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5개 국정목표, 21개 국정전략, 14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동시에 인수위는 이 같은 내용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고했다고 밝히며 이를 바탕으로 각 부처가 긴밀하게 논의하고 협력해 반드시 성공적인 정부 운영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5개 국정목표 중 차기 정부의 ICT 발전 및 대한민국 IT 강국 만들기 대목에서 방송법 및 IPTV법을 합치는 통합방송법 논의가 차기 정부에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동시에 종합 미디어 콘텐츠 그룹을 지향하는 KT의 향후 행보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KT는 대한민국 유료 방송 미디어 환경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KT는 IPTV와 위성방송을 합쳐 작년에만 6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유치한데다 올해에 IPTV만으로 800만 가입자를 끌어 모은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운 상태다. 여기에 OTS 가입자까지 더하면 KT는 명실상부 최고의 미디어 플랫폼 기업이 되는 셈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KT가 내부적으로 세운 2013년 IPTV 가입자 500만 명, 자회사인 스카이라이프 가입자 434만 명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유료 방송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업계 관계자들은 KT의 이러한 성장의 이유를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KT의 막강한 마케팅 능력과 더불어 케이블 방송사와 다르게 점유율 제한이 없다는 점을 들고있다. 실제로 케이블 방송은 특정 회사가 전체 케이블 가입자의 3분의 1을 넘을 수 없다는 방송법 제한을 받고 있다. 물론 IPTV도 제한이 있긴 하지만 IPTV 점유율 제한은 IPTV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유료 방송 사업자의 3분의 1이기 때문에 그 제한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여기에 위성방송은 점유율 제한 자체가 없고 OTS의 경우 이를 IPTV로 봐야하는지, 위성방송으로 봐야 하는 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IPTV에 위성방송, OTS까지 서비스하는 KT는 이론적으로 유료 방송 시장의 100%를 장악할 수도 있다.
물론 케이블 방송사의 반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작년에 케이블 방송 시장의 패권자로 군림하는 CJ가 불합리한 케이블 점유율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힌적이 있다. 동시에 방송통신위원회도 케이블 규제 제한을 느슨하게 만드는 방안을 전체회의 안건으로 올려 진지하게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이러한 법 자체가 ‘CJ 특별법’이 아니냐는 맹공을 받았고 결국 MSO 및 PP의 케이블 점유율 완화 논의는 힘을 잃고 좌초해버렸다. 여기에는 CJ 특별법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반감이 크게 작용한 것과 더불어, CJ를 자신들의 가장 막강한 경쟁사로 여기는 종합편성채널의 공격도 주효했다는 평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위의 국정목표에 포함된 통합 방송법 논의는 가뜩이나 KT에 쏠린 유료 방송 시장의 패권을 더욱 공고히 만들 것이라는 평이다. 작년에 끝내 좌초되었던 IPTV 특별법으로 얻을 수 없었던 다양한 법적인 빗장이 풀리며 공룡 미디어 그룹인 KT가 더욱 몸집을 부풀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작년 IPTV 특별법 논란 당시 망과 회선, 여기에 IPTV와 위성방송까지 보유한 KT의 잠재력에 케이블 방송사는 물론 다른 IPTV 회사들도 불안을 느껴 법안은 결국 좌초되었다.
하지만 이번 통합 방송법은 앞에서 언급한대로 확장일로에 있는 KT의 미래를 더욱 장밋빛으로 만들 전망이다. 특히 정부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방통융합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인수위의 발표는 ‘모든 미디어 플랫폼’을 소유한 KT에게 분명 호재다. 당장 OTS에 대한 긍정적인 정부의 변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유료 방송 시장의 패권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