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타고 달리는 기업들

[칼럼] 메타버스 타고 달리는 기업들

1704

[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EBS 연구위원] 스티브 잡스가 연 ‘앱 스토어’라는 새로운 장터는 모바일 세상을 열고, 소셜 미디어 시대를 앞당겼다.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는 소셜 플랫폼이라는 놀이터에서 온라인 만남이라는 재미를 선물해 주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은 온라인 문화 패턴으로 자리 잡게 했다. 한 번 흘러간 물이 다시 돌아오지 않듯이 문화 현상의 흐름도 그렇다. 비슷해 보이지만 절대 똑같지 않은 새로운 현상이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나타난다. 이것은 강력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인의 문화생활을 바꿀 차기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다.

메타버스(Metaverse)란 무엇인가? 초월을 뜻하는 접두어인 메타(Meta)에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이다. 한마디로 ‘초현실적인 가상 디지털 세계’를 말한다. 1992년 닐 스티븐슨의 공상과학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주목받지 못했었다. 관련 기술과 주변 사회문화 현상의 도움으로 꽃피울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하드웨어 기술의 바탕에 호기심 서비스가 만나 성장하고 있다. 물론 기대감에서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메타버스는 기대감을 넘어 기존 서비스를 초월하는 융합을 이루면서 우리 가까이에 와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맞이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기업에는 어떤 곳이 있을까? 메타버스 플랫폼을 견인하는 기반 기술 기업으로는 강력한 GPU(Graphic Process Unit)를 개발하는 엔비디아(NVIDIA)사와 게임엔진으로 유명한 유니티 테크놀로지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엔비디아의 최고 경영자 젠슨 황은 “미래의 메타버스는 현실과 아주 비슷할 뿐만 아니라 인간 아바타와 인공지능이 그 안에서 함께 지낼 것”이라 전망했다. 본 칼럼에서는 메타버스 시대를 견인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먼저 살펴본다. 이들은 하드웨어 기기에서부터 인간 중심의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세트로 갖추고 있다. 여기에 적극적 이용자들이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플랫폼은 그저 서로 간의 연결고리를 단단하게 제공하며 거들 뿐이다.

페이스북은 ‘저커버그’가 보여준 가상현실에 대한 애정만큼 적극적이다. 실물로는 오큘러스 퀘스트2가 전면에 나와 있다. 주요 기술은 M&A를 통해서 즉각 확보하는 전략이다. 페이스북 내부에서는 기술보다 페이스북 앱과 인스타그램을 연동한 서비스 모델 개발에 더 정성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 관점에서 서비스를 개발하는 노력은 페이스북 플랫폼의 최대 강점이다. 다른 빅테크 기업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하드웨어 기반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콘텐츠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애플은 라이다 스캐너를 적용한 VR 헤드셋을 준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홀로렌즈 AR에 이어서 VR, AR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소프트웨어인 메시(Mesh)를 공개했다. 구글의 경우 카드보드 VR을 종료한 속내를 짐작하기는 아직 어렵다. 유튜브를 믿고 증강현실 기술인 ‘ARCore’에만 집중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 특허청에 ‘갤럭시 스페이스’를 상표 등록했다. 이것은 VR 헤드셋으로 추정되며 금년 출시를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을 활용한 올레드 TV 마케팅을 펼치면서 메타버스 적용을 실험 중이다.

정부의 움직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5월 18일 ‘확장 가상세계(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출범식이 있었다. 관련 업계로는 KBS, EBS, MBC, SBS 등 주요 방송사와 MBN, CJ E&M, 국내 3대 통신사, 네이버랩스, 현대차, 카카오엔터, 롯데월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첫술에 배부르지는 않아도 최소한 상차림은 하는 모양새다.

콘텐츠 관점에서는 이용자 데이터 분석과 기획력에 앞선 유튜브의 움직임을 살펴야 한다. 여기에 게임을 근간으로 MZ 세대들이 모이는 곳에도 주목해야 한다.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동물의 숲’, ‘제페토’ 등이 거론된다. 최근에는 국내의 게임 업체가 ‘메타버스’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버추얼 유튜버(Virtual Youtuber)’의 등장은 메타버스 시대에 새로운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버추얼 유튜버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모션캡처 등의 기술로 가상 캐릭터를 만들고, 이 캐릭터를 통해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을 뜻한다.

로블록스는 미국 뉴욕거래소 상장으로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를 투자자들에게 알린 게임 플랫폼 기업이다. 미국 10대의 50% 이상이 즐기는 게임이니 비즈니스 매력이 넘친다. 자체 가상 화폐인 ‘로벅스’로 아이템을 사고, 현금 환전도 가능할 정도로 선구적이다. 그리고 방탄 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안무를 게임 안에서 먼저 알렸던 포트나이트, 샌드박스 게임의 대표주자인 마인크래프트,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 홍보에 활용된 게임 ‘동물의 숲’도 유명하다. 더불어 가상 아바타를 만드는 국내의 ‘제페토’도 주요 메타버스 서비스로 성장 중이다. 제페토에서 열렸던 블랙핑크의 팬 사인회에 4600만 명이 몰렸던 일, 포트나이트 게임 플랫폼 안에서 했던 래퍼 트래비스 스콧 공연에 1230만 명이 몰렸던 일을 기억하자. 여기에 게임을 응용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기술을 뒷받침하는 VFX 회사도 합류하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이 다가오고 있다. 미래를 대비하는 콘텐츠 기업이라면, 바라트 아난드 교수의 충고를 기억해야 한다. 그는 저서 콘텐츠의 미래(원제목 The Content Trap, 콘텐츠의 함정)에서 “많은 기업이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가 좋기만 하면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우리는 훌륭한 것을 만드는 게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콘텐츠의 함정이다.”라고 지적한다. 메타버스 시대를 준비하는 콘텐츠 기업이라면 “콘텐츠의 함정에서 벗어나 연결과 융합이 창조하는 시너지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