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의 왕국, 관악산 속으로 – 해발 620m, 관악산송신소 신입사원 적응기

[기고] 전파의 왕국, 관악산 속으로 – 해발 620m, 관악산송신소 신입사원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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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월간 방송과기술』 5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KBS 관악산송신소 전경

[방송기술저널=안상호 KBS 신입 RF 엔지니어] 최종합격 문자를 받고 기뻐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 새삼 세월이 빠르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반도체 회사를 5년 정도 다니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왔다. 최종면접에서 대학 시절 교내 방송국 활동을 하며 방송국에서 일하고 싶은 꿈에 대해 진심으로 어필한 것이 합격의 플러스 요인이 되었던 것 같다.신입 직무 OJT가 끝나고 2019년 1월 28일, 관악산송신소로 발령받아 케이블카를 처음 탄 날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입사 전에는 관악산 정상에 송신소가 있는지 몰랐었다. 첫 출근이라 정장을 입고 잔뜩 긴장한 채로 케이블카를 탔던… 등산로 입구부터 산 정상까지 무정차로 이동하는데 산자락에 얕게 걸린, 구름 속을 흔들리며 헤쳐가는 케이블카는 생각보다 무서웠고, 기압 차 때문인지 몸이 뜨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의 두근두근 관악산송신소 생활이 시작되었다.

서울시 한강 남쪽에 우뚝 솟아있는 해발 632.2m의 관악산은 대부분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데 산 정상이 갓을 쓰고 있는 모습을 닮아 관악산(冠岳山)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예로부터 개성의 송악산, 파주의 감악산, 포천의 운악산, 가평의 화악산과 더불어 경기5악에 속했던 산으로, 서울의 남쪽 경계를 이루고 있고 그 줄기는 과천 청계산을 거쳐 수원의 광교산까지 이른다.

관악산송신소에는 직원뿐만 아니라 케이블카를 운행하는 분들, 특수경비분들 등 다양한 분들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그분들과 잘 생활해가는 게 중요하다. 나는 2019년 3월까지 정비조, 4월부터는 교대조로 근무하고 있다. 일근만 하다가 교대근무를 하게 되면서 처음에는 불규칙한 수면시간으로 잠을 자도 구름 속을 걷는 듯한 나른함 때문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조정실에서 근무 중인 필자

작년에 태풍 링링으로 인한 엄청난 강풍으로 케이블카 운행이 중단된 적이 있었다. 그날 야간 근무였는데 비바람을 헤치고 등반으로 출근해 종아리가 며칠 동안 아렸던 기억이 난다. 부디 올해는 태풍이 많이 안 왔으면 좋겠다. 아~ 며칠 전에도 강풍으로 케이블카 운행이 중단되어 걸어서 출퇴근을 했는데… 올라갈 때는 괜찮았으나, 내려올 때 종아리 근육에서 비명을 지르는 기분이었다. 나의 저질 체력을 반성하게 되었으며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하였다. 가을에 2주 정도 케이블카 점검이 있을 예정이라 그 기간은 걸어서 출퇴근할 예정이다. 2주간 걸어서 출퇴근할 생각 하니 벌써 설레고(?)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KBS 관악산송신소는 서울과 경기 남부를 책임지는 메인송신소이기 때문에 관련된 주요 인사의 방문이 잦은 편이다. 근래에 사장님, 서울전파관리소장님 그리고 군부대 관계자분들이 송신소에 방문하였다. 주요 인사뿐만 아니라 공동주택 공시청 관리교육생분들도 KBS TV 전파수신에 대한 이해도 향상을 위해 송신소를 방문하곤 한다. 작년에 그분들에게 송신 시설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견학을 진행했었다. 처음 설명을 할 때는 살짝 떨렸으나, 대학 시절 방송국 활동을 떠올리니 이내 익숙해져 편안하게 설명을 했었다. 조정실에서, 기계실에서, 그리고 옥상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마지막으로 송신소 견학은 그렇게 마무리가 된다.

◊ 관악산송신소 업무
관악산송신소의 주요 업무는 송신감시 및 제어, TV/RADIO 중계 링크 구성, 계획 정파/월간점검, 무선국 수검, 송신기 정비로 나눌 수 있다.

