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대해 KBS는 공영방송이라는 제도에 대한 근본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충분한 숙고와 토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7월 5일 전체회의에서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징수 방식을 개선해 분리고지토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1981년 당시 신문의 월 구독료를 고려해 2,500원으로 책정된 TV 수신료는 현재까지 40년 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시청료 거부 파동 등을 거치면서 1994년부터는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되고 있으며,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KBS와 EBS가 97:3의 비율로 나누고 있다.
방통위는 “지금까지는 TV 수신료 납부 의무가 없는 경우에도 전기요금에 합산돼 수신료 징수의 이의신청, 환불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앞으로는 시행령 개정에 따라 TV 수신료에 대해 국민들이 납부 의무 여부를 명확히 알고 대처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현재 수신료 징수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 고지행위와 결합해 수신료를 고지‧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방통위는 “먼저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별도로 고지‧징수하도록 함으로써 국민들이 수신료 징수 여부와 그 금액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수신료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권리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납부의무가 없는데 잘못 고지된 경우 바로 인지해 대처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분리 납부하고자 하는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한다”고 덧붙였다.
수신료와 관련된 논의는 지난 40년 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수신료 현실화 움직임이 있었고, 중간 중간 수신료 분리징수도 화제에 올랐으나 정치권의 입장 차이와 신문‧종합편성채널 등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실이 3월 9일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TV 수신료 징수 방식(TV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개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고 이를 근거로 분리징수를 권고하면서 수신료 징수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됐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6월 14일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안건으로 접수하고, 2일 뒤인 16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방통위는 입법 예고 기간을 10일로 정했다. 통상적으로 입법 예고 기간은 40일이지만 긴급한 사안의 경우 법제처와 협의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게 방통위 설명이다.
시행령 개정은 법령안 입안, 관계기관 협의, 사전영향평가, 입법 예고,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심의,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 공포 등의 절차를 거친다. 방통위는 “이번에 의결한 개정안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공포한 날부터 시행할 예정”이라며 “KBS와 수신료 징수 업무 수탁자인 한국전력공사가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조속히 협의해 제도 시행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KBS는 “공영방송 KBS라는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다만 그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과실은 국민 모두에게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숙고와 토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BS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실의 권고안에는 수신료 분리징수와 함께 ‘공영방송의 위상과 공적 책임 이행 보장 방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신료 분리징수 조치만이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며 “공영방송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단기적 극약처방이 아닌 근본적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달라”고 요청했다.
KBS는 또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KBS는 “입법 예고 기간 40일의 1/4에 불과한 10일의 예고만으로 통과시켰다”며 “당사자인 KBS의 의견 진술 요청은 이유 없이 거부됐고, 징수 비용 급증과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한국전력공사의 의견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법에 따라 수신료 납부 의무는 여전하며, 특별부담금인 수신료에 대해 납부 선택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납부 선택권을 부여한 것으로 오도해 수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체납자가 될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KBS는 자구 노력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KBS는 “KBS를 향한 국민 여러분의 지적과 비판이 있었다는 점 또한 잘 알고 있으며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특히 공정성과 경영 효율화에 대한 문제 지적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해 보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