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교육감의 정도(正道)와 교과부의 치졸한 협박

김상곤 교육감의 정도(正道)와 교과부의 치졸한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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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 엄민용

 

▲6월 18일 전교조, 「6월 민주항쟁의 소중한 가치를 위한 교사 시국선언」발표

▲6월 26일 교과부,「전교조 시국선언 관련자 검찰 고발 및 징계방침 발표」하여 시도교육청에 중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

▲7월 22일 교과부,「전교조 시국선언 관련자 조치 상황 및 향후계획」회의 개최하여 시도지부 전임자에 대한 징계양정 규정

▲11월 1일 경기도교육청,「김상곤 교육감, 시국선언 교사 징계 안 한다」입장발표

▲11월 3일 교과부,「교과부, 경기도교육감에게 ‘직무이행명령’ 발동」입장발표

▲11월 3일 경기도교육청,「경기도교육청, 교과부의 징계 직무이행명령 ‘안타깝다’」입장 발표

 

시국선언 교사 징계를 둘러싼 경기도교육청과 교과부의 대립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시국선언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전교조 입장에서 김상곤 교육감이 사법부의 최종판단 전까지 징계를 하지 않겠다니 환영할 일이지만, 서슬 퍼런 정권의 칼날에 16개 시도교육감 중 유일한 ‘진보’교육감이라고 지칭되는 분이 해코지 당하지 않을까 염려된다.(사실 시국선언을 빌미로 교사와 공무원을 징계하려는 정권의 행태를 볼 때 이를 좇지 않는 교육감을 가만둘 리 만무하다)

 

김상곤 교육감의 징계에 대한 장고는 9월부터 징계절차를 밟은 타 시도교육청을 볼 때 한 달을 넘어온 것이다. 김상곤 교육감으로서야 다른 교육감이 다 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묻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고, 교과부가 요청(실질적인 지시)한 징계의 양형을 대폭 낮춰 처리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김상곤 교육감은 자신의 소신과 의지, 가치와 철학대로 행동했다. 그리고 그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를 확신한 것으로 보인다.

 

김상곤 교육감은 “기관의 책임자로서 깊은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또 교사들을 상대로 “교육현장에 미칠 영향을 보다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교육기관장의 고뇌는 교과부에 의해 하루 만에 묵살되었다. 교과부는 미리 준비한 듯 ‘직무이행명령’을 발동하였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법적인 대응을 시사함으로써 앞으로 이 문제는 상당기간 법적 다툼이 진행될 것이다.

 

교과부는 김상곤 교육감이 교육공무원징계령 6조의 ‘징계사유를 통보받은 교육기관 등의 장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1월 이내에 관할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어겼고, 그렇기에 직무이행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를 따르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고발 및 행‧재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6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징계를 하지 않을 근거가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상당한 이유’의 근거로 9명의 법률전문가로부터 받은 의견서에서 7명이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검토결과를 받았다고 국정감사에서 보고하였다. 교과부 스스로도 시국선언을 법적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내부 검토의견서를 작성한 것은 이미 언론에 공개되었다. 또 김상곤 교육감 스스로 교사의 시국선언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으로써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 국민의 인권”이라고 밝혔다.

시국선언의 적법성 문제는 재판에서 밝혀질 것이다. 김상곤 교육감이 징계를 법원의 최종판단 이후로 미룬 것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고, ‘상당한 이유’가 합당한지, 그 ‘상당한 이유’를 판단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보며 명확해진 것이 있다.

그것은 애초 교과부가 시도교육감에게 징계를 ‘요청’한 것은 단순한 요청이 아니라 실질적인 ‘징계지시’였다는 것이다. 또 그것이 포괄적인 업무지시를 넘어 징계의 양정까지 결정한 지시라는 점이다. 이는 소속 교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는 시도교육감의 권한뿐 만 아니라 ‘시도교육청 징계위원회’의 독립된 권한을 침해한 것이다. 교육자치법에 근거해 주민에 의해 선출된 교육감이 아직도 권위주의적, 중앙집권적 중앙 통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교육감 스스로도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을 멀뚱히 지켜봐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다.

또한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의 치졸함이다. 교과부는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교부금을 축소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교부금 축소는 교육여건의 악화로 직결되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입게 된다. 교과부가 ‘학생을 볼모로 교육감을 협박’하는 모습은 치졸함을 넘어 악랄함에 가깝다. 하지만 이 또한 누굴 탓할 일도 아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백주대낮에 퍽치기 당한 느낌으로 듣고 있어야 하는 세상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