명이 동 시간대에 같은 화면을 지켜보는 콘텐츠는 사실상 라이브 스포츠가 유일하며, 이는 월드컵을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이 보여준 것은 스포츠 콘텐츠의 위력만이 아니다. 약 1,900억 원을 들여 국내 중계권을 확보한 JTBC는 대회 기간 중 채무불이행과 회생절차라는 위기에 직면한 반면, 디지털 중계를 맡은 네이버는 치지직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를 역대 최대로 끌어올렸다. 중계권이라는 동일한 자산을 두고 사업자별로 성패가 극명하게 갈린 셈이다.

본고는 2026 월드컵 사례를 바탕으로 스포츠 중계권 경쟁 시장의 구조적 재편 양상과 그에 따른 스포츠 팬덤을 살펴보고자 한다.

스트리밍이 주도하는 라이브 스포츠 중계권 경쟁
글로벌 시장에서 스포츠 중계권의 무게중심은 이미 방송에서 스트리밍으로 이동하고 있다. 암페어 애널리시스(Ampere Analysis)에 따르면 스트리밍 플랫폼의 스포츠 중계권 지출은 2026년 142억 달러로 전년 대비 7% 증가할 전망이며, 연간 18억 달러 규모의 NBA 계약이 첫 풀시즌을 맞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가 38억 달러(전체의 27%)를 투자해 스포츠 전문 스트리머 다즌(DAZN)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특히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디즈니+(Disney+) 등 범용 스트리머의 지출 비중이 2025년 31%에서 2026년 44%로 급등했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들이 라이브 스포츠를 구독 유치와 광고 수익을 동시에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삼기 시작한 것으로, 암페어는 글로벌 스포츠 중계권 총지출이 2030년 78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OTT 시장에서도 스포츠는 순위를 움직이는 가장 확실한 변수다. 2026년 5월 기준 국내 주요 OTT의 합산 MAU는 2,209만 명으로, 사용자 점유율은 넷플릭스 37.8%, 쿠팡플레이 24.4%, 티빙 17.8% 순이. 쿠팡플레이는 유럽 4대 축구리그와 NBA, F1의 독점 중계를 확보했고, 티빙은 KBO 리그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의 온라인 독점 중계로 맞서고 있다. 특히 티빙은 지난 6월 초 약 1,953만 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대형 악재를 겪고도 KBO 중계 흥행에 힘입어 6월 MAU 969만 명을 기록, 쿠팡플레이를 제치고 2위를 재탈환했다. 사용시간 점유율에서는 넷플릭스가 57.7%로 국내 OTT를 모두 합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리지널 경쟁에서 밀리는 국내 OTT에 스포츠 중계권은 이용자의 시간을 되찾아올 사실상 유일한 대항 카드인 셈이다.

이는 소비자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CJ메조미디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월드컵을 시청할 예정이라고 답했고, 특히 구매력이 높은 30~50대의 시청 의향이 높았다. 스포츠 마케팅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한다는 응답은 67%,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62%에 달했다. 스포츠 시청 주 이용 미디어는 지상파·종편(77%)에 이어 동영상 플랫폼(62%), 포털(37%), OTT(32%)가 뒤를 이었다. 뉴미디어 선택 이유 1위는 ‘언제 어디서든 시청’(69~77%)이었다. TV가 ‘가장 좋은 화면’의 지위를 유지하는 동안 디지털은 ‘언제나 곁에 있는 화면’으로 시청 시간을 잠식하며, 스포츠 중계가 매체별 역할이 분화된 ‘멀티 플랫폼 이벤트(multi-platform event)’로 재편되고 있다.

2026 월드컵의 실험: TV와 디지털의 역할 분화
2026 월드컵은 대회 구조 자체가 이 재편을 시험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참가국 48개국, 104경기, 39일로 규모가 커졌을 뿐 아니라, 32강 토너먼트 신설로 각 조 3위 12팀 중 8팀이 생존하는 ‘경우의 수’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자국 경기를 넘어 대회 전체로 시청 관여가 확장됐다. 방송사와 광고주에게 한 달 이상의 장기적인 전략이 요구되는 대회였던 셈이다.

