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본방송’ 과연 몇 명이나 볼 수 있을까? ...

‘지상파 UHD 본방송’ 과연 몇 명이나 볼 수 있을까?
학계 전문가들 “기술적으로 검토해야 할 부분 많은데 비해 시간 촉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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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2017년 2월 지상파 초고화질(UHD) 본방송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방송으로 UHD 산업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상파 UHD 본방송까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촉박한 일정은 가장 큰 불안 요소다. 일각에서는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방송에도 불구하고 자칫 촉박한 일정에 맞춰 졸속으로 처리하다 UHD 시장 선점을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7월 26일 국내 지상파 UHD 방송에 적용될 표준방식이 북미식인 ATSC 3.0으로 결정됐다며 ‘방송표준방식 및 방송업무용무선설비 기술 기준’ 고시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700MHz 주파수 분배에 이어 지상파 UHD 본방송을 위한 두 번째 관문을 넘어선 것이다.

지상파 4K UHD 방송과 이동 HD 방송이 가능한 ATSC 3.0은 기술적으로 유럽식인 DVB-T2를 상당히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상파 UHD 방송표준방식 협의회는 “ATSC 3.0은 DVB-T2 대비 다양한 전송모드와 스펙트럼 효율 향상으로 UHD 방송은 물론 이동 HD 방송, 방통 융합 서비스, 개인 맞춤형 서비스, 긴급 경보 방송, 실감 오디오 등 차별화된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비교 지표를 마련해 종합적으로 검토해 본 결과 ATSC 3.0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표준방식을 결정한 만큼 내년 2월부터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지상파 UHD 방송을 시작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2012년 지상파 UHD 전국 방송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와 학계 등 전문가들 사이에선 UHD 수신 환경 개선과 촉박한 일정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당장 지상파 UHD 본방송이 시작돼도 볼 수 있는 시청자들이 얼마 없다는 것이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지상파가 UHD 방송을 시작해도 볼 수 있는 시청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UHD 방송의 장점 중 하나가 수신 효율이 높다는 것인데 말 그대로 지상파 UHD 방송을 무료 보편적으로 서비스 하기 위해선 수신 환경을 개선하던지 아니면 내장 안테나를 설치해 누구나 UHD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난 6월 지상파 UHD 방송 수신 환경 조성 토론회에 참석한 김희경 한림대 ICT 정책연구센터 교수도 “UHD 방송은 지상파의 무료 보편적 플랫폼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결정된 것으로 지상파 UHD 방송의 중점 목표는 직접수신율 제고”라며 “내장형 수신 안테나는 직수율 제고를 위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사는 내장 안테나 장착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7월 19일 열린 ‘지상파 UHD 방송 추진위원회’에서 “안테나 내장 등 기술적인 문제를 내년 2월까지 해결하기에는 촉박하다”며 지상파 UHD 본방송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안테나 내장 같은 경우도 다양한 기술적 검증을 거쳐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몇몇 학계 전문가들은 지상파 UHD 본방송을 어느 정도 늦추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지난 4월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후원,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도입’이라는 담론 때문에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UHD 방송을 부실하게 시작하면 향후 더 큰 위험 비용을 감수할 수 있다”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만큼은 4K UHD 방송으로 제작한다는 전제 하에서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송수신 장비 개발 및 동기화‧정합의 문제, UHD 표준 지원 수상기 개발 및 테스트, 방송사 시스템 구축 등 기술적으로 치밀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데 다양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ATSC 3.0은 새로운 표준으로 우수하지만 표준화 이후 실제 검증을 완벽히 마쳐야 방송에 활용될 수 있고, 송수신 장비는 표준화 이후 1~2년 정도가 지나야지 출시될 수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 기술적인 부분과 규제 부분 모두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UHD TV 역시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가전사에서 신규 모델을 출시할 때는 테스트만 10개월 정도 한다고 하는데 지금부터 제조에 착수한다고 해도 6개월의 시간뿐”이라고 덧붙였다.

UHD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지상파 방송사도 이래재래 난감한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이다. 지상파 UHD 본방송을 앞두고 다양한 UHD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데 콘텐츠 제작에 투입될 막대한 재원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지상파 UHD 정책 방안에 따르면 UHD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투자 비용은 지상파 방송사가 자체 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UHD 콘텐츠 제작비가 상당한 데 반해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수익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 전문가인 법무법인 세종의 이종관 전문위원은 최근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상파 UHD 논의에서 ‘콘텐츠’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위해 지상파 UHD 방송을 하겠다는 것인데 시청자들이 정작 무엇을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막연히 지상파 UHD를 시작하면 콘텐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UHD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어마어마한 투자가 들어가는 만큼 그 이면에는 지상파의 재원 문제가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지상파 방송사와 학계를 중심으로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광고 규제 완화, 편성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종합편성채널을 비롯한 유료방송 업계의 반대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지상파 UHD 정책을 다시 한 번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지상파 UHD 방송의 목표가 무료 보편적 서비스 확대인 만큼 수신 환경을 면밀하게 살펴본 뒤 안테나 내장 등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한 부분을 최대한 적용해 누구나 쉽게 UHD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UHD 산업 활성화를 위한 콘텐츠 제작 비용 지원을 어떻게 할지 정부 차원에서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