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대책 발표…기본료 폐지는 불발

통신비 인하 대책 발표…기본료 폐지는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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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국민들의 이동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들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약 중 하나였던 기본료 폐지는 제외됐지만 저소득층과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수급자들을 대상으로 월 1만1,000원씩 감면하고, 선택약정할인율을 20%에서 25%로 인상, 월 2만 원의 보편적 요금제 신설 등의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국정기획위는 6월 2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공식브리핑 자리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계 통신비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국정기획위는 현행법에서 실행할 수 있는 단기 대책은 오는 7월부터 추진하고, 향후 법률 개정 및 예산 확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행해야 하는 중장기 대책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기본료 폐지? 이번에는 제외
가장 관심을 모았던 기본료 폐지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반대로 제외됐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한 달에 1만1,000원씩 내는 기본료는 주로 음성 통화를 이용하는 어르신들과 사회 취약 계층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라며 “이동통신 기본료를 폐지해 기업에 들어가는 돈을 어르신들과 사회 취약 계층에게 다시 돌려드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국정기획위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보고를 5차례나 받으며 기본료 폐지를 추진했지만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현실성이 없다”며 강력하게 반대의 뜻을 드러냈다.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기본료 폐지만이 해답은 아니다.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국정기획위는 강경론에서 신중론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에 대해 이개호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장은 “기본료 폐지는 중단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기에 논의기구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과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 월 1만1,000원 감면
국정기획위는 먼저 올 하반기 중으로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수급자들에게 월 1만1,000원씩 통신비를 신규 감면하고, 이미 감면 혜택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월 1만1,000원씩 추가 감면키로 했다. 국정기획위는 “월 1만1,000원 감면은 2G, 3G 기본료 폐지에 상응하는 요금 인하로 약 329만 명이 연 5,173억 원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택약정할인율 20%에서 25%로 인상
또한 국민들이 당장 통신비 인하를 체감할 수 있도록 선택약정할인율을 20%에서 25%로 인상키로 했다. 국정기획위는 평균가입요금수준(4만 원)을 기준으로 기존 가입자는 월 2,000원, 신규 가입자는 월 1만 원 할인이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또 데이터 무제한 상품은 월 5만 원 이하(6만5,890원→4만9,420원)로, 음성 무제한 상품은 월 2만5,000원 이하(3만2,890원→2만4,670원)로 요금이 내려간다. 정부는 “약 2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할인율을 조정할 계획이며, 선택약정할인 가입자 증가에 따라 연 1조 원 규모의 추가적인 통신비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편 요금제’ 도입
‘보편 요금제’도 도입된다. 앞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6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은 19대 대선에서 2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와 무제한 음성‧문자를 제공하는 2만 원대 보편 요금제 출시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며 보편 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이용자들의 데이터‧음성‧문자 등의 평균 사용량을 감안해 요금 기준을 고시하고, 이동통신 사업자가 그 기준에 부합하는 요금제를 하나 이상 출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 의원은 “비싼 요금에 비해 데이터 제공량이 낮은 수준으로 제한돼 있어 실제 이용 패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데이터 등의 평균 사용량을 고려해 저렴한 요금 기준을 제시하고, 이동통신 사업자들 또한 이에 부합하는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사회적 책무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보편 요금제는 법률 개정 및 예산 확보가 필요하기에 중장기 과제로 분리된다”며 “보편 요금제가 도입되면 현행 LTE 요금 수준이 사실상 월 1만 원 이상 인하되는 직간접 효과가 발생해 연간 1조 원에서 2조2,000억 원의 통신비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국정기획위는 버스(5만 개)와 학교(15만 개) 등에 공공 와이파이를 20만 개 설치해 직장인과 학생들의 통신비 인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단말기유통법 개정을 통해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분리공시제를 도입하고, 국내외 단말기 출고가를 비교 공시해 이용자들의 단말기 구입 부담도 낮춰가기로 했다.

국정기획위는 “위에서 언급한 대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최대 연 4조6,000억 원의 통신비를 국민들에게 돌려드릴 계획”이라며 “통신 요금의 구조적 문제와 비용 경감 방안 분석, 통신 시장의 경쟁 활성화 등을 지속 추진하기 위해 사회적 논의 기구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기획위가 발표한 정책들이 제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는 현재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에 대해 소송도 불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에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부분도 검토하고 있어 당장 2개월 후에 실행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통신비 인하 정책을 놓고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바로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협회는 “통신비 인하 대책 중 알뜰폰 활성화 지원 대책이 포함된 것을 환영한다”며 “이번에 발표한 전파 사용료 감면, 도매대가 인하, 보편 요금제 도입 시 도매대가 특례 등 알뜰폰 지원 대책의 구체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기본료를 폐지 못한 국정기획위와 민주당은 심각한 공약 후퇴에 직면했다”며 “가계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가장 확실한 기본료 폐지를 이행하지 못하면서 이동통신 3사를 비호했다는 오명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