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은 ‘수신료’, 민영은 ‘광고’로 운영돼야” ...

“공영은 ‘수신료’, 민영은 ‘광고’로 운영돼야”
“현재 공영과 민영, 유료방송 등 매체별 재원 구조 차별 없어” 지적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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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경영다각화 세미나[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상파방송이라는 모호한 체계가 아닌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이라는 이원적 규제 체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공영과 민영이 각자의 체계에 맞는 재원 구조를 갖고, 각기 다른 규제를 받아야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해외 지상파방송의 경영다각화 전략과 함의’ 세미나에 발제자로 나선 심영섭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지상파 민영방송마저도 강한 공적 책무를 수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방송 규제가 공영과 민영이라는 이원적 질서로 정착돼 있다”며 “주문형 비디오(VOD)와 라이브 스트리밍 등이 증가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공‧민영방송에 대한 규제가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도 심 교수의 주장에 공감했다. 이 전문위원은 “일본만 해도 지역 민방의 경우 모든 규제를 풀어줘 경영적으로 살 방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상파의 행위 하나하나를 규제로 묶어 놓고 있다”며 “지상파라는 모호한 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상황에서 어떻게 혁신을 꾀할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 “미디어 환경이 격변하면서 지상파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데 (지상파에 많은 규제를 가해놓고) 이런 상황에서 혁신을 하라고 주문한다”며 “지상파도 혁신을 하고자 하지만 할 수 있는 제도적 요건이 불충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위원은 “올해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광고 수입이 5:5 정도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으로 더 이상 지상파에 대한 별도의 규제가 필요치 않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상파에 대한 비대칭 규제가 정당성을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곽동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도 “우리나라 지상파들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변화된 환경에 적극 대응하는 부분이 적다”며 “법‧제도적 제약을 풀고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의 발제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심 교수는 “현재 독일은 청소년 보호와 소비자 권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광고 시간과 광고 방식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며 “물론 수신료를 주 수입원으로 하는 공영방송과 광고를 재원으로 하는 민영방송에 대해선 광고 시간이 차등 적용되지만 광고 유형에 대한 제한은 전혀 없다. 중간 광고 역시 모든 방송 사업자에게 허용되고, 신유형 광고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시장 경쟁에 맡기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이다.

지상파 재원 마련 세미나앞서 12월 7일 열린 ‘방송 산업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재원 정책 제언’ 세미나에서도 동일한 지적들이 제기됐다. 천현숙 세명대 교수는 “매체 사용이 방송에서 인터넷‧모바일로 옮겨 가고 있고, 뉴스를 보는 것만 해도 지상파‧종편‧인터넷‧모바일 여러 가지 채널을 이용하지만 모든 규제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으로 나뉘어져 있다”며 “비대칭 규제를 풀어서 공정 경쟁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현재 논란이 많은 중간 광고에 대해서도 “중간 광고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제 광고도 하나의 엔터테인먼트고, 소비자들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광고 같은 경우에도 다양한 패러디물이 나오고 있는데 왜 꼭 소비자들이 중간 광고에 거부감을 느낄 것이냐는 측면에서만 바라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명현 한림대 교수는 “KBS와 MBC, SBS 등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그리고 일반 유료방송의 재원 구조가 동일한 구조로 수렴하고 있다”며 매체별 재원 구조의 차별성이 없다고 지적한 뒤 “공영방송은 수신료 중심으로, 민영방송은 광고 중심으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프로그램 사용료 중심으로 재원 구조가 분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시훈 계명대 교수 역시 “선진국일수록 수신료와 시청료의 비중이 높다. 광고만으로 전체 방송 산업을 견인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매체별 재원 구조의 차별만이 방송 산업을 성장으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원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책임연구위원은 “공영방송은 수신료로 민영방송은 광고로 운영되는 것이 맞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지상파, KBS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결국 지상파의 신뢰도 하락이 다른 매체의 시청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정부 4개 부처에서 TF팀이 만들어져 비대칭 규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와 함께 지상파가 시청자들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규 동국대 교수도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수신료로 운영되는 것이 맞지만 수신료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