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법 타결, 상처뿐인 영광

[심층분석1] 정부 조직법 타결, 상처뿐인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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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게 끌던 정부 조직 개편안이 드디어 합의점에 이르렀다. 하지만 국회 협상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도 이번 논의를 통해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본지에서는 우여곡절끝에 간신히 타결된 정부 조직 법안 결과가 우리 모두에게 남긴 다섯 가지 교훈을 짚어보겠다.

 

1. 정부 조직법은 ‘국회’가 담당해야 한다

정부 조직 개정안 협상이 표류하며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하고 청와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던 순간, 박근혜 대통령은 전격적인 대국민담화를 열어 정부 조직 개정안 협상에 임하는 야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게다가 관련 회의석상 및 기타 외부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박 대통령은 끊임없이 인수위 원안을 고수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야당을 압박한 셈이다. 동시에 여야 협상도 출렁였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새누리당은 잠정 합의된 조항까지 번복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는 고스란히 협상의 난맥상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와 국회의원은 정부 조직법을 제안할 수 있지만 이를 정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협상 관정에서 박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은 ‘국회 존중 대통령’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향후 정국 운영에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게다가 정부 초기,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국정운영의 큰 클을 짜야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케이블 SO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이라는 원칙만 고수하던 박 대통령은 북한 도발 및 산적한 민생 현안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2. 협상의 제도를 바꿔야 한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유난히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 국회 선진화 법이다. 이는 본지에서도 누차 설명했지만, 거대 여당 및 야당이 의석수만 믿고 쟁점법안을 날치기 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법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여야가 현격한 시각 차이를 보이는 법안이 등장했을때, 국회 선진화 법 이상의 제도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힘을 받기 시작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해서는 길어지는 협상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이를 합리적으로 타개할 추가적인 조치들이 필요해 보인다.

 

3. 정치적 거래, 명확한 합의점을 찾아라

극적으로 합의를 본 정부 조직 개정안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여야의 합의가 일정정도 정치적 거래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협상 결과를 보면 여당은 인수위 원안을 그대로 가져갔고, 야당은 사대강 사업 및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등에 대한 문제제기 가능성을 얻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전혀 상관이 없는 쟁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분출되면서 협상 자체가 난데없는 고차방정식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적 거래는 지양하는것이 좋다. 하지만 협상의 주체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방안이 존재한다면, 그러한 정치적 거래를 차악의 개념으로 차용한다는 전제로 그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작년 국회 개원 협상 시 언론 청문회 개최 여부를 놓고 지금도 여야가 설전을 벌이는 것이 확실한 사례다. 상관없는 정치적 거래는 지양하는 것이 좋지만, 굳이 차용해야 한다면 그 경계와 정의를 명확히 내려야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국회차원에서 마련되는 각종 공공방송 추구의 제도적 장치 및 미과부와 방통위의 권한에 대해 확실한 청사진이 등장해야 한다. 특히 방통위가 미과부의 결정에 일정정도 사전동의를 통한 제동장치를 가지게 되었다고 방심하면 위험하다. 이런 부분은 추후 정부 조직 개정안을 통해 대기업 중심의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가 등장할 때 더욱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