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주파수, 국제적 로밍 안돼”

“700MHz 주파수, 국제적 로밍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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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700MHz 대역 주파수는 절대로 (국제적) 로밍 대역으로 사용될 수 없다.”

국제적 조화를 위해서 700MHz 대역 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해야 한다는 통신 업계의 주장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진행된 ‘700MHz, 공공대역 설정의 필요성’ 특별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이상운 남서울대 멀티미디어학과 교수는 “통신이 국제적 조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미국은 APT 플랜과 다르게 먼저 배분했고, 부분적인 조화가 가능한 유럽도 2020년 이후에나 결론이 나기 때문에 현재로선 조화를 이룰 수 없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중국은 우리와 다른 방식을 사용하고 그나마 일본과 맞는데 일본마저도 완벽하게 APT 플랜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700MHz 대역 주파수에서 완전한 국제적 조화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통신 업계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그동안 통신 업계는 세계전파통신회의(WRC)에서 694~790MHz 대역 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하기로 결정한 상태고, 주파수 활용 대역이 유사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는 APT-700 규약 이른바 APT 플랜(현재 우리나라 이동통신사업자들은 APT 플랜을 주장하고 있고, 모바일 광개토 플랜이 APT 플랜의 일부를 적용한 것이다)을 제정해 700MHz 대역 주파수를 어떻게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할 것인지 세부 계획까지 정해진 상황이라고 주장해왔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국제적 조화를 고려해 우리나라 역시 700MHz 대역 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확인 결과 통신 업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WRC-12에서는 아시아권이 속한 Region1에 한해 방송용으로 할당된 700MHz 대역 용도에 이동통신용이 추가 지정 제기되었고, 허용 여부는 WRC-15에서 결정하기로 되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700MHz 대역 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하기로 결정한 상태가 아니고, Region1의 허용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이 교수는 “Region2에 해당하는 미국이 세계 이동통신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엄청난데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이 핵심으로 주도한 APT 플랜과는 전혀 다른 계획 즉 재난 통신 주파수를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등의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AT&T와 버라이즌이 700MHz 대역 주파수를 분할 할당받았으나 미국 내 두 사업자 간의 단말기도 호환이 불가하다. 로밍이 안 된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유럽에서도 로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유럽에서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이익단체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의 주도로 700MHz 대역 주파수의 이동통신 할당을 주장하고 있고, 유럽의회 차원에서 관련 내용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유럽의회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의 이동통신 할당을 결정하더라도 주파수 재배치 계획 수립 및 이전 등의 시간을 고려하면 700MHz 대역 주파수를 이동통신이 사용할 수 있는 시기는 2022년~2025년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유럽 내에서도 700MHz 대역 주파수를 이동통신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반대 의견을 무릅쓰고 의회가 승인을 하더라도 로밍이 가능한 시기는 2025년 이후이고, 이마저도 부분적으로만 가능하다”며 통신 업계가 주장하는 국제적 조화는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우리나라와 주도적으로 APT 플랜을 발표한 일본마저도 APT 플랜에 완벽히 들어맞지 않는다. 이 교수는 “일본의 경우 700MHz 대역 주파수 가운데 10MHz 폭을 ITS용으로 배분했는데 APT 플랜에서 다운로드용으로 제시한 부분과 충돌한다. 또한 일본은 이동통신사업자가 4곳이 있는데 700MHz 대역 주파수 60MHz 폭을 3개사가 각각 20MHz 폭씩 할당받았고, 나머지 한 곳은 700MHz 대역 주파수를 할당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700MHz 대역 주파수를 할당받지 못한 사업자는 국제 로밍 서비스가 불가능한 것이다. 일본 역시 미국, 유럽과 마찬가지로 국제적 로밍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내놓으면서 이동통신용으로 분배한 것을 보면 이동통신사업자들이 꾸준히 주장해온 APT 플랜에 부합되게 해놨는데 사실상 국제적 로밍으로 쓸 수 있는 대역은 없다”면서 “통신 업계가 추가 주파수 확보를 위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통신 전문가들 역시 국제적 로밍 주파수는 700MHz 대역 주파수가 아닌 1.8GHz 대역이나 2.6GHz 대역 주파수가 유력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700MHz 대역 주파수는 기존 망으로는 신호가 약한 기지국 도달 반경 가장자리(엣지) 등을 위해 사용될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다.

한 통신 전문가는 “통신이 확보하고 있는 2.3GHz 대역 주파수와 2.6GHz 대역 주파수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며 “통신 업계는 2.1GHz 상위 대역은 일본이 위성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2.6GHz 상위 대역 역시 일본이 N-STAR(위성통신)로 활용하고 있어 간섭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2.1GHz 상위 대역은 아직 일본이 사용하지 않고 있고, 언제 사용할지도 아직 알 수 없다. 또 2.6GHz 상위 대역은 이미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일본과 MOU를 맺어 전파 혼·간섭의 문제가 없도록 해놨기 때문에 이 주파수들을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700MHz 대역 주파수가 통신 업계에 꼭 필요한 필수 대역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과 난시청 해소를 위해선 700MHz 대역 주파수가 필수적이다. 이 교수도 이 부분에 공감을 표하며 “700MHz 대역 주파수 중 재난 통신용으로 20MHz 폭을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대역은 UHD 방송용으로 한시적으로 이용한 뒤 700MHz 대역 주파수에서 일부 국제적 조화가 가능한 시점에 지상파 방송사들이 반납하는 주파수를 이동통신에 활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특별 세미나에 참석한 대부분의 토론자 역시 이 교수의 제안에 동의했다.

특히 이상진 SBS 정책팀 차장은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의 주파수를 확보한 이동통신사들이 왜 굳이 700MHz 대역 54MHz 폭에 급급해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한 뒤 “영국의 자문보고서를 보면 2022년 이후에 이해관계기관의 의견을 물어 이동통신에 700MHz 대역 주파수를 할당하겠다고 나와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700MHz 대역 주파수에서 UHD 방송을 진행한 후 기존 HD 방송을 UHD로 전환한 뒤 주파수를 돌려주겠다는 입장이다. 집을 개조하려면 살던 사람이 나가서 잠시 거주할 공간이 필요하듯이”라면서 700MHz 대역 주파수의 방송 이용을 주장했다.

700MHz 대역 주파수의 국제적 조화를 강조했던 통신 업계의 주장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둘러싼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700MHz 대역 주파수 외에는 어떠한 대안도 없는 지상파 방송사와 이미 충분한 주파수를 확보한 이동통신사업자 중 누가 700MHz 대역 주파수를 이용하게 될 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미래부와 방통위의 700MHz 대역 주파수 정책으로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