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시정명령 받은 SBS “역차별 규제” 반발

방통위 시정명령 받은 SBS “역차별 규제”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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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자산으로 지상파 진입 여부 판단하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어”
방송협회 등 업계 “경제성장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대기업 기준 조정해야”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대기업 소유제한 규정’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SBS가 “토종 콘텐츠 경쟁력을 약화하는 역차별 규제”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SBS는 9월 20일 입장문을 통해 “방송법 시행령상 대기업 기준은 지난 2008년 10조 원으로 상향된 이후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그대로 유지돼 국내 미디어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K-콘텐츠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방통위는 9월 7일 전체회의에서 대기업 소유제한 규정을 위반해 ㈜SBS M&C 주식 40%를 소유한 SBS에 대해 시정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 위반사항을 시정할 것을 의결했다.

현행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에 달하는 대기업의 소속회사 및 계열회사는 방송광고판매대행사의 주식 또는 지분 총수의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하지만 SBS의 모기업인 태영은 5월 1일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고, SBS는 방송광고판매대행사인 ㈜SBS M&C의 주식 40%를 소유하고 있다.

SBS를 비롯해 방송계에서는 방송법 시행령상 대기업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방송협회 역시 지난해부터 꾸준히 지상파의 소유규제를 경제성장과 물가상승률에 맞춰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SBS에 따르면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기업 수는 2008년 17개에서 2021년 47개로 176% 증가했고, 자산총액 20조 원 이상의 기업도 12개에서 17개로 42%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과 글로벌 OTT의 영향력이 막강해진 미디어 시장에서 지상파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며 “지상파가 다른 미디어 사업자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콘텐츠 시장의 유효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플레이어로 역할하려면 지상파의 생존을 가로막고 있는 소유규제 등 낡은 규제는 ‘지금 당장’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SBS가 방통위의 시정명령을 따라 자산을 매각할 경우 일본 기업이 M&C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SBS는 “SBS의 M&C에 대한 의결권이 10%로 제한돼 국내 기업을 크게 상회하는 일본 대기업 제이컴(J:COM)이 아무 제한 없이 M&C 최대 주주 지위를 차지하게 되는 역차별적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SBS는 “미디어렙법은 애초 방송광고판매대행사를 매개로 한 거대 광고주의 방송 사업자에 대한 부당한 간섭과 개입을 막기 위해 도입된 진입 규제인데, 이번 시정명령은 오랜 기간 국내 방송 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기업을 퇴출하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대기업 기준이 변경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SBS 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기업의 지상파 방송 진입 여부를 판단하는 규제는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넷플릭스, 디즈니, HBO 등 글로벌 미디어 공룡이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동안, 지상파는 낡은 소유규제에 발이 묶여 자본조달과 글로벌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