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 지배주주, 유의미한 투자 확대 나서도록 강제해야” ...

“민방 지배주주, 유의미한 투자 확대 나서도록 강제해야”
‘민방 30년 생존과 개혁의 핵심 과제는’ 토론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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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글로벌 미디어 시장 속에서 경쟁과 대주주의 방송 사유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민영방송의 생존과 개선을 위해서는 유의미한 투자확충을 강제하는 등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상호・정필모・조승래・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진교 정의당 의원 등이 주최하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주관한 ‘민방 30년 생존과 개혁의 핵심 과제는’ 토론회가 10월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의 부제는 ‘책임지지 않는 권력, 대주주 문제를 중심으로’로, 방송의 공적 책임 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민방 대주주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은 “민방의 대주주인 기업들은 지역경제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 같지만 이미 전국적인 사업 확장을 이룬 상황”이라며 “건설과 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데 중앙정부와의 관계 형성과 정치적 영향력 확대가 중요한 목표가 된다는 점 역시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방송사·언론사 사주라는 상징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김 위원은 “대주주 일가의 직접 지배가 가능하면서도 어떤 투자도 없는 현재 민방의 소유 구조는 결국 방송사가 대주주의 정치적 영향력 강화 같은 역할만을 수행하게 만든다”고 꼬집으면서 “자연스레 지역 민방의 지역성・공공성 구현과 방송과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위한 재투자는 뒷순위로 밀리고, 방송 종사자들의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주주의 방송 사유화가 문제가 된 사례는 적지 않다. 토론자로 참석한 양병운 언론노조 특임부위원장은 청주방송(CJB)을 언급하며 “모든 사례를 압축한 방송사”라고 지적했다. 양 부위원장에 따르면 청주방송의 경우 사위가 보도국 기자, 사촌 동생이 자회사 대표를 맡고 있으며, 30억 원의 적자 상황에서도 자본금 2%에 달하는 6억 원을 배당했다. 프로그램 자율성 침해도 문제가 됐다.

또 다른 예로는 제주방송(JIBS)가 있다. 제주방송은 메인 뉴스에서 대주주인 한주홀딩스의 사업체 ‘다이노 대발이파크’의 테이프 커팅식과 회장 인터뷰 등을 방송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의 사적 이용이라며 법정 제재 ‘관계자 징계’라는 중징계를 조치한 바 있다.

박정희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대주주가 지역 방송이라는 공공재를 일반 기업보다 못하는 수준으로 여기고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며 “자신들이 TV에 나와 우쭐하는 용도로 누리기만 하는 대주주는 경영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SBS의 지주회사인 태영건설이 단기 수익에만 목을 매며 SBS의 수익을 외부로 빼돌리는 데 몰두 해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본부장은 “소유·경영 분리와 경영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방송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해 방송에 대한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고자 했다”며 “태영건설은 이 체제를 지상파방송을 안정적으로 세습 경영하기 위한 우회로로 삼았으며, 소유경영 분리 체제를 거꾸로 악용해 방송수익을 외부로 빼돌리는 이익 터널링 구조로 10년 가까이 활용해 왔다”고 비판했다.

특히, 윤 본부장은 SBS의 수익이 콘텐츠 경쟁력과 제작 규모 확대 등을 위한 투자 확충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을 꼬집으면서 “지난 30년간 민방을 지배하면서 엄청난 후광효과 속에 모기업의 자본축적과 사적 이익을 극대화했던 지배주주들이 주도적으로 콘텐츠 제작 투자 확대를 위한 유의미한 자본확충에 나서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하는 글로벌 미디어 자본과의 경쟁 속에서 대규모 자본확충을 통해 콘텐츠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오늘날 민방의 최대 과제이자 자구책이지만, 이에 대한 주주의 자발적 노력은 기대할 수 없으니 강제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본부장은 이를 위해 소유·경영을 분리하고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3가지 제도를 요구했다. △사장임명동의제도의 법 제도화 △독립(노조 추천) 감사 제도의 의무화 △지상파방송 사업자에 대한 노동이사제 도입 의무화 등이다.

이어 윤 본부장은 SBS와 넷플릭스의 사례를 비교했다. 윤 본부장은 “지배주주의 잘못된 선택으로 자산 규모가 1조 원이 넘는 SBS에 대한 시장 평가가 3,000억 원밖에 안 된다. 태영건설은 초기 투자금을 300억 원 넣어놓고 지금까지 배당을 통해서만 900억 원을 회수해 갔다”고 주장했다.

이와 비교해 넷플릭스의 경우 “2002년 나스닥 상장 당시 1달러에 불과했던 주가가 500달러에 달하는 지금까지 18년간 단 한 차례도 주주 배당을 시행한 적 없으며, 무배당 정책을 비난하는 주주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을 위해 단기적 이익 실현을 뒤로 미루고 엄청난 기업가치 상승으로 보상을 받고 있는 셈”이라며 “그 기간 자본 축적이 충분히 이뤄지고 그 힘을 바탕으로 투자의 규모를 확대해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크게 높아진 미디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 제작에 쏟아부으며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공동 주최자인 정필모·한준호·배진교 의원이 직접 참석했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발제자들의 주장처럼 해법은 민방이 공공성과 지역 책임성을 실현하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과 활발한 재투자가 이뤄지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오늘 세 국회의원이 직접 온 것은 그만큼 입법 과제에 대한 의욕이 있다는 것”이라며 기대감을 비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