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영장 기각…검찰 ‘고민’

이석채 영장 기각…검찰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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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이석채 전 KT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검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KT 본사와 계열사는 물론 이 전 회장의 자택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하고 네 차례에 거친 소환조사를 벌여 전방위적 조사를 벌였음에도 법원에 의해 영장이 기각되자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 전 회장의 신변확보에 중점을 두며 당초 고발내용보다 혐의를 크게 축소시켜 불필요한 잡음을 차단하는 전략으로 공을 들였던 검찰의 전략이 허를 찔린 셈이다. 게다가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가 범죄혐의 소명 및 구속 상당성 부족이라는 점도 치명적이다.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고 자부한 검찰이 자존심을 잔뜩 구겼다는 분석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김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이 전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친 뒤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장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본지가 속한 공동취재풀단의 취재결과, 이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의 부장이 전격 교체되며 수사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부분과 구성요건이 매우 불확실한 업무상 배임에 대한 판단여부에 따라 검찰이 쉽게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도 명예회복 차원에서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는 의견과 정치적 성격이 강한 수사의 속성상 단시간에 승부를 보려는 성급한 행동이 화를 불렀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양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속영장 재청구 자체가 실시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다만 이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기업인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는 없을 것이라는 점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009년부터 임직원의 상여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일부를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20억 원 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과 2010~2012년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특정펀드로부터 사옥 28곳을 감정가의 75%만 받고 특정펀드에 매각해 회사측에 870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끼친 혐의로 이 전 회장을 고발했다. 또 이 전 회장은 자신과 8촌 친척관계에 있는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운영하는 회사에 투자해 회사에 137억 원 가량의 손해를 입힌 혐의와 스마트몰 사업을 졸속으로 무리하게 추진하고 부당한 투자를 지시해 회사에 200억 원 가량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