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야구중계 뒤에 숨은 기술경쟁 이야기

WBC 야구중계 뒤에 숨은 기술경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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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야구중계 뒤에 숨은 기술경쟁 이야기
( HD Delay를 줄여라! )
 

 지난 3월 중순 WBC(World Baseball Classic)야구 중계를 보면서 온 국민이 열광하면서 우리 선수들의 활약을 보았고 감동을 맛보았다. KBS, MBC, SBS 지상파방송들이 앞 다투어 위성중계에 혼신의 노력을 다했고, 그러다 보니 3사가 동시에 중계하는 게임도 있었다. 이번 위성중계는 HD로 중계되었다. 위성중계를 HD로 방송한다는 것은 아직도 기술적인 면에서나 비용면에서 매우 어려운 중계이다. 이번 WBC야구경기를 3사가 동시에 중계하면서 방송사간 상당한 기술경쟁이 있었고 그 결과 HD중계의 고질적인 화면 Delay를 약 1.5초 정도 당기는 예견치 못한 큰 결실도 낳았음을 강조하고 싶다.

 2006년 독일월드컵 중계를 HD로 중계함으로써 HD 위성중계가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때의 HD중계는 일본이 독일로부터 해저링크를 통하여 직접 받는 신호를 다시 한국까지 이어받아서 중계하였다. 지구를 반 바퀴 이상 돌아서 들어왔지만 HD신호는 깨끗했고, 5.1채널 입체음향방송까지 서비스할 수 있었다. 독일서 일본까지는 1.5Gbps HD의 비압축전송이 이루어졌고, 일본에서 한국까지는 약45Mbps급의 압축전송이 이루어졌었다. 당시 방송 3사는 똑같은 압축신호를 받아 다시 HD로 복원하여 방송을 하였는데 이렇게 압축과 복원이 이루어지면 자연히 상당한 Delay가 발생하게 된다. , 어느날 KBS가 약 0.5초정도 빠른 기술을 사용하여 타 방송보다 빠른 Delay를 보였다. 당연히 MBC, SBS에서는 초 비상이 걸리게 되었고, 엔지니어들은 0.5초의 Delay 차이를 줄이기 위해 밤새 경로를 컴토하기 시작하였고 새로운 장비를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결국 채 하루가 지나기전에 새로운 노하우를 알게 되어 그 만큼 지연이 적은 HD방송을 방송3사가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WBC야구중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DACOM을 통해 미국 LA에서 벌어지는 WBC본선경기 HD그림이 압축되어 들어오게 되어있었다. KBS, MBC, SBS에서는 지역예선 경기는 순서를 정하여 중계하였지만, LA본선 한국 대 쿠바 경기부터 공동으로 방송할 수 있게 약속되어 있었다. 드디어 한국 대 쿠바 본선 중계방송이 시작되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SBS와 MBC HD그림이 KBS보다 Delay가 약 1초가량 빨랐다. SBS와 MBC는 본사 빌딩 옥상에 있는 자체 위성안테나를 통하여 직접 수신하는 그림을 사용하였고, 그 결과 압축과 복원이 한단계 생략되어 약 1초 정도 빠른 그림을 내 보낼 수 있었다. 자체 옥상 안테나를 사용한다는 것은 안테나 크기가 DACOM보다 작기 때문에 그림이 깨질 수 있는 위험부담도 있었지만 더 빠른 그림경쟁이 우선이 되었다. 기간위성국을 거친 그림을 중계에 사용하는 정통적인 방법을 고집해 오던 KBS는 다음날 DACOM회선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MBC와 SBS보다 더 Delay가 적은 방법을 찾아냈다.

 한국 대 일본 조 1.2위를 가리는 경기에서 방송3사가 또다시 동시중계를 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KBS 그림이 약 0.5초 정도 Delay가 적었다. 당연히 MBC, SBS 엔지니어들이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야구경기 4회가 끝나기도 전에 SBS가 먼저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어 5회부터 KBS와 Delay 차이가 없는 방송을 맞춰나갈 수 있었다. 그 후 한국 대 일본 최종 결승 때에는 KBS, MBC, SBS 방송3사가 거의 Delay차이가 없는 방송을 하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방송엔지니어들의 기술경쟁의 결과 HD 위성중계에서 약 1.5초 정도의 Delay가 다이어트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시청자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겠지만 0.1초라도 당겨보려는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큰 결과를 낳은 것이다. 아울러 이번 WBC경기는 약 17Mbps.의 720/60p HD그림을 받아 1080/60i로 방송하였다. 720/60p 압축신호를 받아 복원하였지만 누구도 화질이 나쁘다는 사람이 없었다. 720/60p도 훌륭한 HD그림이었음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본다.

 지금까지 올림픽과 월드컵 등 방송3사 공동중계에서 보여주었듯이 송출 음량을 높여서라도 경쟁에서 이겨보려던 무의미한 단순 경쟁이 아니고, 기술적 결실이 있는 경쟁이었기에 글로써 소개해 보았다. 물론 방송3사 공동으로 중계하면서 조금이라도 경쟁에서 이겨보려는 심리가 새로운 기술 발견의 본질을 흐려 놓을 수도 있다. 그림이 더 빠르다고 해서 시청률이 더 오르는 것도 아닌데 괜한 경쟁이 위급할 때 서로 돕고 살아가는 방송기술인들의 사회에 오해를 끼치는 것이 아닐까 우려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선의의 경쟁이 기술의 발전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긍정적부분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는 엔지니어이니까. WBC 준우승을 거둔 한국야구의 감동만큼이나 여러모로 기술적으로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중계방송 이었다고 본다//

SBS 기술팀 박성규 부장