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제도 먼저?”사람 먼저?’ 엇갈려

공영방송, ‘제도 먼저?”사람 먼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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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방송 복원’ ‘낙하산 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MBC에서 시작된 총파업이 KBS에 이어 YTN까지 번지면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국민 누구나 공감하고 바라는 바이다. 하지만 KBS와 MBC 심지어 EBS 사장이 임명될 때마다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곧 공영방송 사장 및 이사 선임 방식이 소위 ‘문제’가 되는 인사들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공영방송 사장 및 이사 선임 제도를 개선해 최소한 공영방송 실현 의지가 있고 정치적으로 독립된 인사를 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3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기획 토론회 1부 ‘방통위‧방통심위 해체와 대안,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 방안’에 발제자로 참석한 성균관대 이남표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는 “반복되는 ‘정치적 낙하산’ 논란은 KBS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회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정치적 과잉에서 비롯된다”며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방식과 사장 선임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KBS이사회와 방문진 이사회는 전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 선임하고 있다. 이에 이 교수는 KBS와 방문진 이사회 구성을 ‘대통령 소속 국회 교섭단체, 그 밖의 국회 교섭단체 그리고 방통위와 같은 새 방통규제기구가 각각 추천하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발언에 앞서 대통령과 여당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고 있는 방통위를 해체하고, 공공성을 앞세운 새로운 방통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사장 선임방식에 있어선 이사회와 별도로 30인 이상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한쪽으로 기우는 ‘정치성 과잉’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성제 MBC 기자(전 MBC 노조위원장)는 “경험상 방문진 이사회라는 조직이 공영방송 위상을 강화하는데 기여한 바가 없다”며 “(MBC의 경우) 별도의 사장추천위원회 말고, 이사회 자체의 숫자를 늘려서 기본적인 예결산과 사장추천 역할 정도만 맡기고, 이 외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는 쪽으로 방문진법을 개정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람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KBS 김인규 사장, MBC 김재철 사장과 같은 사람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도 나왔다.  

최경영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이하 공추위) 간사는 이남표 교수의 제도 개선 방안을 두고 “현업에 대한 고민 없이 유럽의 제도를 도입시키는 것 같다”며 “서구를 보더라도 대통령이 공영방송에 관여하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나? (그렇게 다 관여하는데) 차이가 큰 이유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간사는 이어 “정연주 KBS 사장 시절만 해도 (지금처럼 방송보도를 놓고) 전화 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이병순‧김인규 사장이 들어오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방송사 내부의 상황을 설명했다.

최 간사는 인적 쇄신을 바탕으로 국장 직선제, 출입처 관행 폐지 등 방송사 내적 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년 단위로 국장 직선제를 실시해 경영과 편성의 분리가 이뤄지도록 하고, 정언유착의 온상인 출입처 관행을 폐지해 각 언론사별 경쟁으로 제대로 된 (국민이 듣고 싶어하는) 보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경신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은 “제도의 문제냐, 사람의 문제냐를 무시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와 사람 모두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 제도의 악용‧남용 가능성이 밝혀진 상황에서는 여지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역시 이에 동의하며 제도 개선‧인적 쇄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사장추천위원회를 둔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완전히 독립된) 인사를 걸러낼 수는 없지만 최악의 카드는 걸러낼 수 있다”면서 이사회 구성과 사장임명 방식의 제도 개선은 필요하고 말한 뒤 “제도도 바꿔야 하지만 이와 동시에 방송사 내부에서 구성원들이 공정방송을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동시에 “노조가 사장과 대적하려해도 사장이 방송 자체를 다 장악해서 어찌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와버렸다”면서 방송사 내부 인력들이 공정방송을 추진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