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

[사설] AI 시대,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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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나경록 CBS 방송기술인협회 회장] 올해 열린 KOBA 2026 전시장을 둘러보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단 하나였다. 이제 방송 산업에서 AI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AI-Powered Media Era: Where Content Connects, Creation Evolves, and Convergence Begins”라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처럼, 곳곳에서는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들이 소개되고 있었다. 방송 제작 시스템부터 송출, 영상 편집, 콘텐츠 관리까지 이제는 AI라는 단어 없이 새로운 기술을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방송사는 물론 카메라, 오디오, 제작 솔루션 기업들까지 모두가 AI를 이야기하고 있었고, 실제 현장에서도 AI 활용은 빠르게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는 일반 사람들에게 낯선 기술이었다. OpenAI가 챗GPT를 공개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전문가들의 영역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Google의 제미나이, Anthropic의 클로드와 같은 다양한 AI를 사용하며 살아간다. 번역과 검색은 물론 업무를 보완하고 자료를 정리하고, 개인적인 고민 상담까지 AI와 함께하는 시대가 되었다.

방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AI를 활용해 더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시청자와 청취자들이 콘텐츠를 더 쉽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미 현장에서는 AI 기술이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이제 모든 부분에서 AI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하지만 AI가 빠르게 발전할수록 다른 한편으로는 공허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세상이 훨씬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소통할 수 있게 되었고, 정보는 실시간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같은 공간에 앉아 있으면서도 서로의 얼굴보다 스마트폰 화면을 더 오래 바라보는 시대가 되었다.

AI 역시 비슷한 흐름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제 AI에게 질문하고, 고민을 털어놓고, 선택의 기준까지 묻는다. 어느 순간부터 AI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친구처럼 대화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AI는 분명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준다. 많은 시간을 줄여주고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모든 것이 효율 중심으로 흘러갈수록 사람 특유의 온기와 감성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한다.

헐리웃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디지털 CG 기술이 넘쳐나는 시대에도 실제 세트를 만들고 필름 촬영을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컴퓨터 그래픽이 더 효율적이고 비용 면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실제 공간과 빛, 배우의 움직임 속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현실감과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관객들이 느끼는 미세한 질감과 몰입감은 결국 사람의 손과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철학 때문이다.

어쩌면 AI 시대에도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가치가 바로 그런 부분인지 모른다. 기술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더 빠르고 완벽해질 것이다. 방송 산업 역시 AI와 함께 이전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고도화된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사람의 감정과 온기까지 함께 사라져서는 안 된다.

AI 시대는 분명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리고 그 기술은 앞으로 방송 산업을 포함한 우리의 삶을 더욱 크게 바꾸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 중요해지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AI가 인간을 대신하는 시대가 아니라,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