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 산업의 난제와 새로운 도전

[기고] 국내 OTT 산업의 난제와 새로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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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2024년 8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방송기술저널=한영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연구위원/언론학 박사] 지금 OTT 산업 전체가 아슬아슬하다. 급격한 성장과 확산을 보였던 OTT는 지난해부터 국내외 성장률에서 모두 둔화 양상을 보이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OTT 산업이 짧은 기간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주류 미디어로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던 만큼, 성숙기에 진입한 시기도 비교적 빠른 편이었다. 이대로 계속된다면 하향 산업으로 곧장 쇠퇴기를 걷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간 OTT 성장 속도가 워낙 빠르게 흘러가다 보니, 온통 경쟁에만 관심을 쏟고 있었기 때문에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가 더 중요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OTT 산업이 속도전으로 기울면서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바쁘게 경쟁만 이어가다 보니, 침체기에 빠져든 지금에 와서야 그냥 지나쳐온 문제들이 한두 개씩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코로나 호황기를 지나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OTT 사업자들이 겪고 있는 난제는 무엇이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 OTT의 재무적 심각성
요즘 OTT 산업에서 난제 중의 난제는 바로 매출이다. 글로벌 OTT 사업자들도 넷플릭스를 제외한 다른 사업자들은 이른바 ‘짠물경영’에 돌입해서 허리띠를 졸라매며 플러스 수익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국내 OTT 사업자들은 장기간 마이너스 수익을 이어왔기 때문에, 비용 절감으로 해결할 수준에서 한참 벗어났다. 실제로 국내 OTT 사업자들의 재무구조를 보면 영업손실 비용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적자 상태를 보인다. 웨이브의 경우 2021년 -558억 원, 2022년 -1,213억 원, 2023년 -79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티빙도 2021년 -762억 원, 2022년 -1,191억 원, 2023년 -1,420원으로 해마다 손실 규모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특히 티빙에서는 최근에 <선재 업고 튀어>, <눈물의 여왕>, <피라미드 게임>, <이재, 곧 죽습니다> 등 다수의 고퀄리티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서비스해서 많은 인기와 호평을 받았지만, 이와 달리 재무적으로는 매우 심각한 상태에 놓여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그림 1. 웨이브와 티빙의 영업손실 규모 (단위: 억 원)
출처: 와이즈앱 (2024. 4. 24)

소위 대박 콘텐츠가 탄생하면 수익이 더 늘어나야 정상인데, 아이러니하게도 OTT 산업은 콘텐츠를 제작할수록, 또 서비스할수록 적자를 보게 되는 비정상적인 흐름을 보인다. 국내 콘텐츠의 가치나 위상이 많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수 시장만이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범위가 확장되면서 ‘규모의 경제’와 ‘자본력’에서 오는 한계는 여전히 난제임은 틀림없다.

제작비 상승과 원인
국내 OTT 산업의 경우, 오랫동안 글로벌 OTT 사업자들과 경쟁 관계를 지속해오며 글로벌 협업이나 진출 등의 성과를 이루기도 했지만,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으로 의존도가 커지면서 시장 규모는 협소해지고 내실은 크게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국내 OTT 산업은 초기 시장에서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는데, 당시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이 글로벌 OTT 사업자들과 대등한 협상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OTT 콘텐츠의 제작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에 글로벌 OTT 사업자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점을 갖고 있었다.

글로벌 플랫폼이 지닌 전 세계 네트워크 구조와 영향력은 한국 콘텐츠를 각국의 현지 실정에 맞게 해외 시장으로 동시에 서비스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고, 미디어 환경이 변화할수록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글로벌 플랫폼의 대규모 콘텐츠 라이브러리와 이용자 데이터로 예측이 가능했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되면서 OTT 콘텐츠의 제작 수요는 급증하고, 비용은 더 치솟게 되었다. 짧은 기간에 제작비가 크게 상승했고, 이렇게 한번 올라간 비용은 쉽게 떨어지지도 않으니, 그 부담감은 오롯이 미디어 산업계로 되돌아오면서 상황은 점점 더 악화 수밖에 없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유명 배우들이 인터뷰나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작품이 없다며 하소연한다는 내용이 종종 뉴스로 전해지고 있다. 이 역시 아이러니한 광경이라고 할 수 있는데, OTT 콘텐츠를 비롯한 콘텐츠 제작비에서 대부분은 작가, 감독, 배우에게 할당된 몫이 매우 큰 비율을 차지한다. OTT 콘텐츠의 투자와 흥행이 어느 인지도 높은 작가, 감독, 배우가 참여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그들의 회당 비용이 제작비 상승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고액의 비용을 지급하면서도 인지도가 높은 배우, 작가, 감독의 캐스팅을 선호하는 것인데, 한쪽에서는 출연할 작품이 없다고 하소연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처럼 미디어 산업계는 어느 한 부분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 부분이 무너지면 마치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2. 유명 배우들의 작품 하소연
출처: KBS 뉴스 (2024. 3. 12) 갈무리

