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 MBC 사장 연임, 복잡하다

김종국 MBC 사장 연임,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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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국 MBC 사장이 연임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1월 27일 오전 임원회의를 통해 2월 3일부터 시작되는 MBC 신임 사장 공모에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임설이 각종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기는 했으나 김 사장 스스로가 강력한 연임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5월 2일 신임 사장으로 선임된 김 사장의 임기는 김재철 전 사장의 잔여 임기(10개월)인 오는 2월 정기 주주총회까지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우선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그 윗선의 반응이다. 김 사장의 의도와 다르게 돌아가는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구 MBC 신임 사장 임명을 둘러싼 ‘헛걸음 헤프닝’이다.

 

   
 

최근 김 사장은 작년 11월 술에 취해 종업원에게 폭행을 휘두른 차경호 전 대구 MBC 사장이 사퇴하자 그 후임을 임명하기 위해 물밑작업에 돌입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이 낙점한 인물은 대부분 김재철 전 사장 시절의 핵심인사였으며 심지어 그들 모두 사장 선임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김 사장은 전략을 바꿔 서울 본사 보도본부 출신 인사를 지명해 1월 20일 대구 MBC 사장 선임건을 위한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방문진 보고에 착수했다. 당장 대구 MBC 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김 사장이 3년짜리 지역사 사장을 임명하는 것에 반대했지만, 김 사장은 사전협의 사항인 대구 MBC 사장 선임을 방문진에 보고하고 즉각 새 사장을 임명하는 ‘강행돌파’를 택한 것이다.

그러나 김 사장의 의지는 주주총회까지 가지도 못하고 방문진에서 꺾였다. 김문환 방문진 이사장이 2월 MBC 사장 선임 이후 계열사인 대구 MBC 사장 선임을 보고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김 사장에 의해 대구 MBC 사장으로 지목된 인사는 부서원과 작별인사까지 나눴지만, 결국 사장 선임은 좌초됐다. 김 사장의 체면이 구겨진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사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기 보다는, 김 사장이 ‘여권에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일종의 자각을 하는 계기였다’라는 분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는 지분의 30%를 가지는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인물 관계도를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은 김문환 이사장 체제다. 그리고 정수장학회의 인연을 중심으로 김문환 방문진 이사장-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일종의 카르텔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정수장학회 장학생 모임인 상청회를 중심으로 김기춘 현 청와대 비서실장도 엮여있다. 종합하자면, 상청회를 중심으로 김문환-김삼천-김기춘 라인이 견고하게 묶여있다는 뜻이며, 실제로 현 정권의 의중이 김 비서실장을 시작으로 김문환 방문진 이사장을 통해(혹은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통해) MBC로 전달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김 사장으로서는 대구 MBC 사장 선임을 가로막은 김문환 방문진 이사장의 반응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 이유로 대구 MBC 사장 선임 불발은 현 정권이 김 사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리트머스 시험지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든다. 김 사장은 김재철 사장이 물러난 직후 최대한 정권의 반응을 살피며 몸을 낮췄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왜 정권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실제로 김 사장은 무리수라는 평가를 받으면서까지 정권의 지지를 받는 한편, 연임을 위한 사전포석을 착실하게 준비해 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파격적인 인사이동과 노조에 대한 대응이다.

김 사장은 1월 3일 예정에 없던 인사를 단행하며 심원택 시사제작국 부국장을 국장으로 승진시켰다. 시사 프로그램인 2580의 민감한 국정원 아이템을 불방시키고 특정 기자 업무 배제 등으로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는 인사를 전격적으로 승진시킨 셈이다. 또 1월 7일 한정우 인터넷 뉴스 부장이 글로벌 사업 경인지사로 사실상 좌천된 것도 논란이다. 교학사 사태를 2시간 동안 인터넷 뉴스에 게시한 한 부장을 경영진이 비판하자, 단 하루만에 김 부장이 발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 국회방송공정성특위의 해직 언론인 문제 해결을 위한 선언문 채택에 이어 법원이 2012년 MBC 파업이 정당했다는 판결을 연이어 내놓자 김 국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독소조항인 11조를 무시하고 이를 자사 뉴스로 보도해 사측의 입장을 강변했으며, 심지어 사장 명의의 보도자료 배포와 신문광고를 통해 무리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 사장의 이러한 행보는 충분히 정권과의 코드 맞추기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그런데 왜 대구 MBC 사장 선임 불발과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선 첫 번째는 김 사장이 친 노조 성향이라는 오해를 사고 있다는 점, 그리고 김 사장 스스로가 방문진을 통해 표출되는 정권의 시그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사장은 1월 20일 임원회의를 통해 “노조의 부당한 간섭을 근원적이고 항구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인사권과 경영권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부에서는 사장이 노동조합에 유화적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철저히 오판에 근거한 비판”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서 언급한 ‘일부’는 김 사장을 공격하는 보수우파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극우로 분류되는 언론과 논객들은 이상하리만큼 김 사장이 노조 친화적인 인물이라고 단정하고 맹공격을 퍼붓고 있다. 물론 소수의 목소리이긴 하지만 [미디어 워치] 등 강경 극우보수 언론은 익명의 MBC 구성원을 통해 김 사장을 평가하며 “김재철 전 사장이 여권 추천 김충일 이사의 口蜜腹劍(구밀복검)에 어이없이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 후임으로 김종국 사장이 선임된 지 약 9개월여가 지났다”면서 “하지만 9개월이라는 시간동안 김 사장이 노사 양측에 보여준 건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박쥐’의 전형적인 모습뿐이었다”고 꼬집었다. 김재철 전 사장의 사천시장 출마를 “진정한 MBC맨의 귀환”이라고 추켜세운 것과는 온도차가 난다. 이에 김 사장은 20일 임원회의를 통해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친 노조 성향’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사장이 방문진을 통해 표출되는 정권의 시그널을 오해하고 있다는 분석은 대구 MBC 사장 선임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여야 6대3으로 구성된 방문진 구도에서 김 사장의 대구 MBC 사장 선임에 대해 여권인사도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는 오전에 방문진 보고, 오후에 대구 MBC 주주총회를 열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 했던 김 사장의 상황판단에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편 복잡한 정치적 함의와 상징으로 점철된 김 사장의 연임 가능성은 어떻게 될까. 현재로서는 시계제로다. 하지만 연임에 가능하다는 의견이 아직은 우세한 편이다. 김 사장 스스로가 자신의 약점을 보강하려 몸부림치고 있기 때문이다. MBC 노조에 대한 법원의 기념비적 판단에 기념비적인 대응을 한 부분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의외로 정권 핵심의 현실적인 문제가 작은 파동으로 시작되어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김기춘 현 청와대 비서실장의 사퇴론이 거듭되는 부정에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 간극에서 벌어지는 기회가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김 사장의 연임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개연성도 있다. 1월 28일 선배인 김재철 전 사장의 사천시장 출마가 공식화된 상황에서, 김 사장의 거취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문진은 2월 3일부터 12일까지 MBC 신임 사장 후보 공모를 진행하며 2월 17일 지원자 가운데서 최종 후보군을 압축해 21일 이사회에서 최종 MBC 사장 후보를 확정하고, 이후 정수장학회와 주주총회를 열어 최종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