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MBC ‘직종 폐지’ 가처분 신청 기각 ...

법원, MBC ‘직종 폐지’ 가처분 신청 기각
사측 “직종 규정은 사문화된 조항일 뿐” VS 노조 “향후 부당 전보 남발을 위한 사전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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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MBC 사측의 직종 폐지 조치에 반발해 이사회 의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1월 14일 “직종 관련 규정을 삭제하기로 한 방송문화진흥회 결의에 따라 MBC 노조가 제기한 ‘이사회 의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소송비용을 신청자인 MBC 본부노조가 부담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앞서 MBC 사측은 지난해 10월 사규를 개정해 기자, 카메라 기자, PD, 아나운서, 카메라, 미술, 방송경영, 방송기술 등 직무 특성에 따라 구분한 직종을 없앴다. 사측은 “이미 직종 간 구분 없이 직원의 적성과 능력, 회사의 인사 수요에 따라 인사를 해오고 있고 이번에 인사규정상 사문화된 조항을 삭제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MBC 본부노조와 직능단체 등은 “방송을 24시간 365일 차질 없이 내보내려면 MBC 안에서 기자는 기자의 역할을, PD는 PD의 역할을, 기술진과 방송경영을 담당하는 직원들 역시 각자 나름의 자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거기에 매진해야 하는데 이번 인사 규정 개정을 통해 (역할 구분이) 다 사라졌다”며 “직종 분류를 폐지하기로 결의한 것은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MBC 본부노조는 “현 경영진 입맛에 맞지 않는 직원들에 대한 ‘유배’ 인사를 수시로 자행하는 데 있어 ‘직종 구분’이 뭔가 ‘걸림돌’이 된다고 느꼈던 것 아닌가”라며 “사측의 ‘직종 폐지’ 폭거가 향후 부당 전보 남발을 위한 사전 조치일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MBC는 지난 2012년 총파업 이후 파업에 참가했던 조합원 중 일부를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발령낸 바 있다. 이후 부당 전보에 대한 ‘전보 발령 효력 정지 가처분’ 승소에 따라 대다수 조합원들의 복귀 인사가 났지만 일부는 복직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부당 전보를 둘러싼 논란은 아직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이후 MBC 본부노조는 이사회 의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의결 무효 확인 등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첫 번째 소송에서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사측은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MBC는 다매체, 다채널의 무한 경쟁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와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탄력적인 인력 운용을 추진하고자 ‘직종 관련 규정’을 삭제한 것”이라며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추구한 정책 방향을 꾸준하고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방송 환경과 인력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아무런 실질적 효과를 주지 못한 채 사문화되었던 ‘직종 관련 규정’이 삭제됐다고 해서 직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 대해 MBC 본부노조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이사회 의결 무효 확인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직종 폐지를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MBC의 직종 폐지가 타 방송사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고대영 KBS 사장은 취임사, 신년사를 비롯한 최근 발언을 통해 “직종 중심으로 설계된 조직은 수명이 다한 지 오래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맞는 직무 중심의 조직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 등의 의사를 밝히고 있어 일각에서는 우려가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