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 출범에 부쳐: 누적된 레거시 규제의 결단과 국가 미디어·AI 통합 진흥의...

[사설] 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 출범에 부쳐: 누적된 레거시 규제의 결단과 국가 미디어·AI 통합 진흥의 새 시대를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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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김승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부회장/KBS 방송기술인협회 회장]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 방송 미디어 산업은 전례 없는 표류와 침체의 시간을 견뎌왔다. 구(舊) 방송통신위원회는 2인 체제의 무리한 의사결정과 잇따른 위법 판정, 방심위 민원 사주 의혹 등 대내외적 파행 속에서 본연의 규범 정립 기능을 상실했다. 현 정부 들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새롭게 출발했으나, 여전히 현장은 정책의 공백과 부조리로 가득하다. 이제 새롭게 발족하는 ‘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진정한 이름값에 걸맞은 컨트롤타워로서 단비와 같은 실효적 정책을 펼쳐야 할 시점이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현장에 방치된 묵은 레거시 규제와 비효율의 정상화다. 강원도 지역에 수년 전 설치된 UHD 방송용 송신기는 인허가 지연이라는 행정 답보 상태 속에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KBS를 제외한 방송사들은 이미 AM 송신시설을 폐소하여 효율화를 꾀한 반면, 국가기간방송사 KBS는 방미통위의 정책적 결단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AM 라디오 시설을 효율화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시대적 미디어 소비 트렌드에 역행하며 레거시 구조에 갇혀 있는 것은 명백한 국민적 손해다.

DMB 역시 마찬가지다. ATSC 3.0 방식 도입 과정에서 지나친 고화질 정책에만 몰두한 나머지, 차세대 모바일 방송 부가서비스에 대한 정책은 전무했고, 결과적으로 DMB는 재난미디어매체로 지정되어 있으면서도 신형 모바일 기기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적시에 모바일 방송을 재난미디어매체로 승계하고 DMB를 합리적으로 일몰하는 발 빠른 정책적 결단이 아쉬웠던 이유다.

더불어, 국가적 차원의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과 연계한 ‘미디어 진흥’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적 인공지능(AI) 생태계 조성에서 진흥원은 범부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가 수십 년간 축적해 온 방대한 시청각 자산은 한국의 역사·문화적 정체성과 행동 양식을 담은 전 세계 유일무이한 최고 등급의 멀티모달 데이터셋이다. 특히 KBS가 보유한 110만 시간 이상의 근현대사 시청각 자산은 단일 공간에 방치되어 화재·수해 등 재난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국가 차원의 시급한 보호가 필요하다. 진흥원 주도로 비수도권에 가칭 『국가 미디어 통합 데이터 아카이브 센터』를 건립하여 이 자산들을 영구 보존하고, 비디오-오디오-텍스트가 정밀 정렬된 고품질 AI 학습용 데이터셋으로 가공·연동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빅테크의 독점에 맞서는 대한민국 소버린 AI(Sovereign AI)의 기술 자립도를 달성하고 국가 미디어 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나아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등이 진흥원 체계로 병합되거나 긴밀히 연계되는 과정에서 미디어 플랫폼별 광고시장의 정량화와 기울어진 운동장의 합리화가 이뤄져야 한다. 정확한 미디어 시장 측정과 광고 실효성 분석은 공공성 확보와 국민 편익 증대로 직결된다.

지난 세월은 국가 미디어 정책의 부재 속에서 현장의 기술인들과 언론인들이 각자도생해 온 역사였다. 새롭게 출범하는 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이 레거시 방송의 과감한 효율화, 재난미디어 체계의 현실화, 그리고 국가 미디어 아카이브 기반의 소버린 AI 주권 확보라는 거대한 과제를 완수해 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진정한 ‘진흥’의 이름으로 현장의 마중물이 될 실효적 정책 집행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