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의 언론플레이 ‘범죄수준’

방통위의 언론플레이 ‘범죄수준’

617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700MHz 대역 주파수에 관련된 명백한 사실을 호도하고 더 나아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보도자료까지 배포해 국내 언론사들에 퍼트림에 따라 엄청난 ‘오보’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그 무대는 최근 막을 내린 세계전파통신회의(이하 WRC-12) 관련 보도행태다.

지난달 23일부터 4주간 일정으로 열린 세계전파통신회의(이하 WRC-12)에서는 방송 및 통신은 물론 우주,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주파수 할당 문제를 지역별로 결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 아프리카 및 중동 국가들이 부족한 유선망을 대체 할 수 있는 4세대 이동통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전파특성이 좋은 700MHz 대역 주파수의 사용이 시급하다며 해당 주파수의 이동통신용 분배를 긴급 제안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즉 region-1에 해당하는 국가들이 관련 주파수의 활용을 결정하던 중 예정에 없던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에 대한 결정을 내리자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700MHz 대역 주파수를 지상파 디지털 방송으로 활용하고 있던 유럽 국가들은 이에 반대했고, 결국 관련 사안은 차기 회의가 열리는 2015년 <WRC-15>에서 다루기로 합의했다. 이는 공식 보고서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식 보고서를 두고 방통위가 ‘희한한 결론’을 내리며 상황이 묘하게 꼬여갔다. 방통위는 “지난 20일 WRC-12에서 “700MHz 대역이 이동통신용으로 분배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면서 “그 효력은 WRC-15 직후 발효하는 것으로 결의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방통위가 최근 잘못된 정보 남발로 물의를 일으킨 한 전직 의원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실 앞에서 밝힌대로 <WRC-12>에서는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할당하지 않았다. 단지 ‘일부’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의 긴급제안으로 해당 주파수의 할당 결정을 2015년까지 유예하자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방통위는 이 대목에서 해당 지역의 700MHz 대역 주파수가 통신용으로 결정되었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상당한 수준의 창의력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연합뉴스] [뉴시스] [경향일보] 등 좌우를 가리지 않는 일부 일간지들이 일제히 이같은 방통위의 보도자료를 받아 그대로 기사로 내면서 대량 ‘오보’사태가 일어났다는 점에 있다. 여기에 친통신 언론사인 [전자신문]의 경우 사설까지 곁들여 가며 700MHz 대역 주파수가 전세계적인 통신용 주파수로 부각되었다고 주장하고 나섰으며 [디지털타임즈]의 경우 주파수 분야에서는 있지도 않는 허구의 ‘방송권력’을 운운하며 방통위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적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최소한의 분석작업도 없이 시대의 관찰자로서 진실규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기자가 정부부처의 자료만 맹신하는 아둔함이 얼마나 무서운 짖을 저지르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방통위도 나열된 사실을 통해 하나의 주장을 도출함에 있어 믿을만한 정보를 언론사에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명백한 거짓 정보’를 흘려 많은 언론사들을 호도한 것은 책임있는 정부부처의 자세가 아니기에 논란이 심해지고 있다.

한편 ‘700MHz 대역 주파수 통신용 할당이 세계적 대세’라고 여론몰이를 하며 ‘언론 플레이’를 감행한 방통위 주장의 배경에 서서히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내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한 방통위의 ‘무리수’라는 것이 중론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둘러싼 대립에서 방통위가 논지의 패러다임을 먼저 선점하려는 시도를 한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즉 현재 상황은 이렇다. 디지털 전환 이후 확보 가능한 700MHz 대역 주파수를 방통위 입장에서는 종합편성채널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통신사에 모두 할당하고 싶었지만 지상파의 반발이 심해지자 상?하위 대역 분할할당이라는 꼼수를 부린 상황이다. 동시에 방통위는 줄기차게 친통신 언론사를 통해 “해당 주파수는 전세계적으로 통신에 할당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며 유리하게 여론을 호도하려고 했으나 <WRC-12>에서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이 주장하고 있는 ‘해당 주파수 할당 유예’결정이 내려지자 적잖이 당황했다는 것이다. 이에 방통위는 여론을 호도하는 친통신 언론사는 물론 아무 생각없이 기사를 받아적는 일부 일간지에 ‘그럴싸한’내용을 담아 보도자료를 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주파수 전문가들은 “이번 <WRC-12>의 region-1에 해당하는 국가들의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 결정이 2015년으로 유예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700MHz 대역 주파수 상?하위 대역 분할할당은 상당히 ‘특이하다’”고 전하고 있으며 동시에 “최시중 씨가 방통위원장에 재직할 때야 주파수 정책에 있어 온갖 비리와 특혜시비가 생겨났기에 새삼 논할 것도 없지만, 이제 새로운 방통위로 태어나야 하는 이 때에 똑같은 일이 벌어져서는 곤란하다”고 덧붙혔다.

또 이들은 “역으로 <WRC-12>에서 해당 주파수를 2015년에 할당하는 것으로 결정한 만큼 국내에서도 700MHz 대역 주파수 상?하위 분할할당을 전면 폐지하고 난시청 해소와 뉴미디어의 발전을 위해 2013년에 이후에 할당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