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허세의 KOC 2016 참석 후기

[칼럼] 비선허세의 KOC 2016 참석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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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오건식 SBS 뉴미디어개발팀 부국장]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미래부 방송통신발전기금 및 방송기술교육원이 주최한 KOC 2016에 다녀왔다. KOC 2014, KOC 2015에 이어 올해도 참석했으니 진정한 ‘KOC 빠’ 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콘퍼런스 Title은 ‘미디어 혁명’이었다. 공직자 인준 청문회에서 ‘혁명’과 ‘쿠데타’가 이슈이었던 때가 있었는데, 요즈음의 미디어 환경은 ‘혁명’보다는 ‘쿠데타’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래도 지금의 미디어 환경 변화가 방송기술 엔지니어에게는 불손(?)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콘퍼런스가 끝난 지 며칠 후에 KOC 2016에 대한 후기를 보고자 ‘KOC 2016’으로 인터넷 검색을 했다. 예년과는 다르게 의외로 1건이 발견됐다. 전 청와대 대변인이었고, 현재는 국회의원인 분이 축사를 한 사실을 블로그에 명기했다. 그 외에는 포털 검색의 대세가 ‘비선실세’여서인지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사실 KOC 2016에 참석해서는 스마트폰으로 정국에 대해서 검색해 보느라고 강연 듣는 데에는 소홀했음을 고백한다. 필자는 누구처럼 구차하게 변명 안 하고 사과할 것 있으면 확실하게 한 번에 사과하는 성격이다. KOC 2016이 있었던 10월 27일은 [단독보도]가 홍수인 시점이었다. 그러므로 결과적으로 콘퍼런스에서 정말로 기억에 남는 부분을 위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게다가 수업에 거의 안 나오고도 학점을 따는 세상에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자랑스러운’이라 쓰고 ‘바보스러운’으로 읽는다) 것인가.

콘퍼런스는 1부와 2부로 나뉘어서 진행됐다. ‘Insight 1’과 ‘Insight 2’로 나누었는데, Session은 또 3개로 나뉘어서 무지 복잡해 보이려는 주최 측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보통 1부에 Session 1과 2, 2부에 또 다른 Session 1과 2로 표기하는데 Insight 1에는 Session 1이, Insight 2에는 Session 2와 3을 배치한 쿠데타적인 구성이 돋보였다.

KOC 2016은 주최 측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인공지능’이었다. 첫 연사인 이민화 KAIST 교수는 ‘4차 미디어 혁명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4차 산업혁명은 모든 것이 연결되고 보다 지능적인 사회로의 변화를 지향한다고 한다. 이 과정을 미디어를 포함한 모든 산업에 동일한 모델을 적용해 설명했다. 빅데이터 수집 및 저장을 하고, 인공지능으로 가치 창출 전략을 세운 후 최적화하고 최종적으로 실행하는 O2O 모델이 그것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는 O2O 서비스의 확장으로 신규 일자리가 창출돼서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두 번째 강연은 소셜미디어연구소장인 한상기 박사가 ‘인공지능 기술이 갖는 사회적 의미’라는 제목으로 인공지능의 윤리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로봇이나 자율주행자동차 등에서의 윤리성은 머지않은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문제이다. 아니 지금도 벌어지는 현상이다. 집에서 사용 중인 로봇이 집을 나가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 것인가? 로봇에도 팀장 로봇같이 서열이 생길 것인가? 자율주행자동차의 알고리즘은 어떤 원칙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게끔 코딩될 것인가? 그 외에도 여러 예제를 들어서 인공지능이 만능이 아닐 것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로봇이나 인공지능에 의해 줄어드는 일자리를 위해서 EU 등에서 거론되는 ‘로봇세(세금)’ 등의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처음 2개 강연에서 누구는 일자리가 줄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누구는 줄어들 것이라고 해서 예측 불확실한 미래를 보여주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적응, 그리고 협력’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데이터를 진짜 프로 Data Miner들은 어떻게 다루는지를 여행과 관광의 예를 들어서 설명해주었다. 미디어 분야에서는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는 콘텐츠의 장르별 취향을 Netflix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무려 4만 개 이상으로 구분을 지어서 제공한다는 사실로 필자를 쫄게 만들었다. 결정적으로 이러한 AI 발전으로 가장 취약한 직종이 엔지니어라고 얘기하는 ‘필살기’를 선보였다. 아, 확인사살.

박진우 트레져헌터 이사는 ‘MCN 비즈니스의 이해와 MCN 콘텐츠의 특징’에 대해 강연을 해주었다. 2015년 미국의 한 조사에 의하면 CNN을 제일 많이 시청하는 나이는 61세, MSNBC는 63세, FOX는 67세라고 한다면서 10대에서 30대는 MCN 채널을 가장 많이 시청한다고 겁(?)을 주었다. 이 강연 중의 YouTube 시연 영상 코너에서는 콘퍼런스 참가자들이 너무 쇼크 먹을까 봐 일부러 오디오를 묵음 처리(?)해주신 주최 측에 감사를 드린다. 덕분에 본업인 ‘비선실세’ 관련 검색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VR/AR 관련 강연에는, 서동일 볼레 크레이티브 대표가 AR의 산업적 성공 요소에 대해서, 최우철 아이아라 대표가 크레용팡 등의 예를 들어서 AR 비즈니스의 세계에 대해서, 한국방송카메라감독협회장이신 김창배 감독은 ‘Frame’이란 주제로 조금은 역사적이면서 철학적인 강연을 해주셨다.

열정적인 강연을 해주신 강사 분들과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신 주최 측에 감사를 드린다. 하지만 ‘비상시국’에 애국심 하나로 똘똘 뭉친 ‘비선허세’ 필자에게는 김치찌개 먹고 싶은데 스테이크가 나온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연산 지능이 인공지능에 밀려나는 미래는 아무래도 암울해 보인다. 자연산이 더 대접받는 횟집만도 못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래서인지 KOC 2016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민화 교수의 아재 개그다. “우리나라가 조선 및 반도체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유는?” 정답은 ‘조선반도’에 살아서.. 필자 생각엔 지금은 ‘한반도’에 살아서 반도체 하나만 잘하는 것 같다. #그런데 엔지니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