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정책은 ‘합의제 시스템’으로 논의돼야”

“방송정책은 ‘합의제 시스템’으로 논의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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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정책이 신설 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되고, 현행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일반 행정위원회로 격하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두고 언론학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 등 언론3학회 공동주최로 열린 ‘긴급세미나-정부조직 개편 논의와 방송정책의 방향’에 참석한 언론학자들은 “방통위가 비록 이명박 정부 하에서 가혹한 평가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정책이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만큼 독임제 부처가 아닌 합의제 기구에서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통된 목소리를 냈다.

지난 5년 간 방통위의 문제는?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난 5년간 방통위 운용은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는 합의제를 독임제처럼 운영한 전임 방통위원장의 행보에서 비롯된 폐해”라면서 방송정책은 합의제 기구에서 주도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즉 시스템이 아닌 사람의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도 이에 앞서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정권의 언론장악 첨병으로 활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최시중 전 위원장이 합의적 위원회를 사실상 독임제적으로 운영하고, 옛 정보통신부 출신의 관료들이 일신의 영달을 위해 부화뇌동했기 때문에 방통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며 “방통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원인이 시스템에 있다는 인수위의 분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민주통합당 유승희 의원 역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독임제 였던 정보통신부가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해체되었고 이명박 정부도 그 부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합의제 기구를 만들었는데 전임 최시중 위원장이 합의제 기구의 장점을 묵살하고 운영하다보니 합의제 본연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면서 “합의제가 잘 안 됐으니 다시 독임제로 가자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도 이에 공감을 표하며 “정부조직의 형태는 국정철학과 비전에 맞춰 유연하게 결정해야 하는 문제지만 방송통신과 관련된 정부조직 형태는 독임제에서 합의제로 진화를 거듭해 왔다”면서 “미디어규제기구는 정부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성이 관건인 만큼 사회적‧정치적 합의가 중시되는 합의제 독립기구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일부 인사의 파행적 조직운용의 폐해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합의제 시스템’에 기반한 방송의 다양성 정책의 가치를 버릴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초매머드급 미래창조과학부’ 본래 목적 달성할 수 있을까?

한편 이날 세미나에선 미래창조과학부가 기존의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부터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 방송광고 관련 정책을 이관해 올뿐만 아니라 방통위의 방송‧통신 정책 대부분을 흡수할 것으로 예정돼 있는 만큼 초매머드급으로 비대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 등을 기반으로 경제 활성화의 동력을 찾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경제적 부흥을 꾀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고 수긍한 뒤 “그런데 이 부처가 굳이 거대 공룡화가 될 이유는 없다”면서 “통신비밀과 관련한 정책, 우정사업 정책 등을 흡수하고 있는 이 부처가 방송과 통신 관련 규제 정책까지 소관한다면 부처 신설을 통해 꾀하고자 한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겠냐”고 의문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