송신감시 및 제어업무는 생방송 또는 녹음/녹화된 프로그램을 유/무선회선으로 수신하여 해당 송신기를 통해 RF로 송신하는 일련의 과정을 감시하고 변수 발생 시 제어를 해 시/청취자분들이 편안하게 방송을 듣고 보게 하는 업무이다. 여기에는 본사에서 받은 프로그램 소스를 MSPP(Multi Service Provisioning Platform), M/W, STL 망을 통해 지역 방송국과 인근 송신소에 전송하는 역할도 포함된다. 매체들의 ON-AIR 상황을 감시하고 문제가 생기면 즉시 각 주조나 인근 송신소에 연락하고, 비상조치를 하고 있다.

중계 링크 구성업무는 TV/RADIO 중계차가 현장에 출동하여 방송할 때, 본사로 프로그램을 전송하는 중계 링크를 구성하고 관리하는 업무이다. 근래에는 서울 톨게이트, 서초동의 대검찰청 등에 중계차의 회선 구성을 했었으며, 관악산에서 여의도로 내려가는 중계 링크는 3개까지 동시 구성이 가능하다.

계획 정파/월간점검은 방송이 없는 정파 시간을 이용하여 송신기를 점검하는 업무이다. 송신기는 거의 24시간 운용되어서, 일정 기간마다 송신기를 점검해 주는 것이 방송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중요한 절차이다.

무선국 수검업무는 관악산송신소가 무선국으로 분류되어 있어 일정 기간마다 정부 기관을 통해 수검을 받게 되는데, 이를 준비하는 과정과 실제 수검 받는 업무를 말한다. 무선국 수검은 주로 측정기를 통해 송신기의 특성을 측정하는 형태로 진행이 되며, 정부 기관이 정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무선국 허가가 유지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검사라고 할 수 있다.

송신기 정비업무는 문제가 되는 송신기의 정비를 통해 정상 수준의 송신기 상태로 유지하는 업무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우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주로 RF 출력을 증가시켜주는 Power Amplifier나 전원을 공급하는 Power Supply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원인이 파악되면 자체 정비를 통해 해당 부품을 교체하거나 개선하고 또는 업체와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TV RACK
DTV 신규 송신기

◊ 최근 코로나 19 관련 송신소 풍경
최근 코로나 19의 발생으로 송신소에서도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일 수차례 케이블카 및 소내 소독을 실시하고 있으며, 교대 근무자 간 인수인계는 대면 접촉을 피하고 전화 통화를 통해 비대면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케이블카 탑승 시에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근래에 조정실에서 재채기를 했었는데 뭔가 순간 분위기가 싸해지고 죄짓는(?) 기분이 들었다. 그 후로 재채기나 기침이 나오려고 하면 최대한 참거나 나가서 하고 온다. 식사 시간에도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공용 집게를 사용해 최대한 접촉을 피하고 있다. 조정실에서 공용 펜을 집거나 송신기 버튼을 누를 때에도 비닐장갑을 사용한다. 이러한 것들은 조금 불편하지만 코로나 19로부터 송신소를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 조치들이다.

◊ 119 구조 활동 지원
관악산은 높이로만 보면 그리 높지 않으나, (정상 연주대는 632.2m로 보통 사람 걸음으로 정상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 능선마다 바위가 많고 험하여 조난이 종종 발생한다. 주로 어르신들이 등산 중에 약주를 하시고 조난되는 경우가 많다. 조난 발생 시 119대원들이 출동하는데 케이블카 이용을 24시간 지원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주 2회 정도 구조 활동에 케이블카가 지원된다. 이렇듯 KBS 관악산송신소는 본업인 송신 업무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한 구조 활동에도 24시간 불철주야로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케이블카를 이용한 119 구조 지원

최근에 불후의 명곡 방청객에 선정되어, OJT 이후 오랜만에 본사 구경을 제대로 하고 왔다. 스튜디오와 카메라, MC 신동엽, 알리와 최근 핫한 박서진 등을 VIP 자리에서 보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인상이 가장 깊었던 공연은 장구의 신으로 불리는 박서진의 공연이었다. 신명 나게 장구를 치면서 가창력도 흔들리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박애리/팝핀 현준의 공연도 동서양의 만남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시너지 효과가 대단했다. 본방을 보았을 때 내 모습이 TV에 자주 나와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도 자주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 RF 분야에서 지상파가 나아가야 할 방향
K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사들은 많은 돈을 들여 UHD 방송을 시작하였지만 그에 따른 이익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방법은 없는 걸까? RF 엔지니어 입장에서 현 상황을 극복할 만한 방법들을 생각해 보았다.

