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TA 시대의 콘텐츠

[칼럼] MANTA 시대의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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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EBS 수석연구위원]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시대가 저물고 ‘MANTA’(마이크로소프트·애플·엔비디아·테슬라·알파벳) 시대가 올 것인가? 미국의 나스닥 지수가 급락하는 시장에서 CNN이 보도한 ‘MANTA’ 시대가 현실이 되고 있다. 코로나 시대의 양적완화로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 때문에 미국은 40년 만에 가장 높은 소비자 물가 지수를 기록하고 있다. 물가상승으로 소비는 감소하고, 경기침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몰고 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 거대 빅테크 기업의 움직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FAANG’ 기업의 추락과 ‘MANTA’ 기업의 성장이 그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거대 기업을 기술주 입장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플랫폼 비즈니스, 미디어 산업을 흔드는 대표 기업이기 때문이다.

‘FANG’이라는 용어는 2013년 미국 경제 매체 CNBC의 진행자 ‘짐 크레이머’가 방송 중에 던진 질문에 처음 등장했다.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을 말한다. 당시에 ‘미래를 대표하고, 시장 지배적 지위를 가진 회사’를 의미했다. 여기에 ‘애플’을 추가해서 ‘FAANG’이 등장했다. 2013년부터 코로나 팬데믹 시대까지 지난 7~8년여 동안 ‘FAANG’의 전성기였다. S&P 500 전체 시가 총액에서 ‘FAANG’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9.2%에 이르렀다. 2020년 한 해에 FANG+ 지수는 93%나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이 누그러지면서 2022년 초 페이스북과 넷플릭스의 주가가 20% 이상 하락하는 이상 징후가 감지되었다. 넷플릭스 주가가 하루에 22% 폭락하고, 페이스북 주가가 하루에 26% 추락하면서 10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의 하락장에서 메타(페이스북), 넷플릭스, 아마존이 30~50% 하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구글)은 10~30%대 하락으로 선방 중이다.

이제 미디어 입장에서 이들 빅테크 기업을 살펴보자. 광고 중심의 비즈니스를 펼치는 메타는 하드웨어를 가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정책에 따라 ‘타깃 광고’ 수익이 흔들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유·무료 OTT의 중심에 있는 유튜브와 더불어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플러스의 추격에 암초를 만난 듯 좌충우돌 중이다.

K-콘텐츠인 ‘오징어 게임’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던 넷플릭스의 성장세 둔화는 미디어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넷플릭스는 2020년 신규 가입자 수 3,360만 명에서 2021년에는 1,820만 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2020년 미국 OTT 시장 점유율 33%를 유지하던 넷플릭스는 2021년 3분기 27%로 떨어졌다. 이 자리를 대신 차지한 곳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21%, 디즈니플러스 14%, 훌루 13%, HBO 맥스 10% 등이다. 예상대로 미디어 기업의 콘텐츠 제작비 부담은 영업 이익률 하락의 핵심 요인이다.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 내부에서는 ‘오징어 게임’의 가치를 9억 달러(약 1조 원)로 평가했다. 이는 투입한 제작비 2,140만 달러(235억 원)의 42배에 달한다. 이른바 흥행작 한편으로 몇 년 치 투자금을 단번에 회수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직접적인 현금 수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신 성장 산업인 ‘게임’으로 축을 옮기는 모양새다. 넷플릭스 가입자들에게는 무료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시장 장악을 시도 중이다.

애저(Azure)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심으로, 작년 4분기 전체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 대비 32% 성장 중인 마이크로소프트도 구독형 클라우드 게임인 ‘엑스박스 게임패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AI 시대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중심으로 하는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도 ‘비디오 게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게임 부문의 매출 비중이 44%를 차지한다는 경이로운 수치도 있다. 물론 강점인 인공지능, 가상화폐, 메타버스 사업도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이른바 하드웨어 기반 기업의 재도약이다.

기업은 늘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찾기 마련이다. 많은 빅테크 기업이 하나같이 게임 비즈니스에 투자를 늘리는 모양새다. 거대 기업의 투자는 경제를 움직이고, 사람들의 취미를 바꾸고, 나아가 미디어 지형을 변화시킬 것이다. 이 기업들은 게임시장의 전통을 이어온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구독자를 넘어서 새로운 강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AI 기업이 바라보는 게임은 사람과 기계 간의 의사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한다. 인간의 감성에 기계의 능력을 더하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다. 세상을 이끌어가는 미디어 기업이라면, 기계가 생각하는 평균값에 ‘인간의 가치’를 접목하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기계의 능력을 활용하면서도, 인간성 상실 없는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지식경제 사회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학습된 기계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인류의 미래 번영을 위해서 인간의 가치를 잃지 않는 차원 높은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MANTA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CNN의 보도처럼 ‘FAANG’은 은퇴하고, ‘MANTA’의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던진 화두인 ‘게임 산업’을 살펴야 할 차례이다. 빅테크 기업의 비즈니스인 ‘게임’을 콘텐츠 제작의 새로운 연결 고리로 이어가야 한다. 빅테크 기업의 신성장 동력에서 미디어 시장 변화를 찾아내는 혜안을 열자. 빅테크 기업의 투자, 자금의 이동, 플랫폼 비즈니스는 미디어 산업과 직결되어 있다. 이들의 움직임에서 콘텐츠 소비 행태 변화를 읽어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