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주파수 회수정책이 DTV 전환 최대 걸림돌

[사설]방송주파수 회수정책이 DTV 전환 최대 걸림돌

1345

DTV 코리아 출범
  지난 10월 30일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이 목표로 삼고 있는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민간전문기관인 [DTV코리아]가 출범했다.
DTV코리아는 지상파TV방송의 디지털전환 촉진을 위한 대표 실행기구가 되고, 아날로그 방송 종료에 따른 국민의 혼란을 최소화하기위해 시청자들이 디지털 TV를 수신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홍보와 활동 추진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별 DTV 채널 안내, 수신가능지역, 셋탑박스, 디지털TV연결방법 등 제반사항을 홍보한다. 이러한 DTV코리아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어야만 특별법에서 명시한 2012년 연말까지 시청자들은 디지털 수신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준비를 할 수 있게 되고, 시청자가 준비되어야만 지상파방송사들도 현재 방송중인 아날로그TV를 종료하고 디지털TV만을 송신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사업들은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현안들을 선결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의 걸림돌
지난 2001년 시작한 디지털TV는 애초에는 2010년에 전환을 완료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 2012년으로 디지털전환 완료 기한이 2년이나 연기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연초엔 관련 특별법도 제정되었다. 지금까지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DTV코리아는 최대 목표로 ‘시청자의 디지털 전환 인지율’을 높이는 것이고, 무엇보다 우선 추진해야할 과제로 삼고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지상파방송을 통한 대시청자 홍보를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DTV 수신관련 제반사항을 점검하고 시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 DTV코리아의 홍보 사업이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2012년 디지털전환 완료도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 방송사들이 공동의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직 남아 있는 방송제작 장비의 디지털화와 디지털방송망 구축이 상당히 더디게 진행될 것이란 점이다. 방송사의 재정 규모로 보면 천문학적으로 소요되는 장비구매와 구축 소요비용이다. 경기침체로 인한 방송사의 재정이 극심하게 악화되고 있어 언제 디지털 방송제작 시설구축을 완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디지털 방송망의 완성이다. 각 방송사의 서울 본사 제작장비는 상당부분 디지털화가 진척되어 많은 콘텐츠가 고화질로 시청자에게 서비스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지역에서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없는 난시청(전파음영)으로 남아 있다. 왜 디지털방송망 구축이 늦어지고 있는가? 2012년까지 동시방송을 실시해야하는 아날로그TV가 방송주파수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어 디지털TV용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방송주파수 상당 부분을 회수하여 통신용으로 경매하겠다고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장 검증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만을 반영하여 주파수 회수 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어 방송사의 정책실무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수십년간 축척된 현장에서의 주파수 상황(주파수간 혼신과 간섭)에 대한 의견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에 큰 짐이 될 수도
디지털TV 방송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2012년에 예정된 디지털 전환 종료가 어려워 질 수도 있다. 기한이 되었다고 일방적으로 아날로그방송을 종료하면 디지털화된 유료방송(케이블방송, IPTV 등)을 통해서라도 지상파방송을 시청해야 하지만, 적지 않은 시청료 때문에 유료방송에 가입할 수 없는 생활보호대상자, 차상위 계층 등은 무료방송 서비스 대상에서 소외되어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디지털 전환은 또 한차례 늦어질 수도 있다. 이 시기는 현 정부의 임기도 종료되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 완료는 몇 대에(대통령) 걸친 해묵은 문제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디지털 전환을 원활하게 진행하는데 필요한 방송주파수 확보는 외면하고, 단기적 성과에 치중해 방송주파수를 통신용으로 경매하겠다는 오로지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더 큰 파장이 예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사의 정책 실무자들의 경고에 귀를 막는 정책당국자들의 안이한 태도를 보고 있자니 한심한 노릇이다.

합리적 정책 조율 필요

정부 정책은 종합적으로 검토되고 실행되어야한다. 근시안적 정책 목표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경우 부작용은 반드시 나타나게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일 올 수도 있다. 정부 부처간, 또는 부서간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정책이 수립 추진되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 방송주파수 회수 등은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다. 당국자들은 더 늦기 전에 방송사의 정책 실무자들의 지적과 경고를 귀 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