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방송기술포럼…방송기술인이 바라보는 BBC 스위치 오프 ...

3월의 방송기술포럼…방송기술인이 바라보는 BBC 스위치 오프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매달 ‘이달의 방송기술포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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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이달의 방송기술포럼을 통해 ‘방송기술인이 바라보는 BBC 스위치 오프’에 대해 다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송기술인연합회는 올해 3월부터 매달 ‘이달의 방송기술포럼’을 개최해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방송기술인들의 목소리를 모아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첫 주제는 BBC의 지상파방송 종료다. 지난 1월 대표적인 공영방송 중 하나인 영국의 BBC는 유튜브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오는 2035년을 기점으로 지상파방송 송출을 종료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는데 BBC와 유튜브의 전략적 파트너십 보도가 나오면서 BBC의 지상파방송 종료가 화두로 떠올랐다. 다만 BBC는 지상파 송출 종료에 대한 의지만 밝혔을 뿐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3월 31일 오후 3시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10층 방송기술교육원 교육장에서 열린 ‘이달의 방송기술포럼’에는 지상파 방송기술인을 대표해 △김승준 KBS 방송기술인협회 회장 △박종원 전 KBS춘천방송총국장(정책학 박사) △이헌주 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실장(MBC) △신현범 SBS 방송기술인협회 회장 △장진영 전 SBS 방송기술인협회 회장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장익선 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은 “방송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안들은 어느 한 방송사, 어느 한 직군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오늘 이 자리는 현장에서 일하는 방송기술인 전체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기획됐다”고 밝혔다.

사회를 맡은 김형철 방송기술인연합회 사무처장은 “오늘 주제는 최근 전 세계 방송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BBC의 지상파 종료 의지”라며 “이 이슈가 단순히 영국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국내 지상파방송 미래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기에 오늘 이 자리에서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BBC 지상파 종료 의지에 대한 해석-10년 뒤의 BBC는 어떤 모습일까 △BBC의 최근 동향이 국내 지상파에 주는 시사점-우리의 상황과의 비교 △앞으로 우리 지상파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등의 논의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됐는데 첫 주제부터 의견이 갈리며 열띤 논쟁이 이어졌다.

“지상파 포기 쉽지 않을 것” vs “IP로의 전환, 정해진 수순”
KBS 소속인 김승준 협회장과 박종원 박사, MBC 소속인 이헌주 정책실장은 BBC에서 지상파 송출을 완전히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SBS 소속인 신현범 협회장과 장진영 전 협회장은 지상파 스위치 오프는 자연스러운 이슈라며 IP로의 전환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헌주 정책실장은 “영국의 경우 지상파만 수신하는 가구가 10% 이상이고, 절반 이상이 지상파를 시청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BBC에서 지상파 종료를 검토하고 있다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며 “IP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것은 팩트이지만 IP가 지상파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 정책실장은 “대형 스포츠 행사 등이 몰릴 경우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고, 최근 한 보고서에서 농어촌이나 저소득층 등 약 5%가 비용적인 문제 때문에 IP로 넘어가지 못한다는 내용을 봤는데 이들 지원에도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며 “완전 종료가 아닌 종료를 하더라도 최소한은 남겨두는 효율적인 방식으로 변해서 (지상파가) 살아남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박종원 박사 역시 “최근 JTBC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 하나 가지고도 보편적 시청권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는데 전시나 재난 상황에서 지상파 없이 살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 어렵지 않겠느냐”며 “정부 입장에서도 지상파를 보편적 서비스로 키워야 하는 게 방향성은 맞지만 그 방법적인 부분에서 개별 논의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신현범 협회장은 “IP 전환을 이야기할 때 데이터센터 화재 등 네트워크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는데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잘못된 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런 방향성으로 볼 때 네트워크 기반 IP 서비스로 확대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위치 오프는 안테나 매체에 대한 것이고 IP 역시 하나의 매체”라며 “콘텐츠 전달 매체의 변화에만 집중하지 말고 지상파 방송사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한 번 더 고민해보는 시기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장진영 전 협회장 역시 “BBC가 영국을 대표하는 공영 방송사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지상파처럼 지상파 네트워크 사업자는 아니다. BBC는 기존 콘텐츠를 가장 잘 전송할 수 있는 수단으로 지상파를 이용했던 것일 뿐인데 시청층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네트워크를 바꾸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며 “그동안 지상파 송출과 CDN 비용 등 이중고에 시달렸던 것인데 향후 지상파 송출을 중단하겠다는 선언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공공 플랫폼 규정 및 지원 필요해” vs “풀 IP 전환 통해 수익 모델 강구해야”
정부의 지상파방송 정책 및 지상파 방송사의 미래 전략에 대한 전망도 갈렸다. KBS와 MBC 관계자들은 공공 플랫폼 규정 및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SBS 관계자들은 풀 IP 전환을 통한 수익 모델 강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원 박사는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는 DTV 전환 때도 그렇고 UHD 전환도 그렇고 정책당국이나 방송사들의 목표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넷플릭스 등 OTT 등장에도, 유튜브 등 IP 등장에도 별다른 대응을 할 수 없었다”며 “보편적 서비스 매체로서 지상파 송출을 중단한다면 누가 책임지겠느냐. 그렇다면 이 매체를 살리는 게 정부 목표인데 가장 효율적인 건 공공 플랫폼으로 규정해 지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승준 협회장 역시 “우리나라는 UHD 전환 시 선명한 화질에만 매몰돼 시청자는 결국 유료방송과 OTT로 떠났고, 지상파는 송신 인프라만 짊어진 상태에 놓였다. 하지만 재난 관련해서 지상파는 최우의 보루가 돼야 한다. 네트워크 블랙아웃 상황에서 지상파는 유일한 망이 될 것”이라며 공공 플랫폼으로 재정립해야 하되 방안은 하이브리드 미디어 서비스 등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헌주 정책실장은 “BBC의 경우 자체 CDN도 구축했는데 우리는 무엇을 했나 싶다”며 “IP로 가는 건 막을 수 없지만 정부에서 공공 플랫폼으로 지정하고 지원한다면 유튜브나 넷플릭스에만 의존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신현범 협회장과 장진영 전 협회장은 IP 전환에 초점을 맞춘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신현범 협회장은 “카메라부터 시청자까지 풀 IP 변환을 모색해야 할 시기”라며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이미 풀 IP로 변환했고, 영국도 기존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IP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기반이 돼야 그 요소요소에서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IP로 넘어가기까지 많은 시간이 있는데 답보에만 머물러 있을 게 아니라 현재 확보하고 있는 주파수를 활용해 B to B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진영 전 협회장은 “미국이나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국토가 넓고 유무선 네트워크 인프라가 덜 발달한 국가에서는 미디어 콘텐츠 전송 수단으로서 지상파의 효용이 남아 있을 수 있지만 국토 크기가 작은 유럽의 경우 탈지상파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탈지상파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장 협회장은 마지막으로 “지상파가 네크워트로서의 효용이 사라진다면 선택해야 할 건 △지상파의 고도화 △KBS1 등 최소한의 지상파망만 운영하는 방안 △스위치 오프 등의 방안이 있는데 이번 BBC 사례를 계기로 지상파 네트워크의 미래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해 국가 차원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