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 방송계 과제

[신년특집] 2024년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 방송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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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2024년 갑진년의 해가 밝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진행된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가 가속될 것이란 전망 속에서 올해는 더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방송계는 늘어난 제작비와 줄어든 광고 수익 때문에 많은 방송사가 경영난을 겪고 있고, 수신료 분리징수가 현실화화면서 공영방송마저 위기에 처해 있다. SBS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매각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으며, YTN과 TBS는 민영화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ICT 시장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당시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화를 시도하며 많은 투자가 진행됐으나 지난해에는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으로 투자가 줄어들면서 시장 자제가 침체의 길로 들어섰다. 허나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이 물가 안정 추세로 돌아서고 있고, 올해 중 금리도 인하돼 연착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최악의 해는 아닐 것이란 희망 섞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갑진년은 푸른색의 ‘갑’과 용을 의미하는 ‘진’이 만난 청룡의 해로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 의미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2024년 방송과 ICT 시장이 청룡의 기운을 받아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올해 방송과 ICT 등 미디어 전반의 이슈를 간략히 짚어보고, 각각의 이슈들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살펴보고자 한다.

– 올해도 챗GPT
지난해 ICT 산업계의 화두는 단연 ‘생성형 AI’였다. 챗GPT를 출시한 오픈AI를 비롯해 구글, 메타, 네이버클라우드 등 ICT 기업들은 AI 모델을 출시하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나섰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생성형 AI가 ICT 시장 전반을 이끌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본격적인 비즈니스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 보고 있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이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CEO의 38%가 기업 경영에 생성형 AI 도입을 시험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1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4의 화두도 AI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올해는 전기전자, 자율주행, 금융, 보안, 메타버스, 로봇 등 전 산업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 김홍일 방통위원장 취임…다시 2인 체제 된 방통위
윤석열 대통령은 12월 29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하는 안을 재가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미디어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사회적 공기인 방송‧통신‧미디어의 공공성을 재정립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또 신년사에서는 “재허가‧재승인 제도와 소유 규제, 광고 규제 등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규제를 해소하고, OTT 등에 대한 규제와 지원의 균형을 통해 신구 미디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이 사퇴하기 전까지 이동관‧이상인 2인 체제로 운영되던 방통위는 김 위원장 임명으로 인해 다시 2인 체제가 됐다. 방통위는 5인의 합의제 행정기구다. 대통령이 위원장과 1인의 상임위원을 지명하고, 나머지 3인은 국회에서 추천한다. 3인 중 2인은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정당의 교섭단체(야당)가 추천한다. 김 위원장과 이상인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지명했다. 앞서 야당 몫으로 최민희 전 의원이 추천됐지만 자격 논란으로 임명이 지연되다 결국 자진 사퇴했다. 국민의힘은 여당 몫으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추천했지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조만간 전체회의를 소집해 지상파 방송사의 재허가를 의제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방통위는 “12월 31일로 방송 허가가 만료된 34개 지상파 방송사 141개 방송국의 재허가 안건을 검토했으나 재허가 여부 및 조건 등을 결정하기에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불가피하게 위원회 개최를 취소하게 됐다”며 “조속히 재허가 심의 절차를 마무리 하겠다”고 설명했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방송3법…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하는 방송3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돼 결국 폐기됐다. 대통령 거부권은 국회에서 이송된 법률안에 대통령이 이의를 달아 국회로 되돌려 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헌법상 권한이다. 대통령은 법률안이 정부에 이송된 후 15일 이내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해 재의를 요구할 수 있고, 거부된 법안에 대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면 대통령의 공포 없이 법률로서 효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3분의 1 이상의 의석을 갖고 있기에 재의 요구된 법안의 의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방송3법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번 개정안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한 것인지 의문을 표했다. 민주당은 방송3법이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이미 재발의된 양곡관리법, 간호법과 함께 노란봉투법, 방송3법을 다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 민영화 진행 중인 YTN…민영화 대상인 TBS
2024년 방송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슈가 바로 민영화다. 이미 지난해부터 민영화 절차를 밟아온 YTN은 최대주주 변경을 코앞에 두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YTN의 최대주주 변경 신청에 대해 의결 보류라는 결과를 내놓았지만 이미 심사위원회에서 유진그룹의 YTN 인수는 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만큼 ‘의결 보류’는 속도 조절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출처 : TBS 시민의방송 유튜브 채널

