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선진화, 오해가 있는가.

공기업 선진화, 오해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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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센터장 (bkkim21kr@naver.com)



정부가 지난 8월 11일 논란이 많았던 41개 공기업의 선진화 1단계 계획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민영화,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14개 공적자금 투입기업 민영화, 그리고 인천국제공항공사 민영화가 포함되었다. 선진화라는 낯선 용어는 사실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6월 19일 민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커지자 대통령이 “일률적인 민영화가 아니라 방만한 경영을 개선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기업 선진화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발언하면서 민영화를 대신한 정부의 공식 용어가 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정부는 민영화에 대한 국민 거부여론을 진정시키고자 ‘공기업 선진화, 오해와 진실’이라는 적극적인 변론 자료까지 발표하는 성의를 보였다. 도대체 공기업 선진화(민영화)에 대해 국민들이 어떤 점들을 오해하고 있는 것이고 진실은 무엇인지 몇 가지 핵심을 짚어보자.


먼저 공기업 선진화 목적과 의도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목표를 “공공기관의 선진화를 통해 질 좋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해 궁극적으로 국민 후생을 확대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지원을 줄여 국민 부담을 줄이는 것”(공기업 선진화, 오해와 진실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적어도 인천국제공항은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옳다. 왜냐하면 인천공항은 이미 국영기업인 상태에서 세계 최초로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공항순위에서도 홍콩 책랍콕 공항과 싱가폴 창이공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또한 인천공항은 2007년 당기순이익 2000억원 흑자를 기록했고 향후 3년간 3000억원 수준의 안정된 흑자가 예상되는 초우량 기업이며 따라서 지난해 법인세 782억원과 배당금 362억원을 정부에 안겨주었으니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없는 기업인 것이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도 다르지 않다. 공기업 민영화 대상이 정부가 주장하는 부실기업, 적자기업이 아니라 사적 자본이 탐내는 알짜기업들이라는 국민의 판단에 오해는 없었던 것이다. 이는 과거 국민의 정부에서 민영화 되었던 대표적인 기업인 포스코, KT, KT&G 등이 민영화 이전에도 계속 안정적인 흑자를 내던 알짜 우량기업이었다는 데서도 입증된다.


국민이 오해하고 있다고 정부가 생각하는 또 다른 대목은 “공기업 민영화가 재벌이나 외국기업에 의한 경제력 집중과 국부유출”인데, 정부는 동일인 주식 소유제한이나 경제력 집중 견제장치를 마련한 후에 매각을 추진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례를 들고 있는 민영화 기업이 포스코와 KT와 KT&G이다. 확실히 이들 기업은 아직 특정 대기업이나 외국기업이 대주주 지분을 장악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역시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미 KT&G는 국제적인 사모펀드 칼 아이칸에 의해 경영권 위협을 받은 전례가 있으며, 인수합병으로 세계 1위 철강기업이 된 아르셀로 미탈이 포스코 인수합병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외국기업에 넘어갈 것인지는 아직 결론난 것이 아니다.


더욱이 정부는 이번 민영화과정에서 국민이 우려하는 대기업이나 외국기업의 지분출자제한을 특별히 할 생각이 없고 채권단에게 일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매각일정에 이미 올라와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포스코, GS, 한화가 치열한 인수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가 대기업이나 외국기업에게 인수합병의 절호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으며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 예상된다는 국민들의 판단 역시 오해는 없는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6퍼센트대로 치솟는 물가와 내수 경기의 심각한 위축, 여기에 예년의 절반도 안되는 고용사정 악화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고통스런 시기의 초입에 서 있는 상황이다. 7퍼센트 성장을 약속하던 대통령조차 최근 “내년 연말쯤 경제가 회복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1년 정도 힘들지만 견뎌나가자는 부탁을 하고 싶다”고 얘기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 이런 어려운 국면에서 가장 절실하고 긴급한 것이 과연 공기업 선진화인지, 알짜 공기업을 매각하는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해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