OTT 전략의 방향 수정과 정책 개편
여러 가지 난제 속에서도 OTT 사업자들은 사업 방향이나 모델을 수정하고 서비스 정책을 개편하는 등 새로운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국내 제작비 상승 현상으로 최근 넷플릭스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 시장의 절반 수준인 일본 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국내 OTT 서비스들도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콘텐츠 제작은 대폭 축소했고, 그 대신 스포츠를 킬러 콘텐츠로 선택해서 스포츠 중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통해 비용 대비 효율성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티빙의 경우, 지난 4월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와 2026년까지 뉴미디어 분야 KBO 리그의 전 경기와 주요 행사의 생중계, 하이라이트, VOD 스트리밍 권리, 재판매 사업권 등에 관한 유무선 중계권 사업을 3년간 1,350억 원에 체결했다. 실제로 스포츠 중계와 OTT의 영향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국내 시장 조사기관 메조미디어에서 성인남녀 48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3%가 OTT 스포츠 중계가 구독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고, 47%가 일주일에 1회 이상 OTT를 통해 스포츠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뒷받침하듯 티빙의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MAU)에서도 적자 폭이 심각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티빙이 콘텐츠 투자와 스포츠 중계권 확보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탓에, 6월 기준 625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5%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그림 3. 스포츠 중계와 OTT 영향 관계
출처: 메조미디어 (2024. 3)

또한 지금의 OTT는 케이블TV, IPTV 등 기존 미디어와 구별되었던 초기 모습과는 다르게 광고요금제를 비롯해서 VOD 건별 결제(예: 쿠팡플레이 최신영화 건별 결제)와 같이 여러 가지 유형의 과금 체계를 제공하는 소위 ‘하이브리드’ 가격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했다. 하이브리드 가격정책은 수익원을 다각화해서 재무적인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이용자들의 이탈은 방지하고 유입은 쉽게 유도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OTT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구독자 수를 증가하기 어려운 정체기를 맞이했고, 끊임없이 경쟁을 이어오며 산업적인 기반은 크게 약화했으며, 콘텐츠 제작비는 대폭 상승하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며 매출 하락과 경영난으로 이어진 가운데, 하이브리드 가격정책은 특히 광고형 요금제를 통한 저가형 가격을 추가하는 형태로 제시한다.

광고형 저가 요금제는 국내외 OTT 서비스들의 스트림플레이션 현상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구독료에 대한 이용자들의 부담이 기존 구독자의 이탈과 신규 구독자의 진입 장벽이 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출시하게 되었다. 스트림플레이션은 스트리밍(Streaming)과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신조어다. 구글은 지난해 12월 ‘유튜브 프리미엄’ 멤버십 월 구독료를 1만 450원에서 1만 4,900원으로 42.5% 올렸고, 넷플릭스는 가장 저렴한 베이직 요금제 가격을 월 9,500원에서 1만 3,500원으로 변경했다. 국내 OTT 서비스 티빙도 기존 대비 20% 인상했으며 쿠팡 플레이 구독인 와우 멤버십은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가 올랐다.

넷플릭스는 그간 이용자들의 시청 편의를 내세우며 광고 없는 서비스 전략을 고수해왔다. 이러한 무광고 원칙은 2022년 11월 광고요금제가 구독 플랜에 포함되면서 깨져버렸다. 넷플릭스가 강력히 밀어왔던 신념과 다른 정책을 선보이면서 비판과 우려도 있었지만, 광고요금제를 도입한 지 1년 이상 시간이 흐르면서 광고요금제를 포함한 하이브리드 구독 플랜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현재 넷플릭스와 같은 하이브리드 구독 플랜은 애플 TV+(Apple TV+)를 제외한 대부분 주요 OTT 서비스에서 제공하고 있다.

국내 OTT 최초로 티빙에서도 지난 3월부터 광고형 요금제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OTT 광고 시장을 구축해서 수익성을 개선하고자 노력 중이다. OTT 광고는 다양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바탕으로 광고주가 선호하는 콘텐츠에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으로 실행한다.

국내 OTT 사업자들은 여전히 글로벌 OTT 사업자들과 비교하면 안팎으로 열세에 놓였지만, 도전적인 전략을 통해 여러 난관을 헤쳐 나가고 있다. 실제로 저가형 광고요금제, 스포츠 중계권은 시작한 지 이제 반년 정도가 흘렀을 뿐인데, MAU 수치에서 우상향 추세로 의미 있는 결과를 보인 것을 감안할 때, 난제를 극복할 실마리는 어느 정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유동성과 변수가 많은 미디어 환경에서 국내 OTT 사업자들이 새롭게 도전한 전략들이 하반기에는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Emarketer(2024. 6. 12). How Amazon Prime Video and Netflix are balancing subscription and ad revenue.
KBS뉴스(2024. 3. 12). [잇슈 연예] 고현정·이장우·한예슬 한목소리 “작품 없어”. KBS 뉴스광장.
나스미디어 (2024. 7). 2024 상반기 디지털 미디어 & 마케팅 결산. 나스리포트 355호.
메조미디어(2024. 3). OTT 업종 분석 리포트.
와이즈앱 (2024. 4. 24). 스포츠로 넷플릭스 추격하는 ‘국내 OTT’
한경닷컴(2024. 7. 16). ‘집어삼킬라’ 우려에도… ‘1,400억 적자’ 회사, 기대감 폭발 이유.
헤럴드경제(2024. 6. 15). “터질게 터졌다” 회당 출연료 3억~4억 원 기본…너무 심하다 했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