서울시의회에서 지원 폐지 조례 시행을 5개월 유예하기로 하면서 생명이 연장된 TBS도 민영화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연간 예산 약 500억 원 중 70% 이상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하고 있는 TBS는 올해 1월 1일부터 서울시 지원금이 끊기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2022년 11월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 일명 TBS 조례폐지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시는 TBS 조례폐지안의 시행을 연기하는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이 기간에 직원들의 급여와 퇴직금 정리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민영화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TBS 경영진도 지난해 말 민영화 추진을 공식 선언한 만큼 서울시와 TBS는 앞으로 5개월 동안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및 미디어재단 해산에 따른 민영화 작업을 밟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건설업계가 위기를 맞은 가운데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TY홀딩스가 SBS미디어넷 지분 70%를 담보로 760억 원을 대출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태영그룹은 지주회사를 출범하며 ‘SBS와 관계회사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는데 3년이 지난 지금, 지주회사가 차입한 자금을 갚지 못할까봐 불안에 떨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태영건설 발 위기가 SBS로 전이되지 않도록 사측은 책임 경영과 독립 경영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태영그룹은 에코비트와 블루원 등 주요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SBS 매각만큼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TY홀딩스는 “SBS 주식 매각 또는 담보 제공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태영그룹의 입장과는 별개로 SBS 매각 가능성은 계속 거론되고 있다. 워크아웃의 핵심 조건은 자구 노력인데 TY홀딩스가 가지고 있는 계열사 중 태영인더스트리는 이미 매각했고, 에코비트와 블루원은 매각을 추진하겠다 밝혔음에도 채권단이 이를 부족하게 여길 경우 사실상 남은 계열사가 SBS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채권단은 워크아웃 결정에 앞서 대주주의 사재 출연과 SBS의 지분 매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 설명회가 끝난 직후 양윤석 TY홀딩스 미디어정책실 전무는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다만 SBS 지분 매각은 방송법상 조건도 많고 제약도 많다”면서도 ‘SBS 지분 매각도 가능하냐’는 질문이 거듭되자 “채권단에서 계속 이야기가 나온다면 가능한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최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일부를 TY홀딩스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한 태영그룹의 행보를 두고 태영건설을 버리고 SBS 지분을 가진 TY홀딩스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양 전무는 “내역을 상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모든 매각 대금은 태영건설을 위해 지원했거나 지원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윤세영 창업회장과 양 전무 등 태영그룹의 설명과 답변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하고 있어 태영그룹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올해도 지속될 K-콘텐츠 흥행
2022년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 OTT 판을 흔들었던 K-콘텐츠는 2023년에도 흥행을 이어갔다. “멋지다. 연진아!”라는 유행어를 이끌어낸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 2023년 상반기 시청 순위 3위에 들었고,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무빙’은 한국형 히어로를 그렸다는 평을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지상파 콘텐츠도 마지막 화력을 쏟아냈다. 남궁민과 안은진 주연의 MBC ‘연인’은 12.9%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꼽히고 있는 KBS 정통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은 10.0%를 넘는 시청률을 보이며 TV와 OTT를 모두 섭렵하고 있다. 2024년에는 ‘오징어 게임’ 시즌2와 ‘스위트홈’‧‘파친코’ 등의 속편이 OTT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며, MBC는 최고 시청률 70%를 넘겼던 전설적인 드라마 ‘수사반장’의 프리퀄로 ‘수사반장: 더 비기닝’을 방송할 예정으로 올해도 K-콘텐츠의 기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티빙과 웨이브, 넷플릭스 대항마로 성장할 수 있을까
2024년 국내 OTT 시장은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OTT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OTT 플랫폼 이용률은 넷플릭스(50%), 티빙(13.2%), 쿠팡플레이(10.9%), 디즈니플러스(8.8%), 웨이브(8.6%), 왓챠(3.0%) 순이었다. 앞서 티빙과 웨이브의 모회사인 CJ ENM과 SK스퀘어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합병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합병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올해 안에 거대 토종 OTT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와 2강 구도로 넷플릭스에 대한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합병 이후 규모의 불경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이럴 경우 넷플릭스의 1위 위치만 더 공고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