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안현수와 지상파 UHDTV

[기고] 제2의 안현수와 지상파 UHD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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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황리에 막을 내린 소치 동계 올림픽은 여러 가지 화제가 만발한 대회였다. 특히 김연아 선수의 여자 싱글 피겨 은메달과 남자 쇼트트랙의 노메달 관련 기사는 홍수를 이루었다. 그 중에서도 러시아 이름이 ‘빅토르 안’인 안현수 선수의 귀화 스토리와 그의 선전은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여파로 한국빙상연맹이 도마에 올랐고, 속칭 ‘짬짜미’로 의심되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 관련 기사 등이 연일 보도되었다. 되돌아보면 안현수 선수 사태의 본질은 ‘실력 있는 선수가 올림픽이라는 큰 경기대회에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나갈 방법이 없었다’라는 사실이 아닐까 한다. 부상으로 인한 슬럼프는 있었지만 월등한 실력을 가지고도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면, 그 때 당시의 선택은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거나 다른 나라 국적으로 출전하던가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UHDTV 방송, 즉 초고화질TV 방송이 방송계의 핫한 이슈다. 뉴미디어 트렌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UHDTV 방송이 차세대 전송매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리고 아날로그 TV가 수십 년 이상을 버텨왔지만 HDTV도 수십 년을 버틸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마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전환주기는 점점 짧아져서 4k UHDTV 상용화가 되고 나면 얼마 안되어서 8k UHDTV 실험방송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전환주기 관련해서는 빠진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콘텐츠 유통을 위한 플랫폼의 존재여부다. 분명 지상파 방송사는 콘텐츠 부문의 강자다. 이전보다 점유율이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분명 Major(메이저)다.

그런데 콘텐츠 제작에 빼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 빼어난 실력을 발휘할 UHDTV 대회에는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실력이 있는 선수의 출전이 배제된다면 분명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다. 특히 ‘UHDTV 종목 대표선수로 유료방송이 먼저 출전하도록 하자’는 논리는 어찌 보면 도마에 오른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과 유사하지 않은가? 분명히 실력이 좋으면 계속해서 대표선수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상파는 어느 선수들보다 먼저 트랙에 나와서 몸을 풀고 있었던 상태였다. 심지어 다른 종목선수는 700MHz 대에 출전시켜 주면 할당비를 낼 수 있다고 한다면서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제3자가 보면 ‘짬짜미’로 오해할 만하다. ‘짬짜미’의 본질은 실력이나 경쟁력과 무관하게 순위가 결정되는 것이다. 개인으로서의 안현수 선수는 귀화할 제 3국이라도 존재하였다. 그러나 UHDTV를 하고자 하는 지상파 방송사에게는 귀화할 제 3국이 없다. 우리 지상파 방송사도 UHDTV 방송을 하기 위하여 러시아로 갈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아프리카에 갈 수 있을 것인가? 순전히 지상파 방송사가 UHDTV 방송용 주파수가 없어서, 4k UHDTV 방송하고자 푸에르토리코로 이전한다고 하면 우리 국민이나 푸에르토리코 국민이 행복할 것인가? 지상파 방송사는 솔직히 안현수 선수가 부럽다. 실력을 펼칠 제3국이 존재하므로. 다시 한번 700MHz대를 지상파에게 배정하기를 강력하게 요청한다. 더구나 지상파 방송사들이 제시한 ‘국민행복 700 플랜’에 의하면 지상파가 700MHz 대역을 독점하겠다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정녕 정부는 700MHz 세입자인 지상파를 푸에르토리코로 내모는 야박한 집주인이 될 것인가?

원래 주파수라는 집의 주인은 국민이며 정부는 대리인이라고 알고 있다. 집주인인 국민은 세입자인 지상파 방송사를 700메가에서 내쫓으면 무료의 지상파 UHDTV는 시청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까? 아마 잘 모르고 있을 것 같다. 대리인이 ‘모바일 광개토플랜’을 이야기 하면서 지상파 대신 다른 세입자를 들이면 기존보다 많은 전세금이 들어온다고 강조했을 터이니. 무료인 지상파 UHDTV 방송 시청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사실은 쏙 빼고. 일방적으로 방을 빼게 되면, 향후 무료 보편적인 UHDTV를 시청하고 싶은 국민은 제3국에 귀화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미 러시아에 귀화한 안현수 선수는 어쩌면 우리와 달리 UHDTV 시청을 무료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얼마 전 최성준 방통위 위원장이 “UHD 콘텐츠가 UHD 방송의 핵심이고 UHD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은 지상파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그리고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UHD 세계 최초 타이틀은 위성을 제외하고는 다른 플랫폼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장관의 발언을 통해 아마 지상파도 조만간 출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리라 믿으면서, 대리인의 고매한 양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