국내 중계 구도는 과거와 확연히 달랐다. JTBC는 약 1,900억 원을 투자해 국내 중계권을 단독 확보한 뒤 지상파 재판매에 나섰으나 MBC, SBS와의 협상은 결렬됐고, KBS에만 약 140억 원 규모로 공동 중계권을 판매했다. 디지털 영역에서는 네이버가 온라인 중계권을 확보해 치지직과 네이버 스포츠로 경기를 생중계했다. 종합편성채널이 판권을 쥐고 지상파가 보완하며 포털이 디지털을 전담하는 지상파 3사 공동 중계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3자 구도다. 국민적 관심 행사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보편적 시청권의 취지가 상업적 판권 거래 속에서 어떻게 유지될지에 대한 논쟁도 함께 남겼다.

JTBC는 한국전 3경기 광고를 총 185억 원에 완판했지만, 시청률 경쟁에서는 오히려 재판매 파트너인 KBS에 밀렸고 KBS는 예상 밖 흥행으로 광고 완판을 이어갔다. 한국 대표팀의 32강 진출 실패로 추가 한국전 광고 판매 기회가 사라진 가운데, 모기업 콘텐트리중앙은 대회 기간 중이던 6월 12일 206억 원 규모의 채무불이행을 공시하며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중계권료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반면, 막대한 투자금의 회수 여부는 ‘대표팀 성적’이라는 통제 불가능한 외생 변수에 전적으로 종속되는 스포츠 중계권 시장의 구조적 리스크가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다.

반면 디지털 진영에서는 치지직의 6월 MAU는 524만 명으로 전월(276만 명) 대비 89%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한국전 최고 동시접속자는 체코전 482만, 멕시코전 478만, 남아공전 493만 8,000명으로 전년 최고 기록(76만 명)의 6배를 넘었으며 월드컵 클립의 누적 재생 수는 7억 회를 돌파했다. 배경에는 대회의 구조적 조건이 있다. 시차로 한국전이 모두 평일 오전(10~11시)에 편성되면서 경제활동인구의 상당수가 사무실과 강의실에서 모바일로 경기를 시청할 수밖에 없었고, 시간대라는 물리적 제약이 디지털 시청을 보조 수단에서 메인 수단으로 밀어 올린 셈이다. 시청 행태의 변화는 소비로도 이어져, 첫 경기일 배달의민족의 경기 직전 주문은 전주 대비 90.6% 늘고 치킨 주문은 875.8% 급증했으며, 오피스 상권 편의점 매출은 최대 4배 이상 뛰었다. 야간 치맥 응원이 오전 간편식과 단체 관람형 소비로 이동하며, 스포츠 중계는 미디어를 넘어 유통·광고 생태계의 트래픽 분배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개최국 미국에서도 영어의 폭스, 스페인어의 텔레문도, 스트리밍의 피콕이 역할을 나눈 결과 32강 라운드 경기당 평균 시청자가 1,690만 명에 달했고 텔레문도는 2022년 대회 대비 234% 성장했다. 하나의 판권을 여러 창구로 나눠 서로 다른 시청자에게 도달시키는 전략이 전체 시청 파이를 키운 것이다.

표 1. 경기 전·중·후 3단계 소비자 행동과 주요 플랫폼 접점 / 자료 : CJ메조미디어(2026) 재구성

주목할 것은 플랫폼과 광고 시장이 경기 90분이 아니라 그 앞뒤의 시간까지 설계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경기 전 포털(61%)과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탐색하고, 경기 후 유튜브(75%)와 네이버(34%)에서 하이라이트를 시청하며 메신저로 반응을 공유한다. 광고 상품도 경기 전 포털·커뮤니티, 경기 당일 스마트TV 홈 화면과 메신저, 경기 후 하이라이트 클립, 웹툰, OTT 지면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매체 전략으로 재편됐다. 네이버가 넥슨(Nexon)과 제휴해 치지직에 축구 게임 FC온라인 미니게임을 도입해 시청과 게임을 결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계권은 이 여정으로 들어가는 입구일 뿐, 플랫폼의 실질적 수익과 락인(Lock-in)은 여정 전체의 설계에서 발생한다.

