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박민 KBS 사장…여야 반응은 엇갈려

고개 숙인 박민 KBS 사장…여야 반응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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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박민 KBS 사장이 취임 이틀째인 11월 14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박 사장은 KBS가 불공정 편파 보도로 공영방송의 핵심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며 사과했고, 임원 임금 30% 반납 등 특단의 경영 혁신으로 방만 경영을 타개하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시 뉴스의 △검언유착 사건 오보 △고 장자연 씨 사망 사건 관련 윤지오 씨 인터뷰 △오세훈 시장 생태탕 의혹 △김만배 녹취 보도 등 불공정 편파 보도의 대표 사례를 언급하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박 사장은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오보로 하루 만에 사과를 했고, 우리 사회 파문을 불러온 고 장자연 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후원금 사기 혐의를 받자 해외로 도피한 윤지오 씨를 출연시켜 허위 주장을 펼치도록 했다. 2021년 4.7 재보궐 지방선거 직전엔 이른바 ‘오세훈 시장 생태탕 의혹’을 집중 보도해 선거판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2022년 대통령 선거 직전엔 결국 조작된 내용으로 드러난 김만배 녹취를 보도했다”며 “KBS 뉴스는 지난 몇 년간 불공정 편파 보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저는 앞으로 이런 사례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공정 편파 보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해당 기자나 PD는 즉각 업무에서 배제하고 최대한 엄정하게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또 불공정 편파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무분별한 속보 경쟁 하지 않을 것 △익명 보도는 최대한 자제할 것 △팩트체크를 활성화하고, 오보 발생 시 바로 사과할 것 △정정보도는 뉴스 첫 머리에 할 것 △불공정 보도로 논란이 될 경우 책임을 물을 것 △의도적이고 중대한 오보에 대해선 국장과 본부장 등 지휘라인까지 문책할 것 등의 강도 높은 대책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박 사장은 또 다른 비판 여론인 ‘방만 경영’에 대한 대책도 밝혔다. 박 사장은 “지난해 7천억 원의 수신료를 받았음에도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경영으로 1백억 원이 넘는 적자는 낸 데 이어 올해는 8백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면서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저 자신과 임원들이 솔선수범해 임금 30%를 반납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명예퇴직을 확대 실시해 역삼각형의 비효율적인 인력 구조를 개선하고, 그래도 인력 운용의 효율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인사, 승진, 예산 제도도 전면 쇄신하겠다”며 “입사하면 성과와 관계없이 누구나 상위직급으로 올라가는 일은 이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즉각 반발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박민 사장은 기자회견 내내 앵커나 진행자 교체, 프로그램 삭제 등 실정법 위반이 될 민감한 사안은 보도본부장에게 책임을 미루고, 억지스런 불공정과 방만 경영 타령만 읊어댔다”고 비판한 뒤 “기자회견을 앞두고 진행자 교체와 프로그램 개편에 항의하는 언론노조 KBS본부의 항의가 두려웠는지 시큐리티 인력과 신임 경영진으로 이중, 삼중의 벽을 쌓고 입장했다”며 “KBS 수장이라면서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정부여당의 목소리를 받아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 공영방송 KBS의 사장이랄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앞서 박 사장은 11월 13일 취임 즉시 9시 뉴스를 맡아온 이소정 앵커를 하차시키고,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인 주진우 씨에게 하차를 통보하는 등 진행자 전면 교체에 나서 논란이 일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사측이 제작진과 어떤 논의 없이 편성을 삭제하고, 방송 하루 전에 앵커에게 하차를 통보하는 등 취임 첫날부터 편성규약과 단체협약 위반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언론이 무너지고 언론인이 자긍심을 가질 수 없는 슬픈 시대를 공영방송 KBS가 나서 새롭게 재정립해 주길 바란다. KBS가 진정한 변화를 통해 국민의 방송, 공영방송으로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되찾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다”고 밝힌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KBS를 정권의 시녀로 전락시키려는 만행을 당장 멈추라”고 주장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박 사장은 취임 첫날부터 망나니 칼을 휘두르며 KBS를 ‘땡윤방송’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기존 시사 프로그램을 ‘편파 방송’이라며 통째로 편성에서 삭제하고, 뉴스9 등 주요 뉴스 앵커를 비롯해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까지 줄하차를 강요했다”고 꼬집었다. 강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 여론을 언론 탓하며 두들겨 패서라도, 여론을 뒤집어보겠다는 속셈이 뻔하다”며 “총선을 앞두고 공영방송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저열한 만행을 당장 멈추라”고 했다.

정의당도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KBS에 숙청의 피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며 “취임 하루 만에 간부 9명과 주요 부서 국‧부장급 보직자 60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고, 주요 뉴스 앵커를 비롯해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까지 하차를 강요받았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사작전에 준하는 전격적인 인사 숙청은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정부·여당의 말이 얼마나 기만적인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아무리 ‘윤통 방송’ 만들기 위해 애를 쓴다 할지라도 화무십일홍, 무도한 권력을 국민들은 가만히 두고보지 않았다. 오늘의 공영 방송 파괴 행위, 반드시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