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개정안’ 민주당만 빼고 모두 반대 ...

‘언론중재법 개정안’ 민주당만 빼고 모두 반대
정치권, 언론, 시민사회단체 “언론 악법 폐기해야” 거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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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진보 진영의 정의당마저 ‘언론 재갈 물리기’를 우려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때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겠다 외치면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외치던 이들이 권력을 쥐고 나니 이제 꼰대가 되고, 수구가 되고, 기득권이 되었다”며 “권력의 맛이 달콤하니 계속 국민들 속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놓고 영구집권하겠다고 획책하고 있는 것이 이 집권 세력의 숨겨진 의미이고 그 발톱이 바로 드러난 것이 언론재갈법”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는 나라는 없다. 고의와 과실이 없었다고 하는 입증책임을 기자에게 넘기는 그런 제도도 없다. 그냥 자기들 마음에 안 들면 소송 걸고, 고소·고발하고 그래서 자기들 마음에 안 드는 기사는 아예 취재조차 못 하게 막겠다는 것이 바로 이들의 의도”라고 덧붙였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잘못된 언론보도로부터 시민 피해를 구제하고 언론의 공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언론개혁의 기본 취지인데 (언론중재법은) 상당히 모호하고 추상적인 고의.중과실 기준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오히려 일부 ‘허위.조작보도’ 잡으려다가 언론 전체를 때려잡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언론중재법이 아니라 언론중죄법을 만들어 버렸다”고 꼬집었다. 이 수석대변인은 “오늘 민주당이 강행처리한 언론중재법에 명시된 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한다면, 앞으로 ‘삼성 X파일 사건’, ‘2007년 대선 BBK와 다스 사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같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에 대한 언론보도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본회의 처리 전에 언론중재법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대선 후보인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개혁의 부메랑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돈 있고,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이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그래 잘 걸렸어’라면서 이 법으로 소송을 건다고 하면 기자도, 데스크도, 회사도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며 “언론의 감시와 견제, 비판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 7개 단체도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관훈클럽·대한언론인회·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국내 언론 7개 단체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언론에 재갈 물린 위헌적 입법 폭거를 규탄한다고”고 밝혔다. 이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근거가 되는 허위·조작 보도는 그 개념이 불분명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돼 언론을 손쉽게 통제할 수 있는 길을 터놓고 있으며, 모호한 언론 보도 피해 산정의 기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국회법 취지도 무시됐다고 꼬집었다. 언론 7개 단체는 안건조정위원회를 언급하며 “여야간 이견 조정을 위해 여야 동수로 구성하고 숙의 과정을 거치도록 돼 있는데 법안 옹호에 앞장섰던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야당 몫으로 참여시키고 불과 1시간여 만에 의결해 국회법의 근본 취지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의당과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은 지난 17일 언론중재법 개정안 폐기를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개정안에는 단지 문구가 아니라 민주당이 언론개혁을 바라보는 기득권의 관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며 “자율규제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지만 왜 거꾸로 가고 있는지 누구도 설명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시민 피해 구제라는 명분으로 언제라도 정치권과 자본이 언론의 견제를 무력화하고 통제와 공격을 일삼을 법적 근거를 만들어 놓았다”고 꼬집었다.

또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 및 추진 과정의 문제도 지적했다. 정의당과 언론 현업 4단체는 “민주당은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모든 언론을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끊임없이 시민과 언론을 분리시키며 언론 혐오를 부추기는 여론을 만들어 왔다”며 “민주당과 지지자들이 규정하는 틀에서 벗어나면 징벌의 대상이고 그 처벌에서 살아남는 언론만이 좋은 언론이라고 규정하는 독단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언론현업단체 중 하나인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도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언론중재법 개정안 폐기를 요구했다. 기술인연합회는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무섭기에 스스로 민주적인 정부라고 내세우던 현 정부가 독단과 독선으로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는지 모르겠다”며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국민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듣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