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시대, 미디어 변화는?

박근혜 대통령 시대, 미디어 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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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결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차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75.8%라는 높은 투표율에 고무되어 막판 대역전을 노리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진영은 결국 ‘보수 대결집’으로 이어진 판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이번 대선 결과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승부사적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된 순간이기도 하다.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 단절을 공식화하고 4월 총선을 통해 대대적인 당의 인적쇄신을 주도하는 한편, 경제민주화 및 기타 선별적-포괄적 복지와 같은 중요 이슈의 주도권을 가져간 것은 ‘선거의 여왕’다운 전략이었다는 평가다. 또 선거 막판에는 대한민국이 처해있는 여러가지 불합리한 민생문제를 현 정부가 아닌 참여정부의 실패로 한정하는 영리한 프레임를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보수-진보’로 나누어진 극단의 가치를 희석시켜 ‘보수’가 가지는 부정적이고 완고한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상대편인 민주통합당의 장점들을 적극 수용한것도 승리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또 ‘십알단’으로 대표되는 자신의 치명적인 과오를 적극적으로 외면하고 국정원 여직원 사태와 같은 민주통합당의 빈번한 ‘자책골’과 밑바닥 안보-경제 살리기 정서를 극대화한것도 박근혜 당선자에게는 호재였다.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타이틀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동시에 18대 대선으로 탄생한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미디어 업계의 분위기도 요동치고 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공정방송 및 기타 해직 언론인 사태에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던 문재인 후보와는 달리 박근혜 당선인은 ‘추상적인 약속’만을 내세웠다는 이유로 향후 미디어 정국이 급격한 냉각기에 들어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공영방송 이사회가 사회의 다원성을 균형있게 반영하도록 하고 사장 선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투명하게 하겠다고 밝혔지만 여기에 대해서 회의감을 가지는 전문가들도 많기 때문이다. 사실상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방송사 사장 선임 및 기타 파업 사태에 대응하는 박 당선인의 자세에서도 판단할 수 있듯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해답을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특히 공정방송을 기치로 지금까지 투쟁의 끈을 놓지않고 있는 MBC 노동조합은 향후 사측과의 힘겨루기에서 상당부분 존재감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 당선인이 많은 국민에게 비판을 받은 MBC 김재철 사장을 품고 새로운 국민 대통합을 말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유로 전향적인 ‘변화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있다.

미디어 플랫폼 분야에서도 엄청난 격변의 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ICT 대연합이 주장하는 ‘ICT 콘트롤 타워’를 일자리 창출 극대화로 승화시켜 이 분야에 국가적 동력을 집중하겠다는 공언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ICT 대연합이 주장하는 ‘ICT 발전을 위한 콘트롤 타워’가 과연 진정한 ICT 발전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 내면에 녹아들어 있는 독임부처제의 환상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박 당선인의 진지한 성찰은 없어 보인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달콤한 공약 실현을 위해 ICT 대연합의 기조에 맹목적으로 찬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 박근혜 당선인은 미디어 공약 자체를 방송+통신의 형태로 묶어 ICT에 이은 일자리 창출로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ICT 콘트롤 타워의 기능을 맹신하는 경향도 엿보인다는 평이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산업논리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무엇보다 방송이 가지는 공공성의 속성을 통신 ‘기술’의 하위 개념으로 한정시키는 오류를 피할 수 없다. 미디어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수익의 달콤함에 도취되어 플랫폼 자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박 당선인은 방송의 산업적 발전을 강조하며 ‘유료 방송 법체계 일원화  및 미디어 융합을 촉진하기 위한 진입 및 영업 규제 완화’는 물론 ‘유료 방송 규제 완화 및 법‧제도 개정 등 방송을 미래 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제도 및 기반 마련’에 주력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디지털 전환 정국이 완료되는 현 시점에서 무료 보편의 지상파 방송이 가지는 공공성을 무리하게 ‘민영화’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독재자의 딸’이자 ‘방송장악의 원흉’부터 시작해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극과극의 스펙트럼을 가진 18대 대통령 당선인 박근혜. 그가 주도하는 새로운 정부의 등장에 대한민국의 정치 및 사회는 물론 미디어 분야의 명운도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