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TV, 지상파에도 길이 열리나

[칼럼] UHDTV, 지상파에도 길이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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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방송기술의 거대한 흐름이 UHDTV 발전으로 수렴되고 있다. 물론 코덱 및 기타 인프라 구축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지만 UHDTV가 차세대 뉴미디어 플랫폼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동시에 해당 플랫폼을 둘러싼 각 국의 시장 쟁탈전도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하는 UHDTV 발전 모델이 각광을 받고 있다. 3DTV 발전을 둘러싼 ‘요동치는 변곡점’을 반면교사로 삼은 국내의 UHDTV 로드맵은 콘텐츠 시장이 태동하기 전부터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하는 기형적인 성장 모멘텀을 빠르게 등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로드맵은 삼성전자와 LG전자로 대표되는 국내 굴지의 가전사들이 주도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UHDTV 플랫폼이 빠르게 발전하고 다소 성급한 ‘디스플레이 시장의 기형적 성장’이 아이러니하게 관련시장에서 작동하면서 새로운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해당 기술의 주체가 누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다분히 정치적인 국면에 접어들며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제조사를 중심으로 하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급격한 팽창으로 UHDTV 발전 모델이 ‘어디를 중심으로 구축되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했다는 뜻이다. 사실상 등 떠밀린 질문의 끝이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이러한 질문에 ‘유료방송’이라는 답을 내놓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입장에서는 UHDTV 발전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은 케이블 및 위성방송을 위시한 유료방송이며, 이를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의 실질적인 핵심이라고 본다. 새로운 방송기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적 바탕에, 유료방송의 산업적 낙수효과를 노리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지상파 방송의 UHDTV 발전에 있어 기본전제인 주파수 문제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창조경제의 또 다른 축인 통신 기술의 발전을 위해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을 수립한 미래부의 입장에서 통신사에 주파수를 제공하는 한편, 유료방송 중심의 UHDTV 육성은 모든 아귀가 들어맞는 ‘정답’인 셈이다.

물론 방송통신위원회도 다르지 않다. 미래부와는 달리 다소 추상적인 개념, 즉 방송의 인문학적 요소를 감안해야 하는 조직의 특성상 UHDTV 발전에 있어 미래부만큼의 목소리는 내지 않지만, 적어도 침묵의 동의를 보낸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는 주파수 수급에 실패해 지상파 중심의 UHDTV 발전을 생각하지도 못하게 된 미국과 일본의 사례가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2004년 지상파 디지털 전송방식 결정의 ‘오마주’인 셈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분위기는 다시 달라지고 있다. 유료방송 중심의 UHDTV 발전만 고집하던 정부의 스탠스에 미묘한 온도차이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통위는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을 둘러싼 논의에서 해당 주파수가 방송에 필요하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피력하며 자연스럽게 이를 지상파 중심 UHDTV 모델과 연관시키고 있다. 이에 이경재 방통위 위원장은 ‘미래부와의 정책 공조 불협화음’을 감수하며 직접 방송에 출연해 700MHz 대역 주파수의 방송할당을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10월 10일 발족한 UHD 방송 추진 협의체의 향후 행보도 이목을 끌고 있다. 해당 협의체 위원장에 2008년 방송 기술인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송도균 전 방통위 부위원장이 임명된 부분은 논란의 소지가 있으나, 일각에서는 해당 협의체 구성이 사실상 지상파 중심의 UHDTV 발전 로드맵의 기본적인 모멘텀을 구축하는 단계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MBC-홈초이스의 지상파-유료방송 UHDTV 발전 청사진은 물론, 관련 기술의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은 UHDTV 플랫폼 사업의 선두에 서서 이를 발전시키는 작업에 사활을 걸어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지상파의 노력을 무시하고 유료방송 중심의 UHDTV 발전만 맹목적으로 추구해 왔다. 그러나 700MHz 대역 주파수의 할당 여부와 더불어 UHD 방송 추진 협의체의 긍정적인 신호는 다분히 고무적이다. 물론 지나친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하지만, 콘텐츠와 플랫폼을 모두 소유한 강력한 방송 사업자이자 보편적 미디어 가치를 추구하는 지상파 방송이 중심이 된 UHDTV 발전은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대한민국형 지상파 UHDTV 발전 모델이 세계를 흔들 시간이 왔다.

여담이지만, 10월 11일 KBS는 가전사와 직접수신율 제고를 위한 MOU를 체결하며 ▲ 차세대 방송서비스에 대한 정합테스트 ▲ 실내외안테나 판매 ▲ 공동주택 등 공시청시설 공동점검 ▲ TV수상기 수신민원에 대한 정보공유 및 개선 등 차세대 방송 서비스와 수신환경개선관련 등에서 상호협력 하는것에 합의했다. 분야는 다르지만 지상파 방송사와 가전사의 협력을 통한 최대한의 미디어 서비스 확대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러한 협력은 고스란히 UHDTV에서도 재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