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KT 노조의 낯 뜨거운 상호 비방전

[분석] KT-SKT 노조의 낯 뜨거운 상호 비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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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의 LTE 주파수 할당 계획이 확정되자 각 통신사들의 반발도 심해지고 있다. 동시에 각 사 노조도 일제히 미래부의 주파수 할당 계획에 불만을 터트리며 거리로 나서는 한편, 상호 비방전도 서슴치 않고 있어 논란이다.

   
▲ 출처 : KT 노동조합

현재 미래부가 6월 28일 발표한 LTE 주파수 할당 계획은 동시오름입찰방식으로 진행되는 1단계와 밀봉입찰로 진행되는 2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1단계는 제시된 2개의 밴드플랜에 대해 사업자가 입찰가를 써내면 이를 각 밴드플랜의 입찰가 합을 비교해 높은 입찰액이 제시된 밴드플랜을 ‘승자 밴드플랜’으로 결정, 승자 밴드플랜 중 블록별 최고가를 쓴 사업자를 ‘라운드 승자’로 정하는 방식을 골자로 하며, 50라운드까지 정해져 있는 데다가 상대방의 입찰가를 가늠하고 블록을 이동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탐색전의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1단계로 결론이 나지 않으면 곧장 2단계로 넘어가게 되는데, 사업자는 최대 7개 블록까지 모든 블록에 입찰할 수 있고 만일 두 밴드플랜의 최고입찰액 합계가 동점이 되면 재경매를 하게 된다. 여기에 원하는 블록에 다양한 입찰가를 제출할 수 있어 치밀한 두뇌게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즉 결론부터 말하자면, LTE 주파수 할당안은 통신사의 입장에서 볼 때 너무 경우의 수가 많으며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방식이다. 물론 KT 입장에서는 경매 방식 자체가 근소하게 유리하지만 기존의 경매 방안보다는 불리해졌으며, 나머지 통신사들은 그런 KT를 지켜보며 발만 동동 구르는 형국이라 하겠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이었다.

우선 KT 노조가 나섰다. 이들은 7월 2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주파수 관련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부가 발표한 주파수 할당안은 철학도 원칙도 없는 것”이라고 성토하는 한편 “재벌기업들과 KT를 한 링에 올려놓고 2대 1로 싸우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정윤모 KT 노조 위원장은 “현 경매방식으로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담합해 KT를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며 “밴드플랜1의 A1(2.6GHz 40MHz폭)은 무선랜 간섭으로 사용할 수 없고, C1(1.8GHz 35MHz폭) 대역은 LG유플러스만 입찰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고 단언했다. 즉 KT에 밴드플랜2만 입찰할 것을 종용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자 SKT 노조도 나섰다. 이들은 KT 노조의 기자회견 직후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할당 정책에 대한 SK텔레콤 노동조합 입장’을 공개하며 “이번 할당 방안은 KT 인접대역을 할당후보대역으로 포함시킴으로써 시장경쟁 왜곡 및 천문학적 과열경매가 불가피해졌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언론과 정치권 및 시민사회에서 공정한 주파수 할당의 중요성을 강조면서 KT 인접대역 할당은 명백한 특혜시비 요인이 있음을 수차례 지적해 왔으나 미래부는 이러한 문제제기를 과소평가 또는 무시함으로써 결국 이번 주파수 경매안이 ‘KT 특혜방안’ 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 출처 : KT 노동조합

그러나 양 통신사 노조의 상호 비방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편하다. 물론 노조의 입장에서 그릇된 사실을 바로잡고 회사의 방침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얼마든지 용인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각 통신사 노조의 상보 비방전은 그들의 기업인 KT와 SKT가 주파수 할당에 명운을 걸고 있는 판국에 단순히 ‘우회 여론 전략의 일환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의혹은 진짜 노조가 필요한 대목에서 이들이 보여준 이중성을 통해 더욱 증폭된다. 쉬운 예로 KT를 보자.

민영화 직후, KT는 직원에 대한 사측의 노골적인 감시와 탄압이 문제가 되지 않은 때가 없었다. 직원이 그만 둘 때까지 조직적인 왕따를 시키거나 업무와 상관없는 부처로 갑자기 발령을 낸다는 식의 각종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최근 KT 전남지부 김 모씨가 자살하면서 상황은 더욱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6월 16일 오후 7시 김 모씨는 순천 팔마 체육관 주차장에서 5월에 실시한 임금·단체교섭 찬반투표 용지를 찍은 사진과 함께 “15년 동안의 사측의 노동 탄압이 이젠 끝났으면 한다”며 "팀장이 직원 회식이나 조회 때 ‘똑바로 하라’며 엄포를 놓고 강압을 한다. 반대표를 찍은 것으로 판명된 직원은 어김없이 불려가 곤욕을 치르고 나온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또 유서에는 투표용지와 함께 특정인의 이름, 정황 등이 기록돼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사측의 투표 개입과 관련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수고용노동지청은 지금까지도 개인 부채 운운하며 조사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 큰 충격을 주고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KT 노조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김 모씨가 숨진 16일에서 하루가 지난 17일에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LTE 시장 점유율 2위 달성 시 60만 원을 주겠다’는 글만 올렸을 뿐이며 19일에도 식당 만족도 설문조사만 홈페이지에 게시되었다. 물론 19일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KT 노조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의미있는 ’리액션‘은 전무한 상황이다. 아무리 숨진 김 모씨가 KT 노조원이 아닌 과거 민주노총에 소속된 조합원으로 KT민주동지회 소속이라지만, 이러한 KT 노조의 친 기업 색채는 많은 이들에게 환멸과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랬던 노조가 지금 주파수 할당전에 뛰어들었다. 노조원들이 죽어나가도, 사측의 탄압이 극심해 지고 있어도 ‘LTE 점유율 탈환 60만 원 보너스’와 ‘식당 만족도 설문’을 들이대던 노조가 지금은 거리 기자회견까지 열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다.

두산백과는 노동조합에 대해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기타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KT 노조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물론 그 기구한 노조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얼핏 이해는 할 수 있으리라. 주파수 할당이 그만큼 중요하니 회사와 노조원이 한 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면 또 할 말이 없어지리라. 그러나 이건 해도 너무 했다.

지금 KT 노조가 기자회견을 해야 하는 대상과 아이템은 ‘미래부와 LTE 주파수 경매’가 아니라, ‘KT 수뇌부와 노동자다운 삶’이다. 그리고 물론, SKT 노조에도 똑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