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3,078억 원’ 불법 콘텐츠 유통 막기 위한 물꼬 튼다 ...

‘한해 3,078억 원’ 불법 콘텐츠 유통 막기 위한 물꼬 튼다
“콘텐츠 선순환 구조 정착 위해선 ‘콘텐츠 보호 기술’ 필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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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지상파 UHD TV 방송 송수신 정합’ 기술을 표준으로 채택하면서 콘텐츠 보호 기술이 방송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상파 방송사는 콘텐츠 생태계 선순환 구조 정착을 위해선 콘텐츠 보호 기술을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가전사와 유료방송 사업자는 제조 단가 상승과 재송신료 협상으로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지상파 UHD 콘텐츠 보호 기술UHD 콘텐츠 보호 기술은 △TV가 수신하는 방송 신호를 암호화하는 기술 △저장된 콘텐츠를 관리하는 디지털저작권보호(DRM) 기술 △저장된 콘텐츠 추적을 위한 워터마크 기술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논란이 되는 것은 방송 신호를 암호화하는 기술로 직접 수신 가구는 ▲공통 복호화 기능(CENC Descrambler) ▲UHDCP 클라이언트 ▲DP Manager ▲DPM Loader 등을 탑재한 TV 수상기를 구매해야만 UHD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편적 시청권 훼손과 시청자 불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는 별도의 장치 구매 없이 지금과 같이 TV를 구매하는 것만으로 TV를 볼 수 있다. 무료 보편적 서비스나 시청자 불편 문제가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음악, 영화, 방송, 출판, 게임 등 합법 저작물 시장 침해 규모는 2조 3,174억 원이고, 이중 방송 분야는 전년 대비 48.8% 증가한 3,078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상파 방송사 협의체인 한국방송협회는 “불법 콘텐츠 유통은 양질의 콘텐츠 재생산 구조를 파괴해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한류 확산에도 장애가 돼 국가적 피해로 이어진다”며 “시청자의 볼 권리와 관련 산업의 보호를 위해 콘텐츠 보호 기술 장착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논의는 저작권 보호라는 본질을 벗어나 ‘보편적 시청권 훼손’이나 ‘시청자 불편’, ‘유료방송과의 CPS 협상용’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물론 가전사 입장에서는 제조 원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다. 암호화 기술이 적용될 경우 별도의 암호화 해제 시스템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협회 측은 “TV에 필요한 암호화 해제 시스템은 별도의 소프트웨어 장치가 아니라 매우 작은 용량의 소프트웨어로 가전사가 부과해야 할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은 지상파 방송사에서 부담할 예정”이라며 “시청자에게 부과되는 비용은 전혀 없고, 가전사가 지불해야 할 설치 비용도 최소화하려고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 시청자는 물론이고 가전사에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선이라는 것이다.

가전사가 ‘콘텐츠 보호 기술 때문에 국내용과 해외용을 따로 제작해야 한다’든가 ‘해외에서 구입한 TV의 경우 지상파 UHD 방송 수신이 불가능하다’는 일부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은 UHD 방송에 사용하는 주파수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콘텐츠 보호 기술 때문이 아니라 어차피 따로 제작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에도 이미 콘텐츠 보호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고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콘텐츠 보호 기술 때문에 수출이나 수입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콘텐츠 보호 기술은 수신제한시스템(Conditional Access System, CAS)과 다른 개념으로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우려하는 CPS 협상용도 아니다. 현재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콘텐츠 암호화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지상파 UHD 방송표준방식 공청회에 참석한 김상진 SBS 부장은 “콘텐츠 보호 기술에 포함된 스크램블 기술이 CAS 기술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저작권 보호와 CAS가 혼용돼 사용되는 것 같다”며 콘텐츠 보호 기술은 저작권 보호(Copyright Protection)와 맥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보호 기술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암호화를 건다고 해도 콘텐츠 불법 유통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 기술로는 암호화가 해제된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의 녹화를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방송사 관계자는 “스크램블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집에 담장을 만드는 것, 문을 열쇠로 잠그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열쇠로 문을 잠갔지만 도둑을 맞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암호화 기술은 무단 복제를 하지 말라는 것인데 해킹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기술적인 장치를 갖추고 무단 복제를 하려는 사람들까지는 막을 수 없다”며 “다만 그들이 암호를 해제하고 무단으로 복제한다면 그때부터는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 것과 안 한 것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