팬덤이라는 변수: 균일하지 않은 스포츠 소비자
스포츠 팬덤은 결코 단일한 집단이 아니다. CJ메조미디어의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축구 팬덤은 3040 남성 중심(남성 62%)의 몰입형으로 유료 스포츠 스트리밍 경험이 68%에 이르고 응원 대상도 해외 리그(자국 외 팀 응원 63%)로 분산된 디지털 시청 집단이다. 야구 팬덤은 2030 여성 중심(여성 56%)의 관계형 팬덤으로, 2024년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돌파한 KBO의 성장을 이끌며 직관·응원 문화·굿즈 소비로 팬심을 표현한다. 20대의 모바일 생중계 시청 비율이 76.7%에 달하고 KBO 콘텐츠 시청 매체로는 유튜브(66.5%)가 가장 높아, 시청부터 팬 활동까지 디지털 접점 위에서 움직이는 집단이기도 하다. 완판된 KBO 콜라보 굿즈가 리세일 시장에서 정가의 2~3배에 거래될 만큼 K팝 팬덤의 수집·교환 문화가 프로스포츠로 이식됐고, 골프 팬덤은 4050 중심으로 예약·기록 관리까지 디지털 의존도가 높은 프리미엄 소비층을 이룬다. 축구에서는 K리그가 3년 연속 유료관중 300만 명을 돌파하고 체육동호회 가입 1위가 축구·풋살(18.4%)일 만큼, 관람이 직관과 직접 플레이로 확장되는 흐름도 뚜렷하다. 같은 ‘스포츠 팬’이라도 종목에 따라 접점 플랫폼과 소비 형태가 전혀 달라, 팬덤 공략은 단일한 중계 상품이 아니라 세분화된 오디언스별 접점 설계의 문제가 된다.

동시에 이번 월드컵은 이벤트 팬덤의 휘발성이라는 한계도 분명히 보여주었다. 한국이 탈락한 이후, 치지직의 월드컵 동시접속자는 멕시코-잉글랜드전 52만 명 수준으로 한국전 대비 10분의 1 이하로 급감했고, 토너먼트 진출을 전제로 준비됐던 가전, 식품, 유통 업계의 후속 프로모션도 일제히 축소됐거나 철회됐다. 대표팀 성적에 연동된 트래픽은 대표팀과 함께 급격히 감소한다. 축구 팬을 K리그·해외 리그 시청과 커뮤니티 활동으로, 월드컵 시청자를 스포츠 콘텐츠 구독자로 연결하는 후속 설계가 없다면 수백억 원의 중계권 투자는 한 달짜리 이벤트에 불과하다.

그림 1. 치지직 2026 월드컵 최고 동시접속자 추이 / 자료 : 디지털타임스 (2026. 7. 8) 재구성

중계권 보유에서 팬덤 여정으로
2026 북중미 월드컵이 남긴 교훈은 세 가지다. 첫째, 라이브 스포츠는 파편화된 시청 환경에서 대규모 동시 시청을 만들어내는 마지막 콘텐츠이며, 중계권 가격의 상승 압력은 계속될 것이다. 둘째, 중계권 투자의 회수는 더 이상 중계 그 자체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JTBC와 KBS, 네이버의 상반된 성적표가 보여주듯, 성패를 가른 것은 판권의 크기가 아니라 시청 트래픽을 수익 모델과 이용자 기반으로 전환하는 설계에 달려있다. 셋째, 스포츠 소비의 중심축은 경기 90분에서 경기 전 탐색, 경기 중 실시간 소통, 경기 후 하이라이트, 게임, 굿즈, 커뮤니티로 이어지는 팬덤의 소비 여정 전체로 이동했으며, 이 여정은 종목별, 세대별로 상이한 경로를 보인다.