TV 방송은 2017년 UHD 방송을 시작한 이후로 UHD와 HD를 동시에 방송하고 있다. 동일한 콘텐츠를 2가지 채널로 운용하는 것은 방송사 입장에서 손해라고 생각한다. 정부 정책으로 UHD 전환을 해야 한다면 UHD 전환을 늦추기보다는 과감하게 HD 방송을 종료하고 UHD 방송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HD 방송을 조기에 종료하기 위해 현재 HD 수상기만 가지고 있는 가정에 (UHD → HD) Down converter를 정부 주도하에 대량생산하여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하고, 저소득계층에게는 무료로 보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정부와 협의하여 UHD 전환을 빠르게 진행할 테니, UHD 전국망 구축을 위한 지원금 등을 저리나 무이자로 지원받고 지원금 상환 기간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방송사가 빨리 UHD로 전환하고 HD 주파수를 회수하여 다른 산업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서로 상부상조하는 길이 될 수 있다.

HD 방송 종료를 통해 UHD로 완전히 전환하게 되면, 방송사 수익을 극대화할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지상파 방송사는 UHD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해야 한다. 물론, 기존 DMB가 있지만 화질적인 부분에서 약점이 있고, UHD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최근 대세인 모바일 방송 시장에 진출할 수 있으며 고화질을 무료 제공함과 동시에 재난 방송 서비스를 통해 비상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다. UHD 모바일을 지상파 이동 방송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방통위의 허가를 얻고 다양한 형태의 수신기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타깃광고/양방향 서비스/데이터 방송 등의 새로운 서비스 발굴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둘째, UHD 방송에서의 다채널화(MMS, Multi Mode Service)를 해야 한다. 수년간 IPTV가 인터넷 유선망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그 결과 지상파 직수율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UHD 방송에서 지상파 다채널화가 허용된다면 사람들은 굳이 돈을 내고 IPTV를 보기보다는 무료 보편적인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여 시청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지상파의 위상이 회복되고 영향력이 확대되어 광고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UHD TVR(TV Repeater)를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현재 DTV는 TVR을 지상파 3사가 각자 운용하고 있고, 이로 인해 지역마다 지상파 3사 채널이 고르게 안 나오는 음영지역이 발생한다. 하지만, UHD TVR를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운용한다면 이러한 음영지역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고, 결국 지상파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조정실

◊ 앞으로의 포부
지난 1년여의 송신소 생활은, 선배님들께 많이 배운 한해였던 것 같다. 특히, 선배님들께서 알려주신 주경야주(晝耕夜酒!)의 자세는 송신소 생활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꿀팁이 되었다. 꿀팁(?)과 무한한 가르침 덕분에 지난 1년 동안의 송신소 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운동은 나를 즐겁게 만드는 활동 중 하나이다. 요새 즐기는 것은 수영과 헬스이다. 접영을 배우고 오리발 수업을 듣고 스타트, 턴을 배우면서 한창 배우는 재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코로나 발생으로 강습이 중단되어 버렸다… 헬스는 최근에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해서 운동 후에 몸이 만들어지는 기분 좋은 통증을 느끼고 있다. 한 달 사이 인바디 측정 결과 개선된 수치를 받았을 때, 많은 희열과 보람을 느꼈다. 앞으로도 내가 즐길 수 있는 취미나 운동을 계속 찾아 나갈 예정이다.

헬렌 켈러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폭풍이 두렵지 않다. 나의 배로 항해하는 법을 배우고 있으니까.” 앞으로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 나의 배로 항해하는 법을 차근차근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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