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본방송 속도보다 내실이 중요하다

[사설] 지상파 UHD 본방송 속도보다 내실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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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종석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시청자가 볼 수도 없다’, ‘송출을 위한 시스템과 장비도 불안정하다’, ‘정리된 제도도 없다’, ‘여건 성숙까지 몇 개월 늦춰야 된다’는 다양한 논란에도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본방송이 최초 계획대로 2017년 2월에 시행된다. 지상파 3사는 8월 말 UHD 방송 허가 신청을 완료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논란에 대한 한 줄의 설명도 없이 지상파의 신청을 수용했다. 일부 방송사에서 허가 신청과 더불어 ‘온전한 UHD 방송은 2017년 2월 내 어렵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으니 결국 지상파 UHD 본방송은 기존 일정 그대로 진행되는 것 같다. 이쯤 되니 국가의 큰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다양한 논란거리가 있음에도 아무런 설명이나 대응 논리 없이 일편향적으로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정부는 700MHz 주파수를 배정하면서 정부와 방송사가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일정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시 제반 환경에 따라 세운 일정이기에 환경이 변한다면 변화된 환경에 맞게 수정해야 하는 게 올바른 행정이 아닐까 싶다. 이런 면에서 금번 일방적이고 옹고집적인 UHD 지상파 본방송 추진은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관료주의적 일 처리로만 비춰진다. 오죽하면 세계 최초 UHD 지상파 송출이라는 타이틀보다 세계 최초 졸속 추진이라는 오명으로 돌아올까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있을까? 본질은 시청자에게 고품질의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 홍보를 통한 산업 발전에 목표를 두고 있음에도, 지금 보이는 상황은 이미 계획된 일정만이 모든 것에 우선시되고 있음으로 보여 우려스럽기만 하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일정을 관할하는 정부기관은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 다시 분석하고, 합당한 해명을 통해 불필요한 오해는 바로잡고 변경해야 할 부분은 수정하면서 올바른 UHD 지상파 방송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함이 마땅하다.

지상파 3사 또한 마찬가지다. 분명히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단순히 의견서 제출로 책임을 피해가겠다는 자세는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정작 시청자가 볼 수도 없고, 추후 셋톱박스 등 부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면, 강력하게 이 문제를 시청자에게 안내하고 불합리한 정부 정책에도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과거의 합의가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를 절대 앞서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기억해야만 한다.

9월 1일 ‘방송의 날’ 축하연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불합리한 규제 철폐와 UHD 고화질 방송 적극 지원’을 언급했다. UHD 지상파 본방송에 대한 내용을 잘 인지하고 언급한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채 5개월여 남은 UHD 지상파 본방송을 앞두고 체계적 분석도 없는 불합리한 행정 철폐 혁파가 우선이다.

몇 달 전 세계 첫 모듈형 제품이라는 화두로 세계의 주목을 끌었던 LG의 ‘G5’는 완성도 안 된 모듈 공급 실패와 하드웨어적 결함으로 결국 막대한 손실과 불신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새로운 정책과 기술이 결실을 보려면, 제대로 된 준비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배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지금이라도 일정에 매몰되어 논란이 되고 있는 불안정, 저급형 UHD 지상파 송출로 신뢰를 잃는 실수를 범하지 말고, 종합적 분석을 통해 실질적인 국가 이득이 무엇인지 재설계하고, 국민과 대외적 신뢰를 얻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