이는 방송 산업 관점에서도 무거운 과제를 던진다. 치지직의 동시접속 493만 명은 국내 단일 스트리밍 이벤트로 전례 없는 규모로, 대규모 트래픽을 감당하는 CDN 설계와 저지연(low-latency) 스트리밍, 멀티 플랫폼 동시 송출, 그리고 시청 데이터를 실시간 광고 타겟팅과 결합하는 애드테크 역량이 중계권 협상에서 판권 가격 못지않게 중요한 변수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IPTV 3사의 시청 이력을 활용해 가구별로 다른 광고를 송출하는 어드레서블(addressable) TV 상품이 스포츠 타겟팅 패키지로 판매되는 현실은 방송 인프라 자체가 데이터 기반 광고 플랫폼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 속에서 TV와 디지털 매체는 제로섬(Zero-sum) 경쟁이 아닌, 철저히 상호보완적인 융합 관계를 형성한다. TV가 여전히 압도적 규모의 동시 시청과 즉각적인 대규모 광고 도달을 담보하는 핵심 매체라면, 디지털 플랫폼은 시공간의 물리적 제약을 소거하며 스포츠 팬덤의 콘텐츠 소비 여정 전반의 공백을 촘촘히 채우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상호보완적 시너지를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할 산업 내 협력 체계가 아직 부재하다는 데 있다. 2030년 약 780억 달러 규모로 팽창할 글로벌 스포츠 미디어 생태계에서, 한국 방송 산업이 단순 파이프라인으로 전락하지 않고 팬덤의 소비 여정을 주도하는 설계자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 중계권의 공동 확보 및 합리적 수익 배분, TV와 디지털을 포괄하는 통합 시청 지표의 개발, 나아가 제작 및 송출 인프라의 유연한 공유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거시적 연대와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시점이다.

참고문헌
・ 뉴스스페이스 (2026. 6. 23). 한국 OTT ‘1강 4중’ 구도 고착… 5월 합산 MAU 2,209만.
・ 디지털데일리 (2026. 6. 17). 2026 월드컵 지상파 중계, KBS ‘대박’… 예상 밖 흥행에 광고 완판 행진.
・ 디지털타임스 (2026. 7. 8). 이어지는 월드컵 명승부… 네이버 치지직에 이용자 몰린다.
・ 메트로서울 (2026. 6. 18). 1,900억 들인 월드컵, 시청률은 KBS가 이겼다… JTBC에 무슨 일이.
・ 미디어오늘 (2026. 6. 12). JTBC, 월드컵 한국전 3경기 총 185억 광고 완판.
・ 브릿지경제 (2026. 4. 7). 넷플릭스 독주 속 더 치열해진 쿠팡플레이·티빙 2위 싸움.
・ 투데이e코노믹 (2026. 7. 6). 티빙, 해킹 사고에도 KBO 흥행으로 OTT 2위 재탈환.
・ 한국경제 (2026. 6. 15). JTBC 어쩌다가… 콘텐트리중앙·메가박스도 회생절차 신청.
・ CJ메조미디어 (2026. 7).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소비자 행동 분석 기반 미디어 전략.
・ CJ메조미디어 (2026. 7). 2026 스포츠 팬덤 오디언스 패키지.
・ Ampere Analysis (2026. 2. 2). Amazon Prime Video overtakes DAZN as the top spending streamer on sports rights in 2026.
・ Ampere Analysis (2026). Global sports rights media spend set to exceed $78bn in 2030.
・ CNN Business (2026. 6. 28). World Cup viewership is booming in the US as knockout rounds be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