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돈 잔치’의 악몽 초읽기

주파수 ‘돈 잔치’의 악몽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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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1.8GHz 대역 주파수와 2.6G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사에 할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작년에 벌어졌던 주파수 경매의 악몽이 꿈틀대고있다.

1.8GHz는 원래 국방부가 군용으로 활용하던 주파수 대역이다. 그러나 현재 방통위는 통신사들의 트래픽 폭증을 이요로 해당 대역의 주파수를 이통사에 할당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국방부와의 조율이 남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6GHz는 위성 DMB에 활용하던 주파수 대역이었으나 이 역시 위성 DMB 서비스의 종료로 이통사가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텔링크는 위성 DMB 종료를 위한 신청서를 방통위에 제출한 상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해당 대역의 주파수를 통신사에 조기 할당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 확인 결과, SK 텔링크의 위성 DMB 서비스가 8월 종료되는 즉시 방통위는 예정되어 있던 주파수 경매를 앞당겨 실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두 개의 주파수가 동시에 경매에 나온다면 통신사들의 과열경쟁을 방지하고 더욱 효과적인 주파수 분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작년에 있었던 주파수 경매의 폐단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슷한 방식의 주파수 경매 방식을 고집하는 방통위의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만약 작년과 같은 ‘동시오름 입찰 방식’으로 주파수 경매를 실시한다면 두 개의 주파수가 매물로 나온다고 해도 통신사의 과열양상은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주파수 경매 당시 조 단위로 치솟는 주파수 경매 금액은 관계자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낙찰 방식 개선은 전혀 마련하지 않고 오로지 매물만 늘리려는 것은 어리석은 정책 판단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비록 무산되긴 했지만, 최근 방통위는 방송이동중계용 주파수인 7GHz 대역 주파수를 통신 분야인 UWB에 넘기려 한적이 있었다. 아무리 통신사 트래픽이 폭증한다해도 통신사 자체적인 기술적 노력 없이 무조건적인 주파수 할당만 진행한다면 관련 분야의 불평등성이 심화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3세대 이동통신 시절부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통해 무차별적인 가입자 유치를 진행한 통신사들에게 끊임없이 주파수만 공급하는 것은 반드시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용해야 하는 분야의 주파수 가용성을 떨어뜨리게 한다.

이에 이슈는 자연스럽게 700MHz 대역 주파수로 향해있다. 전국 디지털 전환 이후 확보 가능한 해당 주파수는 이미 최시중 방통위원장 시절 기습 상하위 분할 형식으로 통신사가 활용하도록 된 상태다. 그리고 이를 둘러싼 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대부분의 주파수를 통신사가 끌어가는 작금의 상태에서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난시청 해소용 700MHz 대역 주파수까지 통신사가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주장이 팽배한 것이다. 게다가 700MHz 대역 주파수는 북미지역에서만 통신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여전히 세계적 흐름을 무시하고 해당 주파수까지 통신에 넘겨주려 하고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통신사의 트래픽 폭증으로 인한 주파수 확보는 당연하다”는 전제하에 “하지만 주파수 경매 방식의 개선은 물론, 통신사가 데이터를 펑펑 쓰며 가입자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던 점은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세계적으로 통신용, 즉 LTE로 활용하는 주파수는 700MHz 대역 주파수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난시청 해소 및 뉴미디어 방송을 통한 공공의 이익으로 남겨두고 다른 분야의 주파수 대역을 통신사가 확보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주파수 영토 개척이자 모바일 광개토 플랜일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나 올 초 WRC-12(세계전파통신회의) 당시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에 대한 각 나라의 공통 협의사항이 없었음에도 방통위는 700MHz 대역 주파수가 전세계적으로 통신 분야에 할당하기로 했다는,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보도자료를 배포해 물의를 일으킨적이 있다. 또한 2014년 국내에서 열리는 ITU(국제전기통신연합)와 스위스에서 열리는 WRC-15를 대비해 준비단까지 발족시킨 방통위의 연구그룹에는 통신 분야만 있고 방송 분야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 필수 주파수로 꼽히는 700MHz 대역 주파수의 향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