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발전계획, 지상파를 압박하다(1)

방송발전계획, 지상파를 압박하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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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 초안 등장 이후 12월 10일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이 발표되자 각 방송 사업자들은 저마다 손익계산을 두드리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언론보도만 봐도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묻어난다. 종합계획 발표로 인해 지상파는 이득을 보았다고 주장하는 매체도 있고, 종합편성채널이 최후의 승자라는 분석도 쏟아지는가 하면 케이블 MSO와 IPTV를 위시한 통신사들이 만족해하고 있다는 보도도 봇물이 터지고 있다. 대혼란이다.

물론 대혼란의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종합계획의 틀을 산업발전의 틀에서 재단하며 상대적으로 공공의 미디어 서비스를 축소했으며, 발표된 계획안도 모호한 내용과 표현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각 방송 사업자의 눈치를 보며 주도적인 정책 수립을 세우지 못한 패착으로 해석된다. “규제를 다 풀어줄 테니 너희끼리 알아서 해라”고 발을 뺐다는 뜻이다. 정부의 방송정책에 철학이 없다는 비판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에 집중해 보자. 종합계획을 분석하면 지상파도 다른 방송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득과 실이 명확해 보인다. 지상파 MMS와 중간광고 허용(광고제도 개선으로 표현되긴 했지만), 수신료 현실화 등을 얻었고 UHD 발전에 있어서도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득’이다. 다만 재송신 제도 개선안 부분과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은 지상파 크게 반대했던 부분인 만큼 상대적으로 ‘실’로 해석된다. 유료방송 수평규제 정책도 라이벌의 개념으로 보면 지상파에 ‘실’이다.

정리하자면, 케이블 MSO의 입장에서 득은 8VSB 허용과 재송신 제도 개선안, 수평규제며 실은 지상파 MMS라 볼 수 있고 IPTV와 위성방송을 보유한 통신사에게 DCS는 득, IPTV 측면에서 수평규제는(특히 KT의 경우 사정은 복잡하다) 실에 가깝다. 이 상황에서 지상파도 득과 실이 명확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말일까?

   
 

단언하자면, 이번 종합계획의 최대 피해자는 지상파다. ‘득’이라는 이름으로 안겨진 제도들은 대부분 허상이고 ‘실’은 너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지상파 MMS 부분. 지상파 MMS는 현재 OECD 국가 중 대한민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채택하고 있다. 순차적인 방송발전과 공익 채널의 역사적 관점에서 당위성을 가지는 아이템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종합계획에 포함되었다고 하지만 이건 혜택이 아니라 당연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지상파 MMS가 지상파의 시장 지배자적 구조를 고착화할 것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이는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하며 지상파에 ‘공적인 책무를 다하라’고 주장하는 유료방송이 할 말은 아니다.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의 존속은 방송정책의 제1원칙으로 여겨져야 한다. 지상파 MMS는 혜택이 아니라 당위성이다. 최근 공익채널인 EBS Plus2가 케이블 MSO인 CMB에 의해 채널편성에서 누락되는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는가. 지상파 MMS가 조속히 실시 되었다면 일부 지역 시청자들에게 당연히 돌아가야 하는 공익적 미디어 혜택은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지상파 MMS가 ‘득’이 아니라는 분석은 8VSB 허용과 맞물리는 경향이 있다. 정부는 종합계획을 통해 지상파 MMS를 허가했지만 이는 케이블 MSO의 8VSB 허용과 맞물리면 도루묵이다. 사실상 케이블의 MMS인 8VSB가 지상파 MMS와 결합하면 낮은 유료방송 가입비 및 유인효과로 인해 MMS에 사활을 건 지상파는 궁극적으로 유료방송에 종속되고 만다. 8VSB 허용이 있는 한 지상파 MMS는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할 개연성이 높다는 뜻이다. 당장 이번 종합계획과 관련해 지상파 MMS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결정을 촉구하고 8VSB 허용을 삭제할 것과 광고허용이 누락된 점을 문제 삼아야 할 판이다. 여기에 종합계획의 지상파 MMS가 단순한 요식행위라는 분석도 있다. 전파법의 무선설비규칙의 다중화 규정에는 6MHz 전송채널에 SD급 프로그램을 구성하려면 최소 2개 이상을 강제한다. 반면 방송법은 SD+SD MMS를 못하게 한다. 물론 2HD 기반이면 가능하며 SD+SD를 제외한 다양한 조합은 무선설비규칙 개정사항에 따라 가능하지만, 채널과 프로그램을 연관시키면 지상파 MMS가 가지는 운신의 폭이 줄어든다. 여러모로 보아 지상파 MMS 허용은 실제 허용으로 거듭나기 어려워 보인다. ‘득’이 아니다.

(추후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