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에 대한 매체 정책은 어디에?

[사설] 지상파방송에 대한 매체 정책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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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장진영 SBS 방송기술인협회장/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지난 1월 31일 우여곡절 끝에 34개 지상파방송사업자 141개 방송국의 재허가 심사가 완료되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정(?)으로 인해 허가 유효기간을 한 달여 지난 시점에 재허가 절차를 마무리하는 전무후무한 사태가 벌어지긴 했지만, 어찌 됐건 방송사 대부분은 재허가 심사가 무사히 일단락된 것에 안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난 것일까?

이번 재허가 심사에는 현재 주력 매체인 DTV, FM뿐만 아니라 2019년에 유효기간 4년의 재허가를 득한 지상파 UHD도 포함되었다. 지상파 UHD는 IPTV, OTT 등 강력한 경쟁 매체와 모바일로 옮겨가는 시청 패턴 등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방송사, 정부, 가전사, 장비 업체 등이 힘을 모아 출범시킨 차세대 지상파 매체다. 4K 해상도, 우수한 수신 성능, 모바일을 포함한 유연한 채널 구성, 인터넷과 결합한 양방향 서비스(TIVIVA), 거기에 콘텐츠 보호 기능까지…. 기존 DTV에서는 불가능했지만 (또는 구현하기 어려웠지만) 방송사가 꿈꾸어 왔던 무수히 많은 기능을 모조리 탑재했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 변화의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도 너무나 급격했고 결과적으로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시작한 지 7여 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지상파 UHD 방송의 활성화는 너무나 요원한 과제가 되어 버렸다.

그 과정에서 2015년에 마련한 오리지널 ‘지상파 UHD 정책 방안’은 2020년 대대적인 보완, 수정을 거쳐 ‘지상파 UHD 방송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안’으로 리뉴얼되었는데, 지상파 UHD를 통한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방송사의 경영 여건까지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지금에 와서는 새로운 정책 방안이 제시하는 계획과 일정조차도 지키기 힘들 정도로 지상파 UHD는 참담한 상황을 맞고 있다.

참담한 것은 비단 지상파 UHD뿐만이 아니다. 지난 연말 경영상의 이유로 한국DMB가 방송을 종료했다. 3년 전 U1미디어에 이은 두 번째 종료 사례로 당초 6개 사업자로 시작했던 수도권 DMB 사업자는 이제 4개 사업자만 남게 되었다. 2023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DMB 서비스 이용률은 2.2%에 불과하며, 한 주 동안 단 한 번이라도 DMB를 시청하는 비율은 1.7%에 그쳐 사실상 DMB를 이용하는 인구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확인했다. 특히, 최근 출시하는 스마트폰에서 DMB 수신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앞으로 DMB를 둘러싼 환경이 더욱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2005년 본방송을 시작한 DMB의 경우 노후 교체 연한을 한참 초과했지만 DMB 시설 투자에 대한 부담으로 근근이 연명만 하고 있는 장비도 많아 방송사 입장에서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지상파 UHD와 DMB로 대변되는 지상파 매체의 총체적인 난국에 대해 정부 차원의 매체 정책이 실종 상태라는 점이다. 첨단 IT와 더불어 갈수록 경쟁이 격화하는 글로벌 미디어 생태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디지털, OTT, AI 등에 대한 고민과 전략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과적으로 지상파 방송 매체에 대한 전략과 정책에 대한 고민과 논의는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지상파 UHD는 DTV와 동시방송 중인 상황으로, 현재 주력 매체인 DTV의 종료 시점과 단계적인 UHD 전환 로드맵, UHD 주파수 재배치 계획 등 장기적인 고민이 필요한 현안이 산적해 있으나 그 누구도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그것이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든 출구 전략을 위한 정책이든 지상파방송이 처한 현실을 인정하고 현실에 바탕을 둔 과감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실에 기반한 논의로 도출한 실현 가능한 정책을 통해 지상파 방송사는 정책의 방향과 흐름을 예상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장기적인 생존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UHD방송국 재허가 조건을 보면 4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방통위는 UHD 추진과 관련한 실적과 계획을 제출하고 정책 방안을 준수할 것을 조건으로 부과하고 있다. 재허가 조건을 충실히 이행하면 UHD 방송이 활성화할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올해는 수도권 4개 DMB 사업자에 대한 방송국 재허가 심사가 예정되어 있다. 더불어 후임 상임위원 선임, 공영방송 거버넌스(지배 구조) 이슈 등 방통위 입장에서도 현안이 산적해 있어 위기에 빠진 두 매체(지상파 UHD, DMB)를 포함한 지상파 방송 매체 대한 중장기 정책과 관련한 논의는 후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년도 재허가 심사를 계기로 지상파 방송 매체의 기능과 역할 전반에 대한 미래 지향적인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마련되길 희망하며 그러한 논의를 통해 예측 가능한 현실적인 지상파방송 정책이 수립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