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KOC 2022 개최…‘혼돈의 시대, 생존전략’

[종합]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KOC 2022 개최…‘혼돈의 시대,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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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와 방송기술교육원이 11월 15일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혼돈의 시대, 생존전략’을 주제로 제9회 KOC 2022를 개최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처음 언급된 2016년 세계경제포럼 이후, 우리 사회는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은 로봇과 인공지능(AI) 등의 정보통신기술(ICT)이 많은 곳에 빠르게 스며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술인연합회와 방송기술교육원은 “이번 KOC에서는 ICT의 빠른 기술 변화에 따라 가중된 혼돈 속에서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생존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한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종하 회장 “가속이 붙은 거대한 변화에 올라탄 지금, 준비가 필요해”
이종하 기술인연합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인류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면 산업혁명 이후 많은 사회 변화가 일어났고, 그 이후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시대를 구분하는 하나의 명칭처럼 사용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회장은 “기술은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않는다. 어느 시기를 기점으로 급격한 발전이 이뤄지는데 지난 100년 동안의 기술 발전이 그 이전 인류가 이룬 발전보다 클 수 있고, 앞으로 10년에 대한 변화 역시 단순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가속이 붙은 거대한 변화에 올라타 있는 지금 나만의 무엇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의미에서 이번 KOC이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동선 박사 “AI와 인간은 공진화하고 있다”
첫 강연자로는 ‘알쓸신잡2’, ‘어쩌다 어른’, ‘예썰의 전당’ 등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동선 박사가 나섰다. 장 박사는 ‘디지털 시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디지털 시대가 무엇인지, 인터넷 다음 단계인 메타버스는 무엇인지, 그리고 기술 발전에 따른 AI를 비롯한 기계가 인간과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해 심도 깊게 이야기했다.

장 박사는 먼저 디지털 시대에 대해 설명했다. 라틴어에서 비롯된 Digit는 숫자로 세어질 수 있는 것을 의미하고, 모든 것이 숫자로 세어질 수 있는 시대가 바로 디지털 시대다. 그는 “이제는 얼굴이나 움직임은 물론이고 심지어 뇌 안에서 하고 있는 판단조차 디지털화할 수 있는데 과학자들 중에는 마음까지도 마인드 업로딩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AI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 언급했다. 많은 이들이 흥미롭게 들은 사례는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이었다. 장 박사는 “당시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 있던 교수팀은 특정 지역에서 여성, 진보성향, 유색인종 등으로 그룹을 나눠 이들의 취향과 정치적 성향을 분석했고 이후 여성들에겐 빌 클린턴 스캔들 당시 힐러리의 행동에 대한 영상을, 진보성향에겐 부시 일가가 권력을 연속해 잡지 않는다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변화를 이끌었고, 유색인종에겐 저렴한 여행 프로모션 상품을 보여주면서 투표하러 가지 않는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창작의 분야에서도 AI의 침투력은 놀라웠다. 최근 미국 미술경연대회에서 AI가 그린 작품이 1등을 해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 있었다. 장 박사는 “우리가 AI가 직업을 대체하는 것에 대해선 이야기해왔지만 창작의 영역만은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올해 말에는 영상 제작 AI까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박사는 최근 ICT 업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메타버스가 인터넷의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인터넷의 진화 단계를 살펴보면 1단계가 모니터, 키보드 등 유선으로 연결된 시기고, 2단계를 스마트폰, 앱 스토어, 무선 와이파이로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메타버스를 단순 가상현실 또는 게임 속 현실로 보기도 하는데 인터넷 역시 초반에는 지금처럼 광대한 범위가 아니었다. 메타버스 역시 광대하게 발전해가고 있는 중”이라며 “메타버스로 인해 세상의 판이 바뀔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장 박사는 AI로 촉발되는 가능성과 위험성에 대해서 “AI는 처음 나온 모드로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AI와 인간이 공진화(共進化)하면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와 인간의 차별점에 대해서 “가장 중요한 건 ‘연결성’”이라며 “어떤 기계도 내 옆의 기계를 걱정하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다른 인간을 인지하고 짐작하고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만이 그 연결성을 바탕으로 사회 문화 안에서 진화하는 존재”라고 덧붙였다.

