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인플루언서, 태요미에게 무슨 일이?

[칼럼] 어린이 인플루언서, 태요미에게 무슨 일이?

362

[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인스타그램에 육아 일상을 공유하는 일명 ‘육아 계정’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93만 명을 가진 이윤아(태요미네)와 가수 문희준 씨 부부의 딸 잼잼이의 인스타그램이 비활성화됐다가 복구되었다. 펜싱 선수 김준호의 아들인 정우의 계정은 삭제됐다. 이 기회에 사이버 범죄와 같은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소셜미디어(SNS)에 아이의 사진이나 영상을 노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주목받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범죄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셰어런팅을 제한하는 법이 만들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얼굴을 함부로 공개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이 통과됐다. 셰어런팅(Sharenting)은 자녀의 일상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공유하는 행위를 말한다. 공유를 뜻하는 셰어(Share)와 부모(Parents)의 합성어인 셰어런츠에서 유래하여, 육아(Parenting)가 더해진 용어다. 소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어린이 인플루언서의 명과 암을 어떻게 해야 할까?

소셜미디어 세상을 열었던 메타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인스타그램에 가족사진을 올리면서 자녀의 얼굴을 가려서 게시한 이유는 뭘까? 최근 논란이 된 ‘태요미네’ 사례를 통해서 소셜미디어에서의 어린이 보호에 대해 생각해 본다. 발단은 80만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브 채널 ‘태요미네’, 93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태하 어머니가 계정에 “오늘은 여러분께 꼭 부탁드릴 말씀이 있어서요”라는 내용의 공지를 올리면서다.

태요미네 결방 안내
출처: 태요미네 유튜브 채널

“요즘 부쩍 태하를 마주쳐서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해주시거나 사진 요청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태하를 갑자기 만지거나, 소리를 지르시거나 태하에게 사진 요청을 직접적으로 하는 것은 최대한 지양 부탁드립니다. 낯선 장소에서 태하를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나는데, 어린아이다 보니 당황하는 경우가 요즘 들어 자주 있어서요. 그러다 보니 여러분들이 보내주시는 관심과 사랑이 태하에겐 무섭게 느껴질까 봐 걱정이 되어서, 조심스럽게 부탁의 말씀을 전달드려요.(이하 생략)”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태하의 엄마나 아빠에게는 뭐든지 말씀 주셔도 되고요, 다만 태하에게 반가운 마음은 멀리서만 부탁드릴게요”라는 간곡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런 공지 글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구독자들 사이에 논쟁이 뜨거워졌고, 결국 해당 글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에서 삭제되었다. 이후에도 기존 영상에 천여 개의 격려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댓글의 대부분은 부모의 의견에 공감하며 ‘어린 태하를 통한 행복, 감사, 육아 공감’에 대한 표현이었다. 그동안 해당 채널의 댓글에는 “태요미네는 잔잔한 감동과 따뜻함을 선사한다, 태하 어머니도 태하 만질 때 만져봐도 돼? 물어보는데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그러면 얼마나 놀랄까, 마음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미혼인 나조차도 너무나 입장 이해가 가는데, 일상의 무료함에 빠질 때 태하네 만나 하루하루 벅찬 행복을 느끼는 1인인데요, 육아하시는 것 보고 많이 배우고 있어요, 태하는 우울증 치료제, 태하 영상을 보며 아들들 키웠던 시절로 돌아가 그때 아들들 보는 것처럼 얼마나 행복한데요. 이모들이 존중해줄게, 태하야 넌 세상의 빛이야”등의 글이 넘쳐난다.

태요미네 편성표
출처 : 태요미네 유튜브 채널

태요미네 채널은 육아를 힘들어하는 부모에게도, 결혼 전인 청춘 남녀에게도, 이미 자녀를 성년으로 키워낸 분들에게도 감동을 준다. 영상을 기다리는 구독자가 많아 업로드 편성표를 제공할 정도다. 특히 미혼 삼촌이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영상이라는 댓글은 저출산 시대 해결에도 빛을 주는 큰 역할을 할 정도다. 실제로 ‘KBS 저출생 위기 극복 캠페인’ 공익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ENA 채널 ‘내 아이의 사생활’에 출연하며 더 많은 사랑을 받는 동시에 출연료가 가미되면서 부정적인 의견이 드러나기도 한다. “미디어에 노출한 건 부모다, 혹은 유튜브를 운영하려면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수익이 있는 것 아니냐” 등의 댓글이 태하 부모뿐만 아니라 선량한 구독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육아 계정’에 대한 메타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의 생각이 궁금하기는 하다. 소셜미디어 빅테크 기업의 CEO들은 가정에서 어린 자녀들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한다고 알려져 있고, 인스타그램 운영사가 메타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은 지난 11월 중순 부모가 운영하는 아기 계정을 무작위로 비활성화, 일시 차단 혹은 삭제하며 아이의 SNS 노출을 제재했다. 하지만 육아 계정 차단과 관련해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엄마가 관리하는 계정입니다’라는 문구 표시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메타는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에서 ‘10대용 계정’을 도입해 민감 콘텐츠 노출을 제한하고 있고,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러한 안전망에 함께해야 할 차례다.

‘육아 계정’처럼 소셜미디어가 ‘고립감 해소’에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개인 운영 채널의 부정적인 역할, 나아가서 폐해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도 현실이다. 소셜미디어의 중독성과 정신건강과의 관계, 아동 자기 결정권의 침해, 납치와 같은 현실 범죄, 딥페이크와 같은 사이버 범죄에 노출 등 그 범위도 넓다.

미래 세대의 안전을 위해서 “앞으로 10년 동안 어린이가 직면할 신원 도용 범죄의 3분의 2는 셰어런팅에 의해서 발생할 것”이라는 다국적 금융 서비스 기업인 버클레이(Barclays)의 경고에 주목하고,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제시한 셰어런팅 가이드라인을 참고해서 안전한 서비스를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