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조직 개편 논의 물꼬는 텄는데…의견은 분분 ...

ICT 조직 개편 논의 물꼬는 텄는데…의견은 분분
“과학기술과 ICT는 분리해야” 공감대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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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단연 미래창조과학부다. 미래부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총괄하는 공룡 부처로 출발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커녕 부처 간 업무 중복 논란부터 컨트롤타워 부재 등의 문제만 야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어 최근에는 부처 폐지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차기 정부 조직, 특히 ICT와 방송통신 분야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4차 산업혁명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과학기술과 ICT 분야를 묶은 미래부 형태의 거버넌스가 적절하다는 의견부터 미래부의 현 상황을 교훈삼아 과학기술과 ICT를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 과거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 체계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차기 정부 조직에 대한 논의가 이제 시작된 만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는 않고 있으나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C-P-N-D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필요해”
“C-P-N-D 총괄 부처가 미래부보다 더 커질 수 있어” 효율성 의문
최근 열린 ICT 방송통신 분야 정부 조직 개편 관련 세미나와 토론회에서 제기된 방안 중 가장 큰 공감을 얻고 있는 방안은 과학기술과 ICT를 분리하고,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디바이스(D) 기능을 모아서 다루자는 것이다.

김성철 고려대학교 교수는 1월 13일 열린 세미나에서 “CPND를 통합해 관장하는 전담 부처로 정보문화부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며 “미래부에서 과학기술을 떼어내고 문체부의 콘텐츠 기능을 가져와 정보문화부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영섭 한국외대 교수는 문화ICT부 신설을 제안했다. 심 교수는 1월 19일과 2월 13일 열린 토론회에서 “문체부의 미디어‧콘텐츠‧저작권 정책 기능과 미래부‧방송통신위원회의 디지털 ICT 콘텐츠 관련 산업 진흥 정책 등을 통합해 신문과 방송, 통신, 인터넷, 콘텐츠 영역에서 산업 진흥과 지원 업무를 담당케 하는 독임 부처로 문화ICT부를 만들고, 방통위의 방송 사업자에 대한 인허가 및 감독 기능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기능을 통합해 방통위의 기능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대다수 국가에서 문화 콘텐츠 정책을 문화부가 담당하고, 국가별로 명칭은 차이가 있지만 미디어 정책은 문화부 산하 미디어위원회나 커뮤니케이션청, 미디어청 등에서 담당한다”며 “산업과 공공의 영역을 분리해 문화ICT부를 신설하고, 방통위의 기능을 조정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신명호 공공연구노조 과기특위위원장은 “보수 정권 10년 대부처주의는 실패했기 때문에 전문 기능을 명확하게 수행하는 전담부처로 나누는 것이 맞다”며 심 교수의 제안에 공감했다. 신 위원장은 “문화ICT부는 미래부의 ICT 기능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신사업 진흥 기능, 문화부의 디지털 콘텐츠 관련 기능, 행정자치부의 국가 정보화 기능, 국무조정실과 방통위로부터는 주파수 관리 기능을 모두 포함해 ‘진흥’ 위주로 다뤄야 하고, 방통위는 인허가와 규제, 심의 위주로 역할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문화부나 문화ICT부가 오히려 더 비대한 조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언제까지 정부가 주도하는 ICT 컨트롤타워를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 역시 “정보문화부가 모든 콘텐츠를 함께 관리하는 것이 과연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정보문화부의 효율성에 의문을 표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려면 ‘미래부 기능’ 차기 정부에서도 유지돼야”
반면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선 과학기술과 ICT 기능을 분리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김정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실장은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라며 “과학기술과 ICT 기반의 디지털 경제를 주도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 미래부와 같이 과학기술과 ICT 분야를 두루 다룰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 역시 여러 차례 미래부 존치론에 힘을 실었다. 최 장관은 “과학기술부나 정보통신부 같이 과거 10년, 20년 뒤로 회귀하는 그런 정부 조직은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틀로는 적합하지 않다”며 “미래부라는 명칭이 바뀔 수는 있지만 지금과 같이 국가 경제의 혁신을 주도하는 부처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미래부 자체가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어 정치권은 물론이고 관련 업계에서도 미래부 존치 의견은 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오병철 연세대 교수는 과거로 회귀를 주장했다. 오 교수는 “방송의 논리로 통신 산업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통신은 온전히 통신 산업의 영역에서 다룰 수 있도록 과거 정통부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플랫폼(P)-네트워크(N)-디바이스(D)는 정통부에서 방송은 방송위원회에서, 비정치적 상업적 문화 콘텐츠는 문화부에서 맡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의 제안 역시 미래부 존치론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돌이켜보면 명확한 국정 철학 없이 조직을 바꾸는 데 급급했던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현 정부 조직의 문제점과 성과를 진단하고 새 정부의 국정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부처의 역할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미래부와 방통위 구조와 역할에 대한 논쟁이 많았는데 4년이 지난 지금 역시 부정적인 평가가 그만큼 많다”며 “효율성을 앞세운 거대 독임제 부처 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연관성을 고려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해 가는 ‘사회적 합의’를 중요시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