송길영 부사장 “이제 채널이 아니라 콘텐츠의 시대”
오후 강연의 첫 문은 ‘차이나는 클라쓰’, ‘어쩌다 어른’ 등 활발한 방송 활동으로 유명한 국내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이 열었다. 송 부사장은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 기록이 담겨 있는 소셜 빅데이터로 인간의 마음을 읽고 해석하는 일을 수년째 해오고 있는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다. 그는 ‘고유성-풍요의 시대, 필연적 진화’를 주제로 “이제는 채널이 아니라 콘텐츠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송 부사장은 연단에 서자마자 “OTT를 보느냐.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디즈니?”라고 묻고, “(방송사 관계자인) 여러분들도 OTT를 본다는 건 끝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9년 생활변화관측소의 지상파 및 넷플릭스 언급 추이를 보여주면서 “이미 2019년에 넷플릭스가 지상파 3사를 제쳤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상파는 가족이 실내에서 예능을 보는 것이었고, 넷플릭스는 혼자서 미드를 추천받아 보는 것이었는데 가족이 사라지면서 지상파가 힘을 잃고 있다”고 부연했다.

결국은 채널이 아니라 콘텐츠라는 것이다. 송 부사장은 ‘중앙일보-JTBC-중앙미디어네트워크-콘텐츠 구독 서비스 폴인(fol:in), JTBC 스튜디오 SLL’로의 변화를 언급하면서 “신문에서 방송, 미디어, 콘텐츠로 부가가치가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기서 중요한 건 콘텐츠의 창의성”이라며 “드라마가 예능이 되고, 게임이 되면서 이것 자체가 IP로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송 부사장은 지금이 풍요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그는 “예전에는 지상파밖에 볼 게 없었으니깐 봤는데 지금은 유튜브, 넷플리스 등에 수많은 콘텐츠들이 있다”면서 “풍요로우면 고를 수 있고, 고르는 행위에 대해 고민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제 대중은 없고, 훨씬 똑똑한 소비자로, 의미를 소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송 부사장은 이제 방송사의 경쟁자가 카페, 레스토랑, 호텔 등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제는 기업들이 광고를 안 하고 카페나 레스토랑, 호텔을 만든다. 오프라인 장소에서 시간을 소비하면 그 만큼의 광고와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최근 마케팅의 변화를 언급했다.

강창희 대표 “가장 확실한 노후는 평생현역”
세 번째 강연자로는 전 미래에셋금융그룹 부회장이자 노후설계 전문가인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가 나섰다. 강 대표는 ‘100세 시대, 인생설계 지금부터’를 주제로 실생활 특히 은퇴 이후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했다.

강 대표는 “통계청 자료로 50대 가구 보유자산 현황을 보면 총 자산이 5억 6천만 원 대인데 부동산을 빼고 나면 6천만 원. 달랑 집 한 채”라며 “우리나라의 70~80%가 은퇴 후 자산이 모자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가장 확실한 노후대비는 재테크가 아니라 평생현역”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일의 영역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강 대표는 저축과 투자를 비교하며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몇 가지 조언으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세션은 방송기술인 특별 세션으로 마련됐다. ‘방송기술인, 미래를 꿈꾸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세션은 정재관 기술인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상길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KBS 방송기술인 출신) △정호준 해달별천문대 관장(MBC 방송기술인 출신) △원충호 안세기술 상무이사(SBS 방송기술인 출신) △조병령 MK청효 이사(CBS 방송기술인 출신) △김동후 더다온 대표이사(YTN 방송기술인 출신)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들은 각각 방송사 방송기술인 출신으로 현재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은퇴 준비 시기 및 준비사항’에 대한 질문에 김동후 더다온 대표이사는 “누구나 생각하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고민하다보니 25년 현직에서 배운 것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들이었고, 제가 가진 것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고, 정호준 해달별천문대 관장은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막연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자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것 같다”며 “관심 있는 분야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이상길 동아방송예술대 교수는 “어릴 때부터 교육에 관심이 많았는데 박사 학위를 따고 우연치 않게 KBS 인재개발원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천직을 발견해 다른 분들보다 일찍 은퇴 이후의 자리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조병령 MK청효 이사는 “퇴직 전 알아보니 전기 등 여러 분야에 자격증이 있고, 감리나 안전관리 부분은 오랫동안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퇴직 후 집중적으로 공부해 소방 설비부터 전기‧통신 감리까지 다양한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다. 다른 분보다 퇴직 시점이 늦긴 하지만 누구보다 현 상황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며 “선배들이 많이 알려주지 않았지만 직접 접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길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원충호 안세기술 상무이사는 “회사에 대학원 지원 제도가 있었기에 그런 부분들을 활용해 다른 분보다 공부를 조금 더 할 수 있었고, 현업에서도 관련 업무를 맡다보니 시야가 좀 넓어졌다”며 “현업에 있으면서 준비를 하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독하게 마음먹고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