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올해 신년사 키워드는 ‘위기‧소명의식‧내실정비’

[종합] 지상파, 올해 신년사 키워드는 ‘위기‧소명의식‧내실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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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KBS‧MBC‧SBS‧EBS 등 지상파 4사의 수장들은 올해 키워드로 ‘위기’, ‘공영방송인으로서의 소명의식’, ‘수익성 개선을 통한 내실정비’, ‘자립경영’ 등을 제시했다.

먼저 박민 KBS 사장은 “KBS는 잠재력을 살리지 못한 채 존립을 위협받는 암담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박 사장은 “수신료 분리징수로 3,000억 원 대의 누적 적자가 예상되고 있지만 KBS의 콘텐츠 경쟁력은 주목할 만한 반등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방만 경영을 극복하기 위한 혁신은 우리 모두에게 뼈를 깎는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구성원들은 사분오열돼 있고 집행부와 직원들 간의 신뢰는 미약하다”면서 “이대로 가면 2년 내 자본 잠식 상태에 진입하게 된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과 조직과 직종 이기주의가 견고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모두 변화가 없으면 희망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제 모두 자신의 모순과 한계를 인정하고, 가슴 속 깊이 묻어두었던 KBS인의 자긍심과 공영방송인으로서의 소명 의식을 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박 사장은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KBS 뉴스 하루 평균 조회 수 1000만 회 상회 △<고려거란전쟁>, <개그콘서트>, <골든걸스>의 선전 등을 언급하며 “부족하지만 혁신을 위한 불씨는 지펴졌다”면서 “획기적이고 기상천외한 사업 플랜이나 경영 전략이 아니라 KBS인들이 만들어가는 오늘이 KBS의 위기를 극복하고 KBS의 미래를 열어가는 진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준 MBC 사장은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낸 뒤 공영방송인의 소명을 강조했다. 안 사장은
‘불공정 편파방송’이라는 여권의 비판에 대해 “MBC에 대한 평가는 정치권의 손에 쥐어진 권한이 아니다. 자의적인 잣대로 MBC를 편향적이라고 낙인찍는 대신 국민의 보편적 의식과 동떨어진 자신들의 편파성은 없는지 스스로 되돌아보는 게 우선일 것”이라고 말한 뒤 내부 구성원을 향해 “우리가 옳다고 믿는다면, 그것이 다수 시청자들의 바람과 일치한다면, 외풍에 굴하지 않고 맞서나가는 것이 공영방송 직원의 용기이고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권력을 감시하는 데 있어 주저함이 없는,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거침이 없는, 우리가 아니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힘 있는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으로 공영방송의 소명을 올해 더욱 분명히, 확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BS의 방문신 사장은 협업과 실용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며 SBS의 수익성을 개선해 내실 정비에 힘쓰겠다고 했다. 방 사장은 “협업은 ‘나 혼자, 나 잘난’을 뛰어넘자는 것이고, 실용은 ‘허세와 겉멋’을 버리자는 뜻”이라며 “협업과 실용을 올해 키워드로 제시한 만큼 회사 차원의 평가, 인사, 시상에 이르기까지 이 기준이 두루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SBS 경영에 대해 수백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면서 곧 시작되는 본부별 신년 업무계획에는 판에 박힌 업무보고 대신 ‘TV를 넘자, 지상파를 넘자, 대한민국을 넘자’에 걸맞는 새로운 사업계획 모델, 협업에 입각한 통합적 혁신 아이디어, 실용적 수익 시스템이 많이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최근 노사 갈등이 악화일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EBS의 김유열 사장은 “2017년 일산으로 청사를 옮긴 이후 2020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하고 있다.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면서 신년사를 시작했다.

김 사장은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방송단행본 사업’ 등을 언급하면서 “신규 사업으로 인해 비용은 발생했는데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한 것도 제 책임”이라고 말한 뒤 “구성원들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여 올해부터 방송단행본 직영 사업은 접고 대행 출판으로 전환했다. 또 많은 우려가 있던 ‘구독 사업’은 정상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성장 여력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목표는 ‘자립경영’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고강도 경영혁신을 통해 150억 원 경상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몇 년 전부터 디지털 혁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실행해 점차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면서 “고통스럽지만 150억 원의 경상비를 절감해 구조적 적자 요인을 제거했고, 다행스럽게 올해부터 디지털 혁신을 통한 디지털 수익, 학습교재 수익, 지역 상생 강화를 통한 수익 등의 확대로 7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