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KBS 보도 통제에 인사 개입까지” 의혹 제기 ...

“청와대, KBS 보도 통제에 인사 개입까지” 의혹 제기
언론노조,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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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문화계와 스포츠 분야를 넘어 정재계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KBS 사장 선임과 이사장 선출 등 공영방송 인사에도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1월 17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KBS 내 언론노조 KBS본부 회의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고인이 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에는 2014년 6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넉 달 동안 17번에 걸쳐 KBS 인사와 방송에 개입한 메모가 담겨 있다”며 “메모들을 종합해보면 당시 세월호 사태로 촉발된 길환영 사장 해임 직후 청와대가 KBS 사장 선임 과정에 전면적이고 깊숙이 개입했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날 언론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전 수석은 6월 12일 민정수석에 내정된 이후 정식 임명장을 받기 전부터 각종 청와대 회의에 참석했으며 6월 16일 홍보 및 미래전략수석에게 KBS 사장 선임에 대한 계획을 작성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는 “(김 전 수석의 메모를 보면) 당시 언론노조 KBS본부가 기자협회, PD협회, 기술인협회 등 사내 16개 단체와 연대해 새로운 사장 선임 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는데 청와대가 이를 검토하고 수용 곤란하다는 입장을 정한 뒤 방송통신위원장과 의논토록 지시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결국 새 사장 선임 시 사추위와 특별다수제 도입은 KBS 이사회에서 여당 추천 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KBS 인사에 대한 청와대 개입 의혹은 지난해에도 제기된 바 있다. KBS 사장 공모에 지원해 최종 5인 후보에 포함됐던 강동순 전 KBS 감사는 지난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 수석이 KBS 이사 2명에게 전화를 걸어 고대영 씨를 후보로 검토해달라고 했다고 소문이 파다했다”며 “1차 투표 당시에는 여당 추천 이사 7명이 1인 2표씩 14표를 가졌고, 나와 고대영 씨가 5표씩 나왔는데 2차 투표 때는 여당 추천 이사 7표(1인 1표)가 한쪽으로 쏠렸다”고 폭로했다.

당시 고대영 사장은 언론노조 KBS본부가 공영방송 사장 부적격 후보로 분류한 대표 인사로 불공정 방송의 핵심 인사로 비판받고 있었다. 지난 2009년 보도국장 재임 당시 KBS 기자협회의 신임 투표에서 93.5%의 불신임을 받았고, 2012년 보도본부장 재직 시절에는 KBS 양대 노조 신임 투표에서 84%의 불신임을 받아 해임된 바 있다.

언론노조에서는 “사실 보도조차 가로막으며 공정성을 훼손하고 KBS 구성원들로부터 불신임당한 인사가 어떻게 KBS 사장 후보자 자리에 올라 인사청문회를 앞두게 되었는지 분명해지는 순간”이라며 “누가 이인호 이사장에게 고대영 선임을 주문했는지, 이인호 이사장은 이 주문을 이사회의 여당 추천 이사들에게 어떻게 전달했는지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청와대 측에서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청와대가 방송사 사장 선임에 개입하겠느냐”며 이 같은 의혹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김 전 수석의 메모가 공개되면서 청와대의 KBS 인사 개입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보도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공개된 바 있는데 김 전 수석의 메모에도 KBS 개별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 정황이 담겨 있다.

2014년 7월 2일 메모에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킨 KBS 보도와 관련한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후 8월 27일 방심위는 KBS 보도를 전체 회의 안건으로 상정하고, 9월 4일 방심위는 KBS 뉴스에 대해 ‘권고’ 처분의 행정지도를 내렸다.

언론노조는 “당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문제 발언이 KBS 뉴스를 통해 나간 뒤 검찰의 검사장급 고위 관계자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 비서관이 당신을 노리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제보가 왔다”며 “이후 취재 TF팀은 김영한 민정수석관 연락을 해 취재진의 입장을 적극 설명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는 “청와대가 정치적인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공영방송을 상대로 부당한 인사 개입과 방송 통제를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뚜렷한 증거가 나왔다”며 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현 KBS 이사장과 사장에게 △특검 대상에 공영방송에 대한 인사 개입과 방송 통제 포함 △언론장악방지법(현재 발의 중인 방송법 및 방송문화진흥회법 등의 개정안) 통과 △이인호 이사장의 청와대 압력 자백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