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는 무조건 희생하라?

지상파는 무조건 희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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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6일 <디지털타임즈>는 지면기사를 통해 지상파의 N-스크린 유료화를 문제 삼으며 공공의 목적으로 운용되어야 하는 콘텐츠를 상업적인 용도로 활용하려는 KBS, MBC, SBS에 비판을 가했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와 추측은 물론 악의적인 ‘팩트’와 이중잣대를 들이대며 논지를 이어간 것은 물론 주파수 활용에 대한 편향된 시선으로 여론을 교묘하게 호도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우선 해당 기사의 논지를 간략하게 살피면 다음과 같다.

1. 지상파가 주파수 정책 등에서는 공공성을 내세우면서 콘텐츠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2. 지상파는 N-스크린까지 유료화하려 한다

3. 지상파는 공영서비스라는 명분으로 10조 원대의 주파수를 공짜로 사용하고 있다

4. (이는) 408MHz폭 주파수를 무상으로 제공받는 지상파가 통신사의 네트워크에 올라타 돈을 벌겠다는 속셈이다. (그렇기 때문에)지상파는 공공성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5. 지상파는 케이블과의 재송신 대가를 요구하면서 비판을 받은 것도 모자라 무료보편의 서비스를 망각하고 미디어렙을 앞세워 광고영업 전반에 나선 것도 공공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다.

 

1.의 반박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주파수 정책에 있어 공공성을 무기로 할당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사실이다. 디지털 전환 이후 난시청 해소를 위해 2013년까지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 결정을 늦추자는 주장은 그러한 논리의 연장선상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콘텐츠 판매에 대한 부분을 ‘공공성’과 억지로 엮어버리는 대목은 치명적인 오류다. 이 두 개의 주제는 다른 가치판단 기준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국민의 공공재인 주파수를 공익의 요소에서 활용하는 것은 두 말 할것도 없는 진리지만, 지상파가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별개인 것이다. 방송사가 주파수를 만드는 것이 아니지만 콘텐츠는 제작한다. 심지어 법원에서도 지상파 콘텐츠는 저작권을 인정받는다. 그런데 공공성을 추구하면 콘텐츠도 무료로 팔아야 한다? 이는 해괴한 논리다. 대한민국은 북한이 아니다. 사회정의와 올바른 비판문화의 척도가 되려고 노력하는(최소한 대외적으로) 신문사도 정당한 ‘금액’을 받고 신문을 판매하며 최소한의 콘텐츠 제작에 들어간 노력의 대가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법이자 질서다. 다른 잣대로 평가해야 하는 부분을 억지로 갖다 붙이는 바람에 <디지털타임즈>는 대한민국 지상파 방송을 ‘체제 보호와 안정을 공공의 이익으로 삼는’ 북한 조선중앙 TV로 바꿔버렸다. 이쯤되면 <방송의 사회주의체제>까지 나올 기세다.

 

2.의 반박이다. N-스크린 서비스는 다양한 뉴미디어 중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분야중 하나다. 스마트 미디어의 보급으로 시청 패턴 자체가 변하고 있고 이에 더욱 편리한 미디어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바로 N-스크린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유료화’부분이다. <디지털타임즈>는 이 유료화를 핑계로 지상파가 공적인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이는 현실적인 근거를 무시한 사회주의적인 발상이다. 지상파 N-스크린 담당자들은 처음부터 CJ헬로비전의 ‘티빙’처럼 아예 ‘유료’로 서비스를 실시하지 않았다. VOD 부분만 유료로 하고 실시간 방송은 무료로 돌린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으로 새로운 플랫폼이 나타났다고 지상파 방송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부담까지 모두 져야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나머지 근거는 위에 소개했다.

 

3.의 반박이다. 아주 오래된 내용인데 통신사쪽에 치우친 사람들이 자주 하는 주장이다. 간단하게 반박하자면, 이러한 주장은 주파수는 국민의 것이지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했을때 생각해낼 수 있는 아주 저차원적인 주장이다. 한 마디로 ‘주파수=돈’이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지상파 콘텐츠 비용 부분에서 감안해야 하는 가치판단을 애먼 주파수에 억지로 들이대는 꼴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주파수는 국민의 재산이고 공공의 이익으로 활용해야 한다. 돈으로 재단하는 대상이 아니라 ‘공공재’로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1억이니 10억이니 하는 금액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 금액적 판단이 주파수에 들어맞는 경우는 단 하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여야 하는 주파수가 통신사들의 사적인 도구로 활용되는 경우에 그 대가산정을 논하면서 뿐이다. 즉,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통신사는 KT가 민영화된것 처럼 사적인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기업’인데, 이들은 주파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이견을 제기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통신사들은 이 주파수를 국민의 공공재가 아니라 ‘돈’으로 본다. 그래서 애먼 주파수에 경제적인 잣대를 들이대다보니 공공의 목적으로 주파수를 할당받은 지상파가 마치 ‘공짜로’ 주파수를 쓰는 것 같아 심사가 불편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태도다. 지상파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주파수를 쓰는 것이고, 통신사는 사적인 이익을 위해 주파수를 쓴다. 이 자체는 잘못되지 않았다. 통신도 중요한 사회의 한 축이기 때문에, 그러나 통신사의 경제적 입장에서만 주파수를 재단하고 돈을 운운하는 것은 번지수가 틀렸다. 그 돈돈하는 습관은 법적으로 인정받는 콘텐츠에 해당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논의는 무의미하다.

 

4.의 반박이다. N-스크린 유료화를 통해 콘텐츠 수익을 올리는 지상파가 통신사에 무임승차하려 한다는 비판인데, 이는 근본적인 문제제기에 있어 잘못되었다. 망중립성 논란과 일맥상통한다고 봤을 때, 데이터 트래픽에 관련된 개념이 전무한 쪽은 통신사가 아닌가. 지상파의 공공성은 새로운 미디어의 발전에 발맞추어 합당한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고 합당한 콘텐츠료를 받는 것이다. 공공성의 연장선상에서 <디지털타임즈>의 이러한 주장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5.의 반박이다. 미디어의 발전과 변화는 플랫폼의 다각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동시에 그에 따른 비용도 시간이 갈 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즉 역사시대에는 말을 타고 3일 걸려 가는 거리를, 이제는 자가용을 타고 하루만에 가지만 돈이 더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끝없이 다양해지는 플랫폼을 따라잡기 위해 시설 투자와 변경을 실시하는것을 넘어서 제작되는 콘텐츠까지 ‘무료보편’이라는 블랙홀에 떠밀어 넣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공공성의 범주에 대한 문제이겠지만, 이는 역시 문제다.

 

<디지털타임즈>의 이번 기사는 공공성의 잣대를 들이댐에 있어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를 배제하고 ‘콘텐츠’에만 엄격하게 들이댄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번지수가 바뀌었다.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에 공공의 이익을 들이대고 다양한 미디어 발전을 책임질 동력인 ‘콘텐츠 사용료’에는 그 정당한 가치를 인정했어야 한다. 그러면서 <디지털타임즈>는 주파수 문제와 지상파 재송신 등의 이슈에 있어 지상파가 유리할때만 공공성을 내세우면서 콘텐츠 비용을 통한 수익을 얻으려고 비판하려 한것 같은데, 그 전제가 틀렸을 뿐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동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치명적인 실수다. 이는 지상파 방송 말살로 이어지는 무서운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상파 방송에서도 해결해야 할 일은 많다. 이러한 어의없는 책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민의 공공재인 주파수가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통신에 우선 배치되는 것을 막아야 하며 더욱 질좋은 콘텐츠를 생산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것이다. 공공의 이익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더욱 필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떠나서 이번 <디지털타임즈>의 기사가 불편한 이유는, 한 세미나에서 방통위 간부가 ‘통신사가 지상파보다 더 공공의 이익을 가집니다’라고 말했던 기억 때문이다. 만약 그 간부의 말이 사실이라면 <디지털타임즈>의 논지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재난방송 분야는 물론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공적책무가 당연히 존재하는 이 시대에, 공공의 이익을 들이댈때는 들이대고 그 합당한 노력을 인정할때는 인정해야 하는 풍토가 반드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디지털타임즈>는 IT생태계를 위해 더 나은 발전과 제언을 하는 언론사다. 어찌보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언론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그러한 이유로 기자들이 힘들게 쓴 기사들을 저작권 인정 안하고 마구 퍼다 쓰게한다면 <디지털타임즈>라는 매체 자체가 버틸 수 있을까. 기본적인 공적책무는 고사하고 공중분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