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지상파 UHD 성공을 바라며

[사설] 세계 최초의 지상파 UHD 성공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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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유주열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현재 방송계에서는 성공적인 지상파 UHD 본방송 시대를 열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그동안의 지상파 UHD 추진 진행 과정을 보면 참으로 숨 가쁘게 진행돼 왔다. 2015년 700MHz 주파수 배정을 둘러싼 논란이 일 때만 해도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위한 지상파 UHD 방송의 꿈은 멀게만 느껴졌다. 마침내 지난해 7월 700MHz 주파수 배정 논란이 일단락되면서 그 꿈을 향한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2017년 2월 본방송 개시를 목표로 지상파 UHD 방송 생태계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주파수 배정이 첫 단계였다면 두 번째 단계는 바로 그 주파수에 전파를 실어 나르는 전송 방식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방송 통신 표준을 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술 검토를 하는 기관인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는 일찍이 2014년 10월 유럽 방식인 DTV-T2 전송방식을 지상파 UHD 잠정표준으로 제정한 바 있다. 하지만 그 후 미국식인 ATSC 3.0이 IP 기반의 진일보한 기술로 개발되면서 유럽 방식과 양립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2015년 주파수 할당을 계기로 본격적인 전송방식 검토에 들어간 TTA는 마침내 지난 6월 24일 표준총회에서 미국식 ATSC 3.0을 표준으로 채택했다. 표준 결정이 시기적으로 늦은 감은 있지만 UHD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결정이 이뤄졌다는 면에서 참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물론 관련 공청회를 통한 의견 청취를 거쳐 최종적으로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결정하기까지의 행정적인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본방송 실시를 위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번 표준에는 콘텐츠 보호 기술이 포함됐다. 그동안 지상파 사업자들은 국내외에서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는 한류 콘텐츠의 저작권 침해를 막기 위한 기술로 UHD 콘텐츠 보호기술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결과적으로 유료방송 사업자를 제외하는 조건이 붙어 통과됨으로써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콘텐츠 보호 이슈가 충분히 공론화됐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 UHD와 동시에 모바일 HD가 상용화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도 상당히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성공적인 지상파 UHD 본방송을 위한 두 번째 단계를 통과하긴 했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가전사와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내장형 수신 안테나 문제이다. 어떻게든 제품단가를 낮추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제조 업계의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청자의 무료 보편적 복지가 더 우선되는 가치이기 때문에 전향적인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아무리 고품질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해도 적절한 수신 환경이 만들어 지지 않으면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에 보급된 200만 대 가까운 UHD TV의 업그레이드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전송방식이 새롭게 채택이 되어 시행될 만큼 이전에 보급된 수신기에 대한 업그레이드 문제 해결을 위한 각 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본방송을 위해 막대한 재원을 들여 시설 투자 및 콘텐츠 제작해야 할 방송사의 재원 문제가 남아 있다. 방송 광고 시장의 급격한 축소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송사를 위한 재정적 지원 방안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본지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는 중간 광고 허용이 한 방법이다. 방송 광고가 호시절일 때 적용되던 지상파의 중간 광고 역차별 정책을 이제는 과감히 걷어내야 할 때이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 진정한 UHD 성공을 위해 정부, 방송사, 가전사 등 각 계의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