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부가 방송 서비스:그 고된 여정

[칼럼] 지상파 부가 방송 서비스:그 고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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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2002년은 지상파TV의 최고 전성기였다. 한일월드컵이 있었고, 얼마 전 회자됐던 동명 영화의 소재인 연평해전이 있던 해였다. 지상파TV는 광고매출이 최대치에 달했고, 콘텐츠 경쟁력은 하늘을 찌르던 해였다. 그때를 정점으로 매출 면에서 하향곡선을 걷고 있는 지상파를 오아시스로 인도할지도 모를 복음 같은 것으로 DTV 데이터방송과 그 표준인 ACAP이 출현했다. 여기서 과거형으로 기술했지만 생활정보 등의 데이터방송 콘텐츠는 아직도 서비스되고 있는 현재형이다. 작년까지는 분기별로 한 번쯤 DTV 데이터방송 내용에 대해 시청자의 문의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그나마 요즘은 반년에 한 번 정도. 공공재로서의 지상파방송이 아니었다면 벌써 접었을 서비스이다.

DTV 데이터방송은 시행 초기부터 콘텐츠 연동형 정보와 T-Commerce 기능이 지상파의 차세대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즈음 한 경제연구소에서는 DTV T-Commerce의 성장률 전망을 연간 60%라고 하기도 했다. 일부 지상파 방송사는 이러한 장밋빛 미래를 바탕으로 홈쇼핑사와 데이터방송을 통한 T-Commerce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 서비스를 방송장비 전시회에서도 전시하곤 했지만, 구매 주문은 회선과 시스템 체크를 위한 데이터방송 콘텐츠 개발사의 테스트 주문이 전부였다. 그때 당시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모 홈쇼핑 회사에는 아직도 고맙고도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물론 시공을 초월해서 투자의 결과는 각 기관의 책임이었겠지만. 그 경제연구소에서 전망 예측하시던 분 지금은 뭐 하시나?

2005년 이후에는 DMB가 출범하면서, 양방향 데이터방송이 꽃을 피울 것으로 기대됐다. 휴대폰 단말기에서 DMB를 시청하며 통신채널을 리턴 채널로 사용하는 방통융합의 전형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DMB 데이터방송 표준인 BiFS는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이제는 잊힌 표준이 돼버렸다. DMB에서 부가서비스로 살아남은 것은 DMB-TPEG 방송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얼마간의 세월이 지난 후 DMB에도 홈쇼핑 채널을 들여왔고, DMB 앙상블 유지비 정도는 충당할 수 있게 됐다고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Mobile IPTV 출현 이후 매출이 감소했고, 관계기관(?)이 탐탁하게 보는 것 같지 않아서 미래를 확신할 수 없다.

스마트TV 시대가 되면서 DTV 부가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자각이 OHTV(Open Hybrid TV)를 낳았다. DTV 데이터방송은 시청자가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서비스인데 비해, OHTVChannel-Bound 서비스를 표방했다. , 지상파 DTV 방송의 채널을 전환할 때 해당 방송사의 부가서비스 앱이 활성화되는 방식의 서비스이다. KBS1로 채널을 돌리면 KBS1에 해당하는 앱이, SBS로 채널을 변환하면 SBS 앱이 자동으로 구동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에는 자세한 EPGVoD 서비스 등이 포함돼 있다. 현재 출시되는 스마트TV에는 OHTV 기능이 탑재돼 있지만, 스마트 TV를 구입해도 유무선 LAN 연결을 하는 소비자의 비중이 30% 미만인 현실에서는 OHTV 앱의 선호도와는 별개로 그 전망이 아직은 무의미해 보인다. 지상파 OHTV 입장에서 보면 스마트 TV가 일단 IP망에 연결돼야 그나마 감언이설이란 것을 해볼 수 있을 텐데…….

일부 가전사와는 ACR(Automatic Contents Recognition)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ACR은 방송 중인 프로그램의 방송사 로고나 콘텐츠 영상분석을 통해 방송 중인 내용과 연관된 부가서비스를 시행하자는 취지의 서비스다. 예를 들어 자동차 관련 화면이 나올 때 해당 자동차 관련 정보를 노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종 PPL의 데이터방송 버전이다. 관련 기술 개발은 끝났고 가전사가 일부 유료방송과 상용화를 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서비스를 중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

100% 부가 서비스는 아니지만 모든 미디어가 N-Screen 서비스를 표방할 때, 지상파가 내놓은 OTT 서비스로는 pooq이 있다. 이 서비스는 원래 큰 기대를 바탕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고, 지상파도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절박함에서 시작했던 것 같다. 현재는 우려와 달리 케이블이나 IPTV 등의 유료방송이 선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나름 선전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선전의 결과가 근래 pooq 2.0이 되면서 Mobile IPTV를 상대로 한 콘텐츠 제값 받기를 추진하고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필자가 다니는 회사는 얼마 전부터 모 IPTV사와 2ndScreen연동의 T-Commerce 서비스를 시작했다. 콘텐츠 연동 서비스이지만, T-Commerce는 시청의 방해를 받지 않는 스마트폰에서 이루어지는 구도여서 어느 정도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조금은 더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 봐야 할 것이다.

이상 그 누구도 증언(?)을 꺼리는 지상파 부가서비스에 대해 간략한 기록이라도 남겨야 하겠다는 사명감(?)에 이 글을 썼다. 부푼 꿈을 가지고 시작했으나 아직은 큰 성과를 남긴 서비스는 없는 것 같다. 되돌아보면 참 지난하고 고된 여정이었다. 그동안 부가서비스 관련 직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타석에선 진지했으나 타율이 낮았던 그들의 노고에.

이 여정이 통신 편향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앞으로도 크게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실패의 기록이 없다면 또 다른 형태의 성공은 더 요원할 것이다. 앞으로는 UHDTV 방송에서의 부가서비스가 또 기다리고 있으니,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는 일이 벌어지기를 기대한다. HD보다 화소수가 4배인 4K방송이니 쥐가 아니라 쥐포(X 4)가 잡히려나? 그렇다.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인 요기 베라의 말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가 되는 부가